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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6회] 인간이라는 비틀린 재목에서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인간이라는 비틀린 재목에서 유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1784년에 쓴 코스모폴리스에서의 삶을 다룬 논문에서 일찍이 “인간이라는 비틀린 재목으로 올곧은 것이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단다. 『짓기와 거주하기』의 저자 리처드 세넷은 칸트의 이러한 주장에 일견 동의하며, 도시계획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은 책을 시작한다. “인간이라는 비틀린 재목”에 대해서 말이다. 나도 그것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맛도 없는 햄버거 드디어 일이 터졌다. 인테리어를 시작한 삼각지 현장은 처음부터 아슬아슬했다. 오래되고 춥고 조그만 건물. ..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5회] 현장의 잡일하는 아줌마들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현장의 ‘잡일’하는 ‘아줌마’들 처음 목공소에서 독립한 즈음 여덟 평 남짓의 식당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돈은 많지 않지만 멋진 걸 하고 싶다는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난 예산을 맞추겠다며 세 달여의 시간 동안 아등바등 혼자서 가구를 만들고,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설치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일을 한다고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공간을 만드는 일에는 다양한 전문적인 지식뿐 아니라 숙달된 노동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전기, 수도배관, 주방설비, 미장, 페인트 칠, 타일, 금속…. 나 혼..

[2020 한문이 예술] 여름② 나무 아래서 피하는 더위

Writings/이동은의 [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초등한문교실 에서는 사자소학을 통해 나의 관계(禮)에 대해 고민해보고 한자를 응용해서 세계를 표현(藝)해봅니다. 2교시 에서는 동은선생님과 한자를 배우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배우고, 생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여름② 나무 아래서 피하는 더위 1. 최초의 한자, 갑골문 지난 시간에 민혁이가 거북이를 키운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오늘은 수업에 거북이를 데리고 왔네요. 거북이를 보니까 여러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 한자는 거북이와 아주 깊이 연관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처음으로 쓰인 한자가 거북이 배딱지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갑골문(甲骨文)은 거북이 껍질(甲)과 소뼈(骨)에 쓰인 문자(文)라는 의미랍니다. 앞으로 수업을 시작..

<한문이 예술> 가을학기 6회차 후기 : "아 왜 자꾸 귀엽게 써지는 거야~ㅠㅠ"

TXTLAB/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업로드 날짜 : 12/26 1교시 - 한문은 관계의 기술! 疑必思問 忿必思難 의심나는 것은 반드시 물으려 하고 화가 날 때에는 반드시 어려운 일이 닥칠 것을 생각하라. 見得思義 是曰九思 얻을 것을 보면 의롭고자 한, 이를 구사라고 한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남은 ‘구사’를 읽었습니다. ‘의심이 들 때’, ‘화가 날 때’, ‘이득을 보았을 때’ 가끔씩 저는 옛날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면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했는지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나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감정이 아니라 누구나 인간이라면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배운 문장 중에서 저는 “화가 날 때에는 반드시 어려운 일이 닥칠 것을 생각하라.”라는 문장이 눈길을 끕니다. ..

<한문이 예술> 가을학기 5회차 후기 : 한자단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TXTLAB/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업로드 날짜 : 12/18 1교시 - 한문은 관계의 기술! 視必思明 聽必思聰 볼 때는 반드시 명확하게 보려 하고 들을 때는 반드시 분명하게 들으려고 하라. 色必思溫 貌必思恭 표정은 반드시 온화하게 할 하고 용모는 반드시 공손하게 하려 하라. 言必思忠 事必思敬 말은 반드시 성실히 하려 하고 일은 반드시 최선을 다하려 하라. 다섯 번째 시간에 배운 문장은 '구사'의 앞부분입니다. 지난 두시간동안 행동거지에 대해 배웠다면 이번 두시간은 마음가짐에 대해 배웁니다. 구용과 구사는 동일한 문장 구조가 반복됩니다. 비슷한 말이 계속 나오니 친구들이 외우는데는 어려움을 겪는 것 같지만 함께 문장을 해석보기엔 아주 좋습니다. "4자 중 맨 앞의 한자와 맨 뒤의 한자가 어떻게 연결되는걸까요?" 하고 물어보면 친구들이 요런..

[걸 헤이 유교걸 4회] 공자님은 자기계발이 좋다고 하셨어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공자님은 자기계발이 좋다고 하셨어 전공에 대한 거부감 2017년 겨울, 4명의 청년과 문탁 네트워크의 선생님들이 평창에 모였다. 인문학 공동체에서 오래 공부한 청년들이 가진 욕망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길드다가 탄생했으니, 길드다는 시작부터 많은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특출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내가 잘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과 함께 잘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길드다가 시작된 뒤로는 길드다 일에 허덕였다. 퀴어나 장애인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게 길드다의 멤버들은 그들만큼이나 ..

[2020 한문이 예술] 여름①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

Writings/이동은의 [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초등한문교실 에서는 사자소학을 통해 나의 관계(禮)에 대해 고민해보고 한자를 응용해서 세계를 표현(藝)해봅니다. 2교시 에서는 동은선생님과 한자를 배우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배우고, 생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여름① 雨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 1. 상상할 수 있는 문자, 한자. 안녕하세요. 여러분들과 수업을 하게 된 동은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한자를 배우고, 한자를 만들어 볼 겁니다. 한자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한자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문자에요. 우리가 쓰는 한글과 달리문자의 개수가 많답니다. 한글은 19개의 자음과 21개의 모음만 알고 있어도 읽고 쓰는데 문제가 없지만, 한자를 문제 없이 쓰려면 약 5만 자 중에서 2천 자 정도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한자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

<한문이 예술> 가을학기 4회차 후기 : 마음이 유연하면 무엇이 좋을까?

TXTLAB/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업로드 날짜 : 20/12/11 1교시 - 한문은 관계의 기술! 지난 시간부터 고은 선생님 시간에는 '구용(九容)'에 대해서 배웁니다. 저마다 다르게 발걸음과 손모양, 눈빛과 입, 말과 머리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숨 쉴 때, 서 있을 때, 얼굴 모양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았습니다. 이로써 아홉 가지 인간의 움직임에 대해서 모두 알게 됐습니다. 氣容必肅 立容必德 숨 쉴 때는 반드시 고르게 쉬고 서 있을 때는 반드시 의젓하게 서라. 色容必莊 是曰九容 표정은 반드시 씩씩하게 해야 하니, 이를 구용이라 한다. 오늘도 역시 친구들의 한자 음과 의미 맞추기가 시작됩니다. 저는 고은 선생님이 기氣를 설명할 때마다 드레곤볼의 ‘에네르기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 재밌습니다. 친구들에게 ‘기를 모은다’라는 말이 ‘에네르..

<한문이 예술> 가을학기 3회차 후기 : 새우튀김처럼 허리를 쭉 펴고 있자

TXTLAB/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업로드 날짜 : 20/12/4 1. 1교시 - 한문은 관계의 기술! 이번 가을시즌 은 2주차마다 주제가 바뀝니다. 지난 1,2주차 동안 1교시에서는 우리의 몸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우리 몸은 물리적인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부모님으로부터 온 것이고, 좀 더 멀리서 시간의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우리 몸은 과거의 존재들로부터 온 것이자 미래의 존재들에게로 이어져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의 몸이 단일 개체라고 여기고는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기 쉽습니다. 그러나 은 물리적인 차원에서 보나 시간의 차원에서 보나 우리는 수많은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삶의 태도도 자연스럽게 바뀌기 마련입니다. 3주차부터는 에 드러난 옛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