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s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9회] 정크스페이스, 뒤편으로 쫓겨난 흐름들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정크스페이스, 뒤편으로 쫓겨난 흐름들 공기순환의 N차방정식 내가 열 평 남짓 되는 작은 식당의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느꼈던 것들 중 하나는 ‘공기의 순환’이다. 작은 가게인 만큼 요리를 위해 불을 쓰면 가게 내부가 금세 후끈 달아오르고, 물만 끓여도 습도가 몇 분 만에 60%를 상회한다. 음식을 하면서 발생하는 냄새와 연기도 큰 문제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주방에서 발생하는 열과 습기, 냄새와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팬fan을 단다. 이렇게 말하면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순간 공간은..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8회] '짱어탕'을 끓이듯이 마감하기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짱어탕’을 끓이듯이 마감하기 몇 번이나? 목공수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마감과 관련한 것이다. 가구의 마감은 보통 칠을 의미하는데, 경우에 따라 나뭇결을 덮는 페인트칠을 할 때도 있고, 나무 본연의 색을 살려주기 위해 오일을 칠하기도 한다. 나뭇결이 보이면서도 좀 더 진한 색상이나 다른 톤의 색상을 표현하고 싶을 땐 스테인을 칠한다. 이처럼 칠은 물론 미적인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원목 가구의 경우엔 보다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다. 칠을 하지 않은 목재를 흔히들 ‘백골’이라고..

[사장잡설] 라떼~는 말이야, 여성부의 추억

Writings/길드다 메일링 서비스 - 아젠다 길드다(多)

*사장잡설에선? 길드다의 사장님이 청년들과 사업하며 느끼는 희노애락을 그립니다. 1. 어쩌다 공무원 여성가족부 폐지가 또 논란이 되고 있다. 대선 국면마다 반복되는 양상이긴 한데 이번에는 유승민, 하태경, 이준석 이 세 남성이 선봉에 섰다. 앞의 둘은 국민의힘 대선후보이고 뒤의 한명은 국민의힘 당대표이다. 예나 지금이나 동네북 신세인 여가부를 보며 갑자기 나는 타임 슬립을 한 듯 17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 때 나는 여성부 ‘어공’(어쩌다 공무원)이었다. 새벽 6시에 용인에서 출발하여 7시에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도착했고, 매일 아침 8시 반에 시작하는 국장급 회의에 참석했고, 장관이 출근하면 그때부터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평균적으로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는데 국정감사기간엔 퇴근이 더 늦어..

[2021 한문이 예술] 봄③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

Writings/이동은의 [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 1. 에네르기파 여러분은 혹시 문득 등 뒤에서 무언가를 느낀 적 있나요? 그러니까 보지도 않았는데 누가 다가오는 걸 느꼈던 적 말이에요. 아니면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누가 내 얘기를 하고 있을 것 같다거나, 아무도 없는데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거나 하는 일 말이에요. 비슷하게 친구랑 눈만 마주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껴질 때도 있죠. 이런 일들을 우리는 보통 '텔레파시'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기운이 느껴졌다는 거죠. 한자로 기운은 '氣'라고 씁니다. 고은쌤이 이 한자에 관해 설명할 때마다 이걸 꼭 드래곤볼의 '에네르기 파'라고 설명을 하죠. 우리가 친구들과 놀 때 손을 모아서 힘을 잔뜩 주며 공격을 하는 흉내를 내곤 하잖아요? 그때 손에 힘..

[2021 한문이 예술] 봄② 뼈조각과 풀잎

Writings/이동은의 [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봄② 뼈조각과 풀잎 1. 옛날 사람들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지난 시간에 우리는 옛 석(昔)을 통해서 '어려움을 이겨내면 어려움은 과거가 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의 우리와 다른 모습이지만 옛날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죠.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만약 범람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면 옛날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만약 제가 홍수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를 잃는다고 생각한다면 너무너무 슬프고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주변 사람이 죽는다는 상상을 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죽음은 막연하고, 또 무서운 일이니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된다고 느껴지거든요. 지금보다 위험한 일이 많았던 옛날에는 아마도..

[2021 한문이 예술] 봄① 가장 오래된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Writings/이동은의 [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봄① 가장 오래된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1. 고대의 모습을 알 수 있는 한자 안녕하세요. 1교시에 고은쌤과 함께 한문을 읽어보았다면, 2교시에는 저와 한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한자를 외우거나 하진 않습니다. 다만 한자가 무엇을 보여주는지 알아보도록 해요. 우리가 한자를 살펴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한자는 우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이고, 두 번째로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성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 번째, 그만큼 우리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한자는 세계에서 쓰이는 문자 중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입니다. 여러 문자들을 살펴볼까요? 일본 문자는 약 AC800년으로 추정, 한글은 AC1443에 세종대왕님이 만드셨죠. 알파벳은 옛날부터 쓰이긴..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7회] 파지사유 공사일지: 공간은 무엇으로 공간이 될까요?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파지사유 공사일지: 공간은 무엇으로 공간이 될까요? “잡동사니에 대한 강조가 가장 중요하다. 도시란 바로 이런 것, 즉 서로를 보완하고 지탱해주는 잡동사니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얽히고설킨 질서는 여러모로 대단히 경이적인 현상이다. 이와 같은 상호 의존하는 여러 용도들의 생생한 집합체, 이런 자유와 이런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 되며,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 ―제인 제이콥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안타까운 공간 공간 디자인을 시작한 뒤로, 나는 어떤 공..

[걸 헤이 유교걸 6회] 선생님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선생님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선생님과 잘 지내기는 어려워 내가 공부하는 인문학 공동체 문탁 네트워크에는 또래가 거의 없다. 처음에 나는 몇십 명의 선생님들의 공동체에 들어온 이방인, 그것도 낯선 젊은 이방인이었다. 문화의 차이, 어법의 차이, 공부의 차이가 두드러질 때마다 나는 선생님들에게 대항했다. 다수의 어른에게 아부를 떨거나 순응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들에게 마냥 반기를 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래가 없는 이곳에서 선생님들은 나의 친구였고, 나 역시 공동체에서 제 몫을 해야 하는 제자이자 후배, 동료였다. 언젠가부..

[걸 헤이 유교걸 5회] 연애의 딜레마에 빠지다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연애의 딜레마에 빠지다 연애의 딜레마 거의 6년 만에 솔로가 되었다. 간만에 솔로가 되니 ‘이제 연애 그만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전 애인과는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연애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한 명과의 관계에 몰두하는 일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연애할 때면 애인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에 휩싸이고, 연인관계가 다른 관계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생긴다. 다른 이와 깊은 관계를 맺을 시 그 상대가 나의 성적 지향성에 부합한다면 바람피우는 일이 된다. (나의 경우엔 내 애인의 성별에 크게 개의치..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6회] 인간이라는 비틀린 재목에서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인간이라는 비틀린 재목에서 유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1784년에 쓴 코스모폴리스에서의 삶을 다룬 논문에서 일찍이 “인간이라는 비틀린 재목으로 올곧은 것이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단다. 『짓기와 거주하기』의 저자 리처드 세넷은 칸트의 이러한 주장에 일견 동의하며, 도시계획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은 책을 시작한다. “인간이라는 비틀린 재목”에 대해서 말이다. 나도 그것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맛도 없는 햄버거 드디어 일이 터졌다. 인테리어를 시작한 삼각지 현장은 처음부터 아슬아슬했다. 오래되고 춥고 조그만 건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