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s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4회] 마찰과 저항을 마주하기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마찰과 저항을 마주하기 목공을 시작한 이래로 ‘내가 목공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 할 만 한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목공 도구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일 것이다. 특정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물론 그것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 노하우를 익히는 것을 포함하겠지만, 요즘처럼 충분히 정보화된 세상에서 그런 정보는 접근이 매우 쉬워졌다. 이런 정보의 접근성은 때로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언젠가 클라이언트와 상담을 하던 도중 그가 느닷없이 가구의 구조와 수축 팽창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상담 전 이미 원..

[힙합인문학] '뉴욕열전' 발제 (1) - 뉴욕과 힙합의 탄생

Writings/송우현의 [힙합 인문학] 길드다(多)

송우현의 [힙합인문학]에서는 [랩인문학-장르 너머의 힙합] 수업의 강의안을 업로드 합니다. 힙합과 인문학을 엮어 다양한 질문들과 답을 모색해봅니다. 뉴욕과 힙합의 탄생 뉴욕을 가리키는 말이 몇 개 있다. ‘세계의 수도’.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이자, 세계경제, 문화, 패션의 중심지여서 붙은 수식어이다. 실제로 미국의 4대 지상파 방송국의 본부가 모두 뉴욕에 있다고 하며,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타임스퀘어 같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있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이렇게만 보면 화려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떠올리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빈민촌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한 도시이며, 세계적인 이민 도시이기도 해서 다양한 인종들이 살아가는 만큼 차별과 억압 또한 만연해있다. 이렇게 보면..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3회] 얽거나 짜서 만드는 방법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얽거나 짜서 만드는 방법 “개인들을 이런저런 속성이 부착되는 고정불변의 실체로 보는 원자론적 인간관은 개인적 정체성들과 여러 능력들 그 자체가 여러 가지 점에서 사회적 과정들과 관계들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아이리스 매리언 영, 『차이의 정치와 정의』 목공 반장님이 타카 핀을 갈아 끼우다가 집어던지면서 버럭 화를 냈다. “아니 이 형, 그렇게 성격대로 할 거면 여기 왜 왔어! 그럴 거면 직접 일 받아 해!” ‘이 형’이라는 분도 성격이 만만찮다. “어 알았다 그래!” 하고선 작업벨트를 풀어놓고 현장에서 ‘휙’..

[힙합인문학] '지금여기힙합' 발제 (2) - 힙합과 여성혐오, 힙합과 페미니즘

Writings/송우현의 [힙합 인문학] 길드다(多)

송우현의 [힙합인문학]에서는 [랩인문학-장르 너머의 힙합] 수업의 강의안을 업로드 합니다. 힙합과 인문학을 엮어 다양한 질문들과 답을 모색해봅니다. 힙합과 여성혐오, 힙합과 페미니즘 힙합과 여성혐오는 땔 레야 땔 수 없는 사이다. 힙합의 폭력적인 성향, 소비주의적인 성향과 더불어 여성을 하나의 액세서리처럼 여기는 성향은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본토의 성향을 가져온 한국힙합에서도 여성혐오 문제로 큰 이슈가 되었는데, 재밌게도 가장 크게 이슈가 되었던 사건은 힙합이라는 타이틀과 대립구도를 가지고 있는 아이돌 ‘위너’의 래퍼 송민호였다. 그가 쇼미더머니4에서 사용한 가사 중에 “내 앞에선 산부인과(에서)처럼 다 벌려” 라는 구절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 한 문장으로 산부인과협회는 즉각 명예 훼손으로 고..

[걸 헤이 유교걸 2회] 말해지지 않은 것까지도 살펴보기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말해지지 않은 것까지도 살펴보기 말은 잘해도 못해도 문제 내 친구 중 나와 가장 이질적인 감각을 가진 이는 중학교 동창 A다. A를 만나면 중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다. 우리는 구겨진 병뚜껑을 가지고도 10분을 웃는다. 물론 웃음기 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나는 종종 A에게 벽을 느꼈다. 그는 내 친구 중에서 유일하게 공무원을 준비하고, 값이 나가는 작고 귀여운 가방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질척거리는 공동체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사회문제에 감정이입 할 때면 A는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한편으로 내 말이 A에게 전달되지 않는 건 ..

[힙합인문학] - '지금여기힙합' 발제문

Writings/송우현의 [힙합 인문학] 길드다(多)

송우현의 [힙합인문학]에서는 [랩인문학-장르 너머의 힙합] 수업의 강의안을 업로드 합니다. 힙합과 인문학을 엮어 다양한 질문들과 답을 모색해봅니다. ‘지금 여기 힙합’은 2017년, 로 한국에서 힙합이라는 장르가 가장 뜨거워졌을 시점에 나온 저널리즘 책이다. 저자는 힙합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을 짚어내고, 그에 대한 대중들과 힙합 커뮤니티, 평론가 등의 반응과 여론들을 정리해냈다. 인트로 : 왜 지금 힙합? 한국힙합을 흔히 ‘국힙’이라 부른다. 본토 힙합도 마찬가지이지만, 국힙은 꽤나 문제적이다. 한국힙합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먼저 힙합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힙합은 1970년대 가난과 폭력, 인종 차별에 시달리던 미국의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저항 정신을 표출하기 위해 ..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2회] 괴담이 가득한 세상에서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괴담이 가득한 세상에서 목공소 괴담 목공소에 취직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급한 주문이 있어 밤늦게까지 목공소에 남아있던 날. 목수님은 먼저 퇴근하셨고, 나도 퇴근을 위해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동네는 조용했고, 방금 전까지 들리던 테이블 톱의 소음이 사라진 탓에 목공소는 더 고요하게 느껴졌다. 기계들과 쌓여있는 나무들이 왠지 으스스하게 느껴지던 순간, 갑자기 목공소 한쪽에서 엄청나게 큰 굉음이 들려왔다. “꽝!” “으악!” 난 손에 들고 있던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내팽겨 치고 일단 목공소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위를 둘러..

[걸 헤이 유교걸 1회] 미련하고 성실하게 질문하기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미련하고 성실하게 질문하기 불안정한 하루하루 새 향수를 샀다. 플라워 계열 중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기로 유명한 향수였다. 얼핏 이모 화장품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낯선 향이기만 하면 괜찮았다. 향수를 즐겨 뿌리고 다녔던 적이 없었기에 신경을 좀 썼다. 옷장을 열면 잘 보이는 곳에 향수를 뒀다. 작은 향수 공병을 사서 늘 가지고 다니는 파우치에 넣어두었다. 다음날 입을 옷을 생각해 두었을 땐 미리 옷에다 향수를 뿌려놓고 잠들기도 했다. 리프레쉬가 필요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몇 달째 기승을 부리면서 일에 차질이 생겼다. 기대했던 공부도, 오래 준비..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1회] 프롤로그 :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프롤로그 :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아니고…아니고…. 나는 보통 다음 두 문장 중 하나로 나를 소개한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입니다.” “가구를 만들며, 인문학을 공부합니다.” 이 문장들에 대해 사람들은 보통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아, 목공으로 밥벌이를 하고, [조금 진지한] 취미로 인문학 공부를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한편으로 이 두 가지 활동이 하나는 몸을 쓰는 일, 다른 하나는 머리를 쓰는 일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다른 한편 많은 사람들에게 일과 여가가 분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사자 되기>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 본 에세이는 길드다 강학원 S1 '미디어와 신체'의 김고은의 에세이입니다. 1. 나는 당사자가 아니다 대학생 때 성노동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조사만 해도 되는 과제였는데 굳이 일을 키웠다. 나는 섹슈얼리티 영역을 노동 영역이라고 선포하는 과격한 모습에 홀딱 반했다. 인터뷰가 끝나면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금세 그들과 같아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그럴싸한 과제물로 만드는 건 쉬웠지만,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건 어려웠다. 성폭행과 노동 사이에, 성산업화와 성해방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는 삶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인터뷰 직전에 했던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당사자가 아니면 나서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나는 당사자가 아니었다. A가 페미니즘을 불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