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문이 예술] 봄① 가장 오래된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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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① 가장 오래된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1. 고대의 모습을 알 수 있는 한자

안녕하세요. 1교시에 고은쌤과 함께 한문을 읽어보았다면, 2교시에는 저와 한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한자를 외우거나 하진 않습니다. 다만 한자가 무엇을 보여주는지 알아보도록 해요. 우리가 한자를 살펴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한자는 우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이고, 두 번째로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성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 번째, 그만큼 우리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한자는 세계에서 쓰이는 문자 중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입니다. 여러 문자들을 살펴볼까요? 일본 문자는 약 AC800년으로 추정, 한글은 AC1443에 세종대왕님이 만드셨죠. 알파벳은 옛날부터 쓰이긴 했지만 언어로 다듬어진 것은 AC450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럼 한자는 언제일까요? 무려 BC 1200년에 만들어졌다고 해요. 한자는 고대에 만들어진 문자(수메르 쐐기문자, 이집트 상형문자, 마야문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문자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 쓰인 문자이다 보니, 한자를 만든 시기의 모습을 문자 속에서 찾을 수 있답니다.

그 시대 사람들과 우리의 모습은 많이 다를 겁니다.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어요? 하지만 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사람의 탄생과 죽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지만 장례 방식이나 아이를 낳는 법은 모두 다를 겁니다. 친구를 만나는 일도 마찬가지에요. 틱톡을 찍거나, 소꿉놀이를 하거나 서로 노는 방법은 다르지만 ‘함께 만나서 논다’는 본질은 다르지 않은 거죠.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우리는 앞으로 한자를 통해서 옛날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따라가 보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2. 옛날 사람들이 가졌던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오래된 시대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자 오래된 옛날은 언제를 말하는 걸까요? 기원전? 저도 기원전이 굉장히 옛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기원전은 그냥 예수님이 태어난 해를 말하는 거더라고요.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에도 세상은 있었잖아요. 더 옛날의 옛날은 과연 언제일까요? 옛날 사람들에게도 알 수 없는 옛날이 있었었을 거 아니에요? 공룡이 살던 시대, 맨 처음 세포가 분열했을 때부터? 제가 말하고 싶은 ‘옛날’은 바로 ‘이야기가 시작된 시대’입니다. 입에서 입으로 옛날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기 시작한 시절이죠.

이야기로 전해지는 것들은 대부분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일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신화를 한 번 살펴 볼까요? 건국신화에 대해서 다들 들어봤을 겁니다. 이 이야기는 신라시대 <삼국사기>에 나오는 옛날 이야기에요. 가장 처음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고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거기에 우리 조상들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이때 환웅은 세 신하를 데리고 땅에 내려옵니다. 비를 다스리는 우사, 바람을 다스리는 풍사, 구름을 다스리는 운사 ... 이런 사람들과 함께 나라를 세우고 호랑이랑 곰이랑 겨뤄서 곰이 사람이 되고... 웅녀와 결혼해서 단군이 우리 나라를 다스리게 되었다는 이야기 말이에요 자, 이 이야기에 옛날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힌트가 있습니다.

바로 ‘자연재해’에요. 구름과 바람과 비모두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에게 운사나 풍사, 우사같이 자연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신하가 있는 이유는 전지전능한 신만이 자연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다스리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환웅에게 투영된 거죠. 농사를 주로 짓던 시대였으니 비는 사람들의 생활에 아주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비가 너무 안와도 문제고 많이 와도 문제였으니까요. 만약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면 옛날 사람들에게 아주 치명적이었을 겁니다. 사람들에게 자연은 감사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대상이었어요.

 

물난리는 지금도 치명적인 재해다

 

3. 중국의 고대 사람들이 가졌던 어려움

중국에서도 비슷한 옛날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국에는 우리나라의 고조선처럼 ‘하나라’가 있었습니다. 하나라의 요임금님은 누구에게 왕을 물려줄까 고민하다가 나라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에게 왕을 물려주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요임금은 홍수의 피해를 막은 ‘우’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 신화에 홍수의 피해를 막은 사람이 임금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보다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왜냐하면 옛날 중국 사람들이 황하라는 강 주변에서 모여 살았기 때문입니다. 황하는 세계 4대 문명지 중 하나죠. (4대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라크, 터키), 이집트 문명(이집트), 인더스 문명(인도), 황하문명(중국)) 그만큼 황하는 우리나라 한강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강입니다. 강이 크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물과 관련된 사고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언제나 물이 흘러 영양분이 넘치는 비옥한 땅이기에 농사를 지으며 살기 딱 좋은 조건이었지만 비가 많이 오는 시기에는 매번 어김없이 홍수가 일어나 모든 것이 휩쓸려 내려갔어요. 황하의 홍수는 정말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홍수가 너무 심각하면 범람이라고 한답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 범람이 너무 버거워서 비옥한 강 주변 땅을 버리고 물을 피해서 높은 지역으로 수도를 옮겼을 정도였다고 해요. 범람이 일어나면 낮은 곳은 모조리 물에 잠겨서 휩쓸려버리고 말았거든요. 물난리는 지금도 여전히 방지하기 어려운 대재난이랍니다. 중국의 싼샤 댐은 여전히 물이 많아서 이 곳에서 물난리가 나면 주변의 모든 도시가 물에 잠긴다고 해요.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두려운 자연재해였던 범람에 대한 글자를 만듭니다. 바로 昔입니다. 昔은 물결과 해가 합쳐진 상형글자입니다. 그런데 위치를 보세요. 물결이 해보다도 높게 올라가 있습니다. 얼마나 물난리가 대단했으면 해를 덮을 정도였다고 표현했던 걸까요!?

 

昔의 갑골문

 

옛날 이야기인 신화에서 홍수를 막은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는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자연재해를 이겨내는 것이 먼저 해결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범람은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모든 업적들을 처음으로 되돌렸습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궈놓은 밭, 농장, 마을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그들의 기억까지 모두 사라졌죠. 나중에 사람들은 범람이 일어난 이후부터 새롭게 모든 것을 만들어나갔을 겁니다. 여기서 옛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옛날’의 기준이 생깁니다. 조금 전에 우리가 기원전이 예수가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한다고 했잖아요. 옛날 사람들에게는 범람이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집트에도 황하같은 나일강이 있는데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의 범람이 끝나는 때가 한 해의 시작이라고 여겼답니다.

 

4. 어떻게 물난리를 이겨낸 걸까?

고대 중국 사람들에게는 잊기 어려운 두 번의 범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아득한 신화시대에 일어났습니다. 이 때 일어난 범람은 모든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어버려서 신들이 다시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어 줬을 정도였다고 해요.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범람입니다. 이 범람은 조금 더 구체적이에요. 바로 ‘우’가 범람의 피해를 막고 하나라의 황제가 되었을 때죠. 이 범람은 기원전 2300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우’는 어떻게 범람의 피해를 줄일 수 있던 걸까요? 기록에 따르면 우는 물길을 소통시키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방법을 사용해 물난리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해요. 세상에!! 완전 물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우의 치수 이야기’라고 합니다. 우에게 감격한 요임금은 우에게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었고, 우는 ‘하나라’를 세워 ‘순임금’이라고 후대에 전해졌어요.

이 시기부터 사람들은 조금씩 범람의 피해를 줄이며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해마다 피해는 점점 줄어갔고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던 업적들을 차근차근 쌓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더 큰 문명을 이루고 점점 역사를 쌓아갈 수 있게 되면서부터 과거에 어찌할 줄 몰랐던 재앙은 이제 먼 ‘옛날’이 됩니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재앙(범람)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휩쓸려서 죽어버리는 일은 이제 엣날일이 되었죠. 이후로 昔은 ‘옛날’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답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없이 두려웠던 재앙을 과거의 일로 만든 것입니다.

 

그림으로 남아 있는 우의 치수 이야기

 

 

5. 오늘날의 어려움

오늘은 처음 시작하는 날이니까 가장 옛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옛날 사람들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범람의 일로 보아하니 아마 살아 남는 것이 가장 힘들었을 것 같아요. 한 번 상상해보세요. 공룡한테 잡아 먹혀도 안되고, 겨울에 얼어 죽어도 안되고, 배가 고파고 안됐을 겁니다. 옛날에는 40살만 되어도 아주 오래 산 노인으로 여겨졌다고 하니까 오래오래 사는 일이 가장 어려웠을 듯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에게도 살아 남는다 수준의 어려움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어려움과 고난이 있습니다. 이런 표현 한 번씩 들어보지 않았나요? ‘나에게 이런 재앙같은 일이 벌어지다니!!’

옛날 사람들에게 재앙이었던 홍수는 이제 옛날이라는 의미를 담게 되었습니다. 재앙은 어떤 한자일까요? 옛날에는 물때문에 힘들었다면 그 이후부터는 아무래도 불 때문에 힘들었나 봅니다. 재앙 재(災)라는 한자가 쓰이게 됐죠. 災에는 불(火)이 강(川)처럼 흐르는 모습이랍니다. 그럼 재앙의 앙 殃은 어떤 글자일까요? 앙(殃)은 목에 죄수들의 수갑을 차고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앙(殃)에는 누군가가 특별히 괴롭히기 위해 일을 꾸민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사람에게 내리를 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들에게 가장 재앙같았던 일은 무엇인가요?

 

활동 <나의 어려움을 표현한 기호>

여러분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요? 옛날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일이었던 범람을 한자(昔)로 표현했던 것처럼 친구들도 한붓 그리기를 이용해 어려움을 표현하는 기호를 만들어 봅시다.

준비물: 도화지, 붓펜, 가장 힘들었던 경험

1. 가장 어려웠던 경험을 떠올리고, 그 경험을 나타내는 상징을 찾는다.

숙제가 가장 힘들었으면 문제집으로, 오빠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 싫었다면 오빠를, 게임에서 실패할 때가 가장 속상하다면 게임 속 캐릭터로...

2. 상징의 특징을 찾아내 단순화 시킨다. 

단순화하는 것이 어렵다면 상징을 자세하게 그려보기>특징을 부각시키기>특징만 남기기 순서로 해보자.

3. 단순화시킨 상징을 한붓 그리기로 표현해보자.

한붓그리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 간단하게 단순화 시켜도좋다.

 

 

수업을 마친 뒤...

새 학기, 첫 수업이다보니 어색하고 낯설어 하는 친구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조금은 오리엔테이션이라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진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나 활동은 단순했지만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활동을 함께하니 금방 따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매번 첫 번째 시간마다 한자에 대한 설명으로 수업을 시작하곤 하는데 점점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네요. 특히나 이번 시간에는 옛날 사람들의 생활을 다 알 수 았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학기부터 이론과 활동수업을 따로 나눠 조금 더 예술적인 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산으로 밖으로 나가는 계획을 하기도 했으나 시국에 맞추느라 실행하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조금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을 기다려 주세요!

 

 

핫붓그리기로 그린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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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1. 5. 14.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