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문이 예술] 봄③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

728x90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

 

 

 

1. 에네르기파

여러분은 혹시 문득 등 뒤에서 무언가를 느낀 적 있나요? 그러니까 보지도 않았는데 누가 다가오는 걸 느꼈던 적 말이에요. 아니면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누가 내 얘기를 하고 있을 것 같다거나, 아무도 없는데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거나 하는 일 말이에요. 비슷하게 친구랑 눈만 마주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껴질 때도 있죠. 이런 일들을 우리는 보통 '텔레파시'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기운이 느껴졌다는 거죠.

한자로 기운은 '氣'라고 씁니다. 고은쌤이 이 한자에 관해 설명할 때마다 이걸 꼭 드래곤볼의 '에네르기 파'라고 설명을 하죠. 우리가 친구들과 놀 때 손을 모아서 힘을 잔뜩 주며 공격을 하는 흉내를 내곤 하잖아요? 그때 손에 힘을 주는 것이 기운을 모으는 겁니다. 주변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들을 사용하는 겁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 말이에요.

 

 

2. 미지의 대상이었던 자연

이런 에네르기파와 비슷한 것으로 '장풍'이 있습니다. 기운을 다스려서 바람을 부리는 거죠. 영화 속의 전우치처럼요. 그런데 바람은 전우치가 힘을 쓰지 않아도 원래 붑니다. 그런데 왜, 어떻게 바람이 부는 걸까요? 우리는 흔히 공기가 이동하기 때문에 바람이 일어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도가 치고, 새들이 날 수 있는 거라고요. 그렇다면 공기는 왜 이동하는 걸까요? 공기의 기온 차라고 한다면, 기온 차는 왜 생기는 걸까요? 이렇게 질문의 끝을 물고 가다 보면 세상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해집니다. 왜 나무들은 누가 돌보지 않아도 알아서 자라나는 걸까요? 먼지가 쌓이는 것은 왜 그럴까요? 초록 잎이던 단풍잎은 왜 가을이 되면 빨갛게 되는 걸까요? 우리는 이런 이유에 대해서 다들 알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정확히 그 일의 진상을 알 수 없습니다. 이건 옛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므로 고대 사람들에게는 바람이 부는 일 하나도 그냥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고대 사람들에게 자연은 알 수 없는 거대한 미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알기 위해 노력했어요. 작은 것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바람이 나무나 풀에 스쳐서 나는 소리에 대해서도 알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는 만큼 자연을 고민했죠. 지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요즘은 사람을 중심으로 자연과 세계를 해석하려고 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자연을 마치 사람처럼 여기기도 했죠. 이것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 대상, 즉 자연과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자연과 사람을 같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답니다) 그러니 자연을 보는 눈이 뜨이기 시작합니다. 새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 마른 종이가 구부러지면 습도가 높아 찝찝한 날이 될 거다, 이런 이야기들이 바로 세상에 흐르고 있는 기운을 읽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수증기처럼

고대 사람들에게 바람 만큼이나 알 수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장풍은 바람의 기운을 다스린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기운'을 다스린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이것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퀴즈 하나를 맞춰보세요. '이것'은 공기 중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딱딱하게 굳을 수도 있고, 어떤 모양이든 될 수 있고, 세상 그 어디로든 갈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먹을 수도 있죠. 뭔지 맞추셨나요? , 바로 물입니다. 물은 얼면 딱딱하게 굳고, 액체로는 어떤 모양이든 될 수 있으며, 끓고 나면 공기 중에 수증기로 퍼져 사라지기도 하죠. 옛날 사람들은 물의 이런 성질을 보고 '기운'에 대해서 처음 떠올리게 됩니다. 기운 기()의 원형은 원래 의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는 물을 끓일 때 공중에 피어오르는 수증기와 아지랑이의 모양을 본뜬 글자랍니다. 수증기는 공중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물이 정말 사라진 걸까요?

옛날 사람들에게도 이건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물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눈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 공기 중에 계속해서 떠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수증기를 보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는 상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수증기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어떤 것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그것이 바로 '기운'입니다. 그렇게 수증기를 가리켰던 세 개의 획()은 공기 중에 떠돌고 있는 어떤 기운을 나타내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기운이 모든 생명을 만들어내는 근원이라고 여겼어요. 그리고 그 탐구의 결과가 바로 음양오행(陰陽五行)입니다. 음양오행은 모든 곳에 있는 기운을 연결하는 단어들이에요. 세상 만물이 음과 양의 양면이 있고, 세상 만물의 근원은 목, , , , 수 다섯 개의 기운이 서로 다르게 조화되어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교실에서도 이런 다양한 기운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말하지 않거나 말하는 사람, 남자와 여자, 오른쪽, 왼쪽. 다양한 색깔들, 방향들. 나무나 철, 등등. 이런 모든 요소가 바로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겁니다. 이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세상에 없는 존재에 대해서 상상하고 정리해낸 결과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사람들은 생각하는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느끼는 감각을 키워가며 이를 통해 더 단단한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1)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바람이 부는 이유를 알아냈을까요? 옛날 사람들은 바람이 자연이 숨을 쉬고 있으므로 분다고 생각했습니다. 숨 쉬는 일은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모두 하는 행위잖아요. 우리가 모두 하는 공통되고 고유한 행위이기 때문에 바람도 자연의 고유한 성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덕에 바람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질을 의미하게 됐습니다. 바람 ‘풍(風)’은 풍기風氣(옛날부터 그 사회에 전해 오는 생활 전반에 걸친 습관 따위를 이르는 말.) 풍격風格(사람의 인격) 과 같은 단어에 쓰이기도 하죠. 

 

 

활동 <기운을 느낀 순간을 표현하기>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 영향을 주는 기운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바로 기운을 느꼈던 순간을 돌이켜 보면 됩니다. 그러면 더 구체적으로 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만화와 연극, 두 가지로 그 상황을 표현해봅시다. 

준비물: 4~6개의 네모칸이 그려진 종이와 펜. 혹은 최소 두 명 이상의 친구와 소품을 만들 신문지

 

만화로 표현하기  

내가 기운을 느꼈던 상황을 기-승-전-결로 나누어봅시다. 이것이 어렵다면 상황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기운으로 인해 무엇이 바뀌었는지, 기운을 느낀뒤 나의 느낌으로 나누어서 정리해봅니다. 그리고 칸마다 그 내용을 채워넣으면 됩니다. 

 

연극으로 표현하기

친구와 나의 경험을 나눠봅니다. 기운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친구와 합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을 신문지로 만들어 연극에 활용해도 좋습니다. 그것이 연극의 매력이니까요!

 

 

친구들은...

실제로 친구들은 만화와 연극으로 모두 자신의 경험을 표현했습니다. 말없이 친구만 바라봤을 뿐인데 먹고 싶은 음식을 맞추거나, 아니면 아무도 부른 적이 없는데 자기 이름을 부른 것 같다거나, 아니면 문 밖에서 가만히 바라봤을 뿐인데 보이지도 않는 친구를 알아차린다거나 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나왔답니다. 한정된 재료로 연극 소품을 만들어본다거나 혹은 소리 없이 마임으로만 연극을 해본다거나 하는 변형도 가능하답니다.

 

 

수업을 마친 뒤...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기운에 대해서 수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각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해서 이해하고 설명해야 했습니다. 기운에 대해서 정확히 설명하려하기 보다는 고대 사람들의 다양한 상상력이 그들을 더 많은 가능성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생활 속에서 기운을 느꼈던 경험들이 많다면 아이들이 이해하는데 더 좋을 겁니다.

 이렇게 한 시즌의 수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대부분 고대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방식, 혹은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로 했던 것 같습니다. 고대의 이야기를 알아가는 이유는 고대가 더 좋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일상을 더 다챌롭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즌에 돌아오겠습니다!

 

 

 

Writings/이동은의 [한문이 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1. 6. 11. 2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