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문이 예술] 여름①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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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한문교실 <한문이 예술(禮/藝,術)>에서는 사자소학을 통해 나의 관계(禮)에 대해 고민해보고 한자를 응용해서 세계를 표현(藝)해봅니다.
2교시 <한문이 예술(藝術)>에서는 동은선생님과 한자를 배우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배우고, 생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여름① 雨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

 

1. 상상할 수 있는 문자, 한자.

안녕하세요. 여러분들과 수업을 하게 된 동은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한자를 배우고, 한자를 만들어 볼 겁니다.

한자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한자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문자에요. 우리가 쓰는 한글과 달리문자의 개수가 많답니다. 한글은 19개의 자음과 21개의 모음만 알고 있어도 읽고 쓰는데 문제가 없지만, 한자를 문제 없이 쓰려면 약 5만 자 중에서 2천 자 정도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한자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빨간색-() 파란색-() 마음-(), 태양-()처럼 모두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죠.

저는 혼자 있을 때,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배우게 될 한자는 상상하기에 아주 좋은 문자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자가 무려 6000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문자이기 때문입니다. 6000년 전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한자를 만들었을까요?

우리는 앞으로 매 회 한 개의 한자를 만나게 될 겁니다. 여름과 관련이 되어있는 네 개의 글자를 골랐어요. 만약 수업중에 한자가 이상하거나 어렵다고 느껴지면 왜 그런지 꼭 얘기해주세요!

 

 

 

2.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방울 

 

 

여름은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이죠. 올해는 특히나 비가 엄청 엄청 많이 왔잖아요. 우리나라의 강수량을 살펴보면 대부분에 비가 여름에 내린다고 합니다. , 가을, 겨울의 강수량을 합친 것과 여름 한 계절에 내리는 강수량이 비슷하죠. 이 한자가 처음 만들어진 지역도,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했다고 해요. 오늘 우리가 배울 한자를 살펴보면 그 시대에 비가 내리는 모습도 오늘날과 비슷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배울 비 우()의 갑골문을 살펴보면, 점점히 내려오는 물방울이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비가 굉장히 중요했어요. 비는 식량을 얻는데 큰 영향을 미쳤거든요. 옛날 사람들은 채집이나 농사를 통해 식량을 구했습니다. 비는 그 해 농사가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요소였습니다. 지금이야 우리에게 비는 피하기 바쁜 것, 신발을 젖게 하는 것이지만 과거에는 비가 내리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었습니다.

고대 문명을 살펴보면 대부분 비가 많은 지역에서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강물이 넘치고, 강물이 넘치면 그 주변 땅에 습기가 많아집니다. 습기가 많아진 땅은 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은 먹을 것이 풍족하다는 의미겠죠.

비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고대 국가의 왕은 백성들을 대표해서 하늘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 제사를 기우제라고 합니다. 기우제 우()는 비 우()와 아래 하()가 합쳐진 한자로, 하늘에게 비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지금이야 슈퍼컴퓨터로 큰 기상 변화를 예측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그럴 수 없었으니까요. 왕이 하늘에게 요청함으로써 비는 자연스럽게 하늘의 일이 되었습니다.

 

 

3. 다양한 비의 형상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비와 관련된 한자들을 많이 만들어냅니다. 비가 내리는 하늘을 떠올려보세요. 비는 때때로 아주 조금 오기도 하고, 엄청나게 쏟아지기도 합니다. 싸리비, 장마, 장대비를 어떻게 하나의 문자로 표기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를 살짝 적실 정도()로만 오는 비()를 가랑비 목()이라 표기하고, ()가 숲()만큼 올 때는 장마 림()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사람들은 비를 자세하게 관찰하면서 또 다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단발적인 사건으로 여겨진 천둥, 안개, 구름, , 번개가 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던 겁니다. 비가 오기 전에는 구름의 색이 어두워지고 천둥과 번개가 쳤습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비가 아닌 눈이 내렸고, 가끔 안개가 끼면 아주 가는 빗방울이 흩날리기도 했죠. 그래서 하늘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에 비 우()가 붙으면서 날씨와 관련된 글자가 되었습니다. 날씨와 관련된 한자에는 대부분 비 우()가 들어있는 건 이 때문입니다. 천둥 뢰() 안개 무(), 구름운(), 번개 전(). 이렇게 날씨의 요소들에 모두 비 우(雨)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눈 설()이 이렇게 만들어진 대표적인 한자입니다. 눈이 오면 쌓여서 얼기 전에 바로바로 쓸어서 치워야 합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처음엔 눈을 치우기 위해 빗자루를 쥔 손을 눈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이후에 눈이 겨울에 내리는 비라는 것을 알게 된 뒤, 빗자루를 쥔 손과 비 우(雨)가 합쳐져 지금 우리가 아는 눈 설()이 되었습니다.

 

 

활동 <비 오는 날의 추억이 담긴 나만의 글자 만들기>

준비물: 도화지, , 색칠도구, 비 오는 여름날의 기억

 

1. 날씨와 관련된 한자의 갑골문을 정리한다.

, 구름, , 번개, 안개, 가랑비와 장맛비 등. 날씨와 관련된 기호들을 정리해본다.

2. 비 내리는 여름날 기억나는 경험을 기호로 만든다.

비오는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보고, 기호로 표현해 본다.

예시) 비 오는 날 지렁이를 밟았다: 지렁이를 기호로 만들어본다.

3. 2번에 만든 기호와 비 우()를 합쳐 글자를 만든다.

자신의 경험을 드러낸 기호와 비 우()를 조화롭게 합친다.

4. 완성된 글자를 발표하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한다.

 

 

수업을 마친 뒤...

설레는 첫 수업이었습니다. 마침 가장 긴 장마가 있던 기간에 날씨와 관련된 한자를 알려주게 되어서 절묘하게 느껴졌습니다. 준비를 하며 친구들에게 갑골문에 대한 이해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창 밖에 비가 내리고 있어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단순화된 글자를 만드는 것은 당연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각자 비오는 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잘 드러나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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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1. 1. 1.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