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문이 예술] 여름② 나무 아래서 피하는 더위

728x90
초등한문교실 <한문이 예술(禮/藝,術)>에서는 사자소학을 통해 나의 관계(禮)에 대해 고민해보고 한자를 응용해서 세계를 표현(藝)해봅니다.
2교시 <한문이 예술(藝術)>에서는 동은선생님과 한자를 배우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배우고, 생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여름② 나무 아래서 피하는 더위

 

1. 최초의 한자, 갑골문

지난 시간에 민혁이가 거북이를 키운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오늘은 수업에 거북이를 데리고 왔네요. 거북이를 보니까 여러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 한자는 거북이와 아주 깊이 연관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처음으로 쓰인 한자가 거북이 배딱지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갑골문(甲骨文)은 거북이 껍질()과 소뼈()에 쓰인 문자()라는 의미랍니다. 앞으로 수업을 시작하면서 여러분들에게 이 갑골문에 관한 이야기를 해 드리도록 할게요.

수업에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한문이 예술>은 방학 기간에 맞춰 열립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간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 코로나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땠나요? 방학이어도 별로 변화를 느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는 날이 얼마 없었을 테니까요. 방학이어도 방학답다고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오늘 배울 한자는 방학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떤 글자인지 알아보도록 하죠.

 

갑골문이 세겨진 소 뼈

 

2. 사람과 나무

왼쪽에 있는 모양()과 오른쪽에 있는 모양()을 각각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은 사람을 의미하고, ()은 나무를 본뜬 모양입니다. 오늘 배울 한자는 이 두 한자가 합쳐진 휴()라는 한자입니다.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상상해봅시다. 사람과 나무가 같이 있으니, 나무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사람만 한 나무, 혹은 나무만 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옛날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늘 배울 한자의 의미를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나무가 울창하고 큰 덕분에 그 아래 드리운 그늘은 넓고 시원했습니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은 나무 아래에서 자주 쉬곤 했죠. 그런데 그 나무와 가까운 곳에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사는 집이 있었습니다. 이 부자는 욕심이 많아서 자기 집 앞에 있는 나무의 그늘까지 자기 거라고 우기곤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으면 사람들을 쫓아버리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청년이 그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부자는 또 청년을 내쫓으려고 했죠. 그런데 그 청년은 부자에게 이 그늘을 돈 주고 사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부자는 다섯 냥에 나무 그늘을 팔겠다고 하고, 청년은 가진 돈을 다 털어서 부자에게 나무 그늘을 샀습니다. 옛날에 다섯 냥이라고 하면 아주 큰돈이었다고 해요.

며칠 뒤, 부자는 방 밖에 나왔는데 자기 집 대청마루 위에 누워있는 청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누워있는 청년은 자기에게 나무 그늘을 샀던 청년이었습니다. “왜 여기 누워있냐? 얼른 우리 집에서 나지 못해?” 그러자 그 청년이 말했습니다. “무슨 소립니까? 저는 제가 산 나무 그늘에 누워있는 것일 뿐인걸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무 그늘이 늦은 오후 햇빛에 길게 늘어나 대청마루까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자기 집에서 누워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자는 화가 났지만 자기가 먼저 나무 그늘을 다섯 냥이나 받고 팔았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 이야기 속에서 한자의 의미를 찾아냈나요? 쉴 휴()는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사람을 본뜬 글자입니다. 사람이 쉬고 있는 모습, ‘휴식’ ‘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3. 서로 다른 의미가 하나로 합쳐지면

지난 시간에 배웠던 비 우()에서는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내리는 비를 보고 그 장면을 본떠서 만든 글자를 상형자(象形字)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감정-슬프다, 기쁘다, 화가 난다. 감각-부드럽다, 거칠다, 간지럽다, 아프다. 이런 것 말이에요.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어떻게 글자로 만들 수 있을까요?

쉴 휴()가 바로 눈에 보이기도 힘들고, 지칭하기도 힘든 것을 표현한 한자입니다. 사람과 나무를 합쳐서 쉬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지요. 두 가지 뜻이 모여서 다른 뜻을 만들어 낸 겁니다. 이렇게 뜻과 뜻이 합쳐진 글자를 회의자(會意字)’라고 합니다.

몇 가지 다른 회의자의 예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꿈 몽()은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가끔 정말 생생한 꿈을 꿀 때가 있습니다. 낮에 먹었던 맛있는 케이크를 다시 먹거나, 보고 싶었던 사람,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다시 펼쳐지곤 하죠. 분명히 자고 있는데 색도 보이고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나누잖아요. 옛날 사람들은 꿈이 마치 눈을 감고 자고 있어도 눈을 뜨고 보고 있는 듯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침대에 누워서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을 과 같다고 여겼습니다.

오늘 배운 쉴 휴()에 있는 사람 인()은 다른 글자들과 많이 결합되는 한문입니다. 사람과 개가 만나면 엎드릴 복()이 됩니다. 이 한자 역시 회의자입니다. 옛날부터 개는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가까운 동물 중 하나입니다. 충성심이 높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람 앞에서 개는 낮게 엎드려 고개를 숙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엎드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 인()이 들어간 회의자에는 또 이런 한자도 있어요. 신선 선(仙)자입니다. 산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이지요. 보통 사람들은 산골짜기에서 살진 않잖아요. 산에 가야지만 만날 수 있는 사람. 신묘한 분위기를 가진 신선을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활동 <여름방학을 보내는 나만의 휴식 방법>

만약 쉴 휴()의 사람 인()이 여러분이 된다면 어떨까요? 사실 요즘 나무 밑에서 쉬진 않잖아요. 사람 인()은 다른 것과 붙어서 다른 의미를 나타내게 된다고 했잖아요. 오늘은 여러분들이 여름에 뭘 하고 쉴 것인지 글자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여름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화채 만들기, 비 오니까 비 맞기, 에어컨이나 선풍기, 수영하기, 등등. 여러분들이 여름에 무엇을 하며 쉴 수 있을지 사람과 함께 글자를 만들어 봅시다. 

준비물: 도화지, , 색칠 도구, 알찬 방학 계획

1. 여름방학을 시작하며 느꼈던 설렘을 떠올리며 하고 싶은 것을 정리한다.

방학이 되면... 수영장도 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팥빙수도 만들어 먹고.

2. 코로나로 인해서 어려운 일들은 눈물을 머금고 제외하자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3. 얼마 남지 않은 계획을 기호로 표현해보자.

팥빙수만 남았다. 눈처럼 쌓인 얼음과 그 위에 얹어진 팥을 기호로 만들어본다.

4. 사람 인()에 내가 만든 기호를 결합한다.

5. 완성된 글자를 발표하며 나의 방학 계획을 소개한다.

 

 

수업을 마친 뒤...

친구들에게 갑골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원래 예정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수업을 듣는 친구가 집에서 기르는 거북이를 데리고 와서 타이밍이 아주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방학계획을 신나게 나눌 수는 없었습니다. 아쉬웠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에어컨 밑에서 쉬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더군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하하. 학교에 가는 날이 줄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방학을 더 좋아했습니다. 확실히 방학이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설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 상형자에 이어서 이번 시간에는 회의자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자형들이 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나타내는 것은 한자의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벌써 한자가 만들어지는 조자 원리를 두 개나 배웠네요.

 

Writings/이동은의 [한문이 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1. 1. 8.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