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문이 예술] 봄② 뼈조각과 풀잎

728x90

 

 봄②  뼈조각과 풀잎

 

 

1. 옛날 사람들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지난 시간에 우리는 옛 석()을 통해서 '어려움을 이겨내면 어려움은 과거가 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의 우리와 다른 모습이지만 옛날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죠.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만약 범람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면 옛날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만약 제가 홍수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를 잃는다고 생각한다면 너무너무 슬프고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주변 사람이 죽는다는 상상을 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죽음은 막연하고, 또 무서운 일이니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된다고 느껴지거든요. 지금보다 위험한 일이 많았던 옛날에는 아마도 사람들이 죽는 일이 더 많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화사와 화사의 할머니

 

2. 멀게만 느껴지는 죽음

여러분, 마마무의 화사 아시나요?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가 할머니 집에 찾아갔던 모습이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화투도 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잔소리도 듣고 그랬죠. 그런데 작년에 화사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해요. 아프셨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때문에 문안을 가지도 못하고 임종도 함께하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얼마 전에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에 가서 할머니를 추억하는 모습이 나왔어요.

옛날 사람들에게도 죽은 사람을 돌이켜보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었습니다. 땅에 묻고 표시를 해둔다거나 불에 태우거나,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과 같이 땅에 묻어준다거나 하는 방법들이 있었죠. 죽을 사()는 누군가가 웅크리고 앉아 들판 위의 뼈조각을 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켜보고 있는 뼈조각은 범람 때문에 휩쓸린 사람이거나, 사냥을 나갔다가 사냥에 실패한 사람이나,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뼈였을 겁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그 뼈를 보며 살아있던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을 겁니다. 옛나 사람들에게 죽음의 모습은 바로 그 뼈였을 겁니다. 누군가가 살아있던 흔적을 보면서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 모습 말이에요.

 

왼쪽부터 죽을 사(死)와 뼈 골(骨)의 갑골문이다.

 

화사는 어땠을까요? 화사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에서 밥을 지어먹고 할머니의 냄새를 맡으며 자고, 할머니를 위해서 방을 꾸미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화사에겐 그런 시간이 할머니를 보내주는 장례 의식이었을 것입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할머니의 집에 간 화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할머니의 죽음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죽음은 슬픈 일이라거나, 어쩔 수 없다는 것이나, 어쩌면 할머니의 죽음에 화를 느낄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3. 우리는 죽음과 함께 있다.

한 두 번 겪게 되는 가족의 장례식이 아니라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적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우리들에게 죽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아주 적으니까요. 우리 주변의 환경에서 죽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정육점에 걸려있은 고기들이 원래는 우리와 같은 것을 느끼는 생명이었다는 걸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누가 죽는다는 상상을 하기 힘들다는 사실만 보아도 우리가 얼마나 죽음의 경험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죠. 그런데 거기에 어떻게 삶이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탄생과 죽음이 함께 있는 글자만 보아도 그렇잖아요. 어떻게 두 가지가 함께할 수 있는 걸까요?

우리들은 살면서 수많은 죽음들을 만납니다. 무언가가 태어나면 죽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계속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한자를 살펴보면 죽음과 삶이 함께한다는 것을 더 직접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장례 장()풀 속에 파묻힌 뼈를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뼈는 조금 전 얘기했듯이 죽음을 보여주는 모습이죠. 그런데 뼈 주변에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이것들은 바로 조그마한 풀들을 입니다.

여러분은 파릇파릇하게 피어나는 새싹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나세요? 자그마한 아기가 태어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나요? 옛날 사람들도 새롭게 피어나는 새싹들을 보며 생명을 느꼈습니다. 날 생()은 땅표면을 뚫고 나온 작은 새싹을 형상화한 글자입니다. 윗 부분이 풀잎의 상형이고 아랫부분이 흙덩어리를 가리키죠. 누군가의 뼈와 함께 생명이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이 생명은 바로 사람의 생명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죽음은 우리와 상관없는 것, 막연하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함께하고 있는 겁니다. 누군가의 뼈를 보며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계속해서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날 생(生)의 갑골문

 

 

4. 죽음의 새로운 관점

죽음과 함께 산다는 것은 명확히 알 수는 없어도 막연히 두려워하기만 하거나 포기해버린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죽음에 대한 관점을 조금 바꿔볼까요? 태어나면 죽음이 있는 것처럼 어떤 일이 시작하면 끝을 맺는 순간이 옵니다. 죽음의 순간을 끝나는 순간으로 생각한다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됩니다. 친구와 놀고 헤어져야 하는 일,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가 끝나는 일, 책을 읽기 시작했으면 다 읽는 일 같은 것 말입니다. 신기한 것은 어떤 일이 끝나면 새로운 계기와 시작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학년이 된 다음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한 학년을 마치게 되는 일 같은 것이죠. 2학년에서 3학년으로,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말이에요. 그렇다면 계절도 비슷한 일이지 않을까요?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겨울이 되고 나면 한 해를 끝마치고 또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 주변에서 생명(시작)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죽음과 삶이 정 반대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이미 우리 곁에 죽음과 삶들이 함께 있는 것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저 슬픔에 잠겨서 힘들어하기만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무언가가 끝나서 결말을 맞이하는 일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활동 <생명과 죽음의 상징색 찾기>

생명과 죽음의 상징색을 찾아 각 글씨를 꾸며보자.

준비물: 도화지, 크레파스, 수체화 물감, 붓, 물통

1. 죽음과 생명에 대해서 각각 떠오르는 단어들과 색을 마인드 맵으로 그려봅니다.

생명은 새싹이 떠올라서 초록색, 바람이 느껴져서 하늘색, 흰색. 그리고 죽음은 어두운 느낌이어서 검은색, 혹은 땅에 묻히니까 갈색...  등등 각자의 상징색을 찾아봅시다. 

2. 각각의 상징색을 2개 이상 정해봅시다.

반드시 죽음의 색이나 생명의 색으로 정해진 색깔은 없습니다. 새빨갛게 영근 사과의 빨간색은 입맛이 돋고 단단한 생명력이 느껴지죠. 하지만 상처가 났을 때 흐르는 피의 색깔이기도 하기 때문에 죽음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3. 크레파스를 사용해 한자를 쓴다. 

반드시 크레파스를 먼저 사용해야 합니다!

4. 한자의 주변에 물을 충분히 묻힌 뒤 물감으로 수채화 기법을 사용해 글씨를 꾸며봅니다.

크레파스는 물과 섞이지 않기 때문에 글자를 헤치지 않고 주변으로 여러 가지 색들이 뒤섞이게 됩니다. 내가 고른 색으로 멋있게 도화지를 채워봅시다.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날 생(生)

 

 

다양한 상징색을 이용한 글씨들

 

수업을 마친 뒤...

가장 많은 준비물이 동원된 활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친구들이 가장 재미있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가장 재미있던 활동으로 기억하더라고요. 아마도 색과 물감의 힘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시간의 주제는 저에게도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막연한 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너무 무겁게 다루어지지 않았으면 해서 그 정도를 조절하는데 조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생명과 죽음을 시작과 끝이라는 비유로 잘 받아들인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Writings/이동은의 [한문이 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1. 5. 28.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