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s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5회] 현장의 잡일하는 아줌마들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현장의 ‘잡일’하는 ‘아줌마’들 처음 목공소에서 독립한 즈음 여덟 평 남짓의 식당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돈은 많지 않지만 멋진 걸 하고 싶다는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난 예산을 맞추겠다며 세 달여의 시간 동안 아등바등 혼자서 가구를 만들고,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설치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일을 한다고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공간을 만드는 일에는 다양한 전문적인 지식뿐 아니라 숙달된 노동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전기, 수도배관, 주방설비, 미장, 페인트 칠, 타일, 금속…. 나 혼..

[2020 한문이 예술] 여름② 나무 아래서 피하는 더위

Writings/이동은의 [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초등한문교실 에서는 사자소학을 통해 나의 관계(禮)에 대해 고민해보고 한자를 응용해서 세계를 표현(藝)해봅니다. 2교시 에서는 동은선생님과 한자를 배우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배우고, 생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여름② 나무 아래서 피하는 더위 1. 최초의 한자, 갑골문 지난 시간에 민혁이가 거북이를 키운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오늘은 수업에 거북이를 데리고 왔네요. 거북이를 보니까 여러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 한자는 거북이와 아주 깊이 연관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처음으로 쓰인 한자가 거북이 배딱지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갑골문(甲骨文)은 거북이 껍질(甲)과 소뼈(骨)에 쓰인 문자(文)라는 의미랍니다. 앞으로 수업을 시작..

[걸 헤이 유교걸 4회] 공자님은 자기계발이 좋다고 하셨어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공자님은 자기계발이 좋다고 하셨어 전공에 대한 거부감 2017년 겨울, 4명의 청년과 문탁 네트워크의 선생님들이 평창에 모였다. 인문학 공동체에서 오래 공부한 청년들이 가진 욕망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길드다가 탄생했으니, 길드다는 시작부터 많은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특출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내가 잘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과 함께 잘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길드다가 시작된 뒤로는 길드다 일에 허덕였다. 퀴어나 장애인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게 길드다의 멤버들은 그들만큼이나 ..

[2020 한문이 예술] 여름①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

Writings/이동은의 [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초등한문교실 에서는 사자소학을 통해 나의 관계(禮)에 대해 고민해보고 한자를 응용해서 세계를 표현(藝)해봅니다. 2교시 에서는 동은선생님과 한자를 배우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배우고, 생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여름① 雨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 1. 상상할 수 있는 문자, 한자. 안녕하세요. 여러분들과 수업을 하게 된 동은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한자를 배우고, 한자를 만들어 볼 겁니다. 한자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한자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문자에요. 우리가 쓰는 한글과 달리문자의 개수가 많답니다. 한글은 19개의 자음과 21개의 모음만 알고 있어도 읽고 쓰는데 문제가 없지만, 한자를 문제 없이 쓰려면 약 5만 자 중에서 2천 자 정도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한자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

[걸 헤이 유교걸 3회] 자의식 부풀리지 않고 SNS 사용하기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자의식 부풀리지 않고 SNS 사용하기 십 년차 SNS 유저 처음에 SNS는 지인과 일상·관심사를 공유하는 장이었지만, 요즘엔 그보다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피드가 스타일리시해보이면 그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DM(Direct Massage)을 보낸다. 잘나가는 식당이나 카페에 가려면 SNS에서 영업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예술가의 컨텐츠와 SNS에서 보여지는 라이프 스타일이 잘 어우러지면 SNS는 소비자들의 자발적 클릭을 불러일으키는 홍보 매체가 된다. 우리 또래에게 SNS에서 나를 드러내는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조건이 됐다..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4회] 마찰과 저항을 마주하기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마찰과 저항을 마주하기 목공을 시작한 이래로 ‘내가 목공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 할 만 한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목공 도구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일 것이다. 특정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물론 그것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 노하우를 익히는 것을 포함하겠지만, 요즘처럼 충분히 정보화된 세상에서 그런 정보는 접근이 매우 쉬워졌다. 이런 정보의 접근성은 때로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언젠가 클라이언트와 상담을 하던 도중 그가 느닷없이 가구의 구조와 수축 팽창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상담 전 이미 원..

[힙합인문학] '뉴욕열전' 발제 (1) - 뉴욕과 힙합의 탄생

Writings/송우현의 [힙합 인문학] 길드다(多)

송우현의 [힙합인문학]에서는 [랩인문학-장르 너머의 힙합] 수업의 강의안을 업로드 합니다. 힙합과 인문학을 엮어 다양한 질문들과 답을 모색해봅니다. 뉴욕과 힙합의 탄생 뉴욕을 가리키는 말이 몇 개 있다. ‘세계의 수도’.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이자, 세계경제, 문화, 패션의 중심지여서 붙은 수식어이다. 실제로 미국의 4대 지상파 방송국의 본부가 모두 뉴욕에 있다고 하며,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타임스퀘어 같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있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이렇게만 보면 화려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떠올리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빈민촌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한 도시이며, 세계적인 이민 도시이기도 해서 다양한 인종들이 살아가는 만큼 차별과 억압 또한 만연해있다. 이렇게 보면..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3회] 얽거나 짜서 만드는 방법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얽거나 짜서 만드는 방법 “개인들을 이런저런 속성이 부착되는 고정불변의 실체로 보는 원자론적 인간관은 개인적 정체성들과 여러 능력들 그 자체가 여러 가지 점에서 사회적 과정들과 관계들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아이리스 매리언 영, 『차이의 정치와 정의』 목공 반장님이 타카 핀을 갈아 끼우다가 집어던지면서 버럭 화를 냈다. “아니 이 형, 그렇게 성격대로 할 거면 여기 왜 왔어! 그럴 거면 직접 일 받아 해!” ‘이 형’이라는 분도 성격이 만만찮다. “어 알았다 그래!” 하고선 작업벨트를 풀어놓고 현장에서 ‘휙’..

[힙합인문학] '지금여기힙합' 발제 (2) - 힙합과 여성혐오, 힙합과 페미니즘

Writings/송우현의 [힙합 인문학] 길드다(多)

송우현의 [힙합인문학]에서는 [랩인문학-장르 너머의 힙합] 수업의 강의안을 업로드 합니다. 힙합과 인문학을 엮어 다양한 질문들과 답을 모색해봅니다. 힙합과 여성혐오, 힙합과 페미니즘 힙합과 여성혐오는 땔 레야 땔 수 없는 사이다. 힙합의 폭력적인 성향, 소비주의적인 성향과 더불어 여성을 하나의 액세서리처럼 여기는 성향은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본토의 성향을 가져온 한국힙합에서도 여성혐오 문제로 큰 이슈가 되었는데, 재밌게도 가장 크게 이슈가 되었던 사건은 힙합이라는 타이틀과 대립구도를 가지고 있는 아이돌 ‘위너’의 래퍼 송민호였다. 그가 쇼미더머니4에서 사용한 가사 중에 “내 앞에선 산부인과(에서)처럼 다 벌려” 라는 구절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 한 문장으로 산부인과협회는 즉각 명예 훼손으로 고..

[걸 헤이 유교걸 2회] 말해지지 않은 것까지도 살펴보기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말해지지 않은 것까지도 살펴보기 말은 잘해도 못해도 문제 내 친구 중 나와 가장 이질적인 감각을 가진 이는 중학교 동창 A다. A를 만나면 중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다. 우리는 구겨진 병뚜껑을 가지고도 10분을 웃는다. 물론 웃음기 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나는 종종 A에게 벽을 느꼈다. 그는 내 친구 중에서 유일하게 공무원을 준비하고, 값이 나가는 작고 귀여운 가방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질척거리는 공동체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사회문제에 감정이입 할 때면 A는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한편으로 내 말이 A에게 전달되지 않는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