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s

[보릿고개 프로젝트] 야금야금 미학 알아가기 1편 - 캘리그램의 파괴자 마그리트

Writings/이동은의 [한문이 예술] 길드다(多)

* [보릿고개 프로젝트]는 춘궁기를 겪는 청년들이 길위기금에서 고료를 받고 연재하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다섯 명의 청년들이 매주 돌아가며 세 달 동안 저마다의 주제로 세 개씩의 글을 연재합니다. 글은 매주 화요일에 업로드됩니다! 동은의 프로젝트: 야금야금 미학 알아가기 - 1편 캘리그램calligram의 파괴자, 마그리트 처음 파지스쿨을 시작했을 때,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N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노라쌤에게 캘리그라피1)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왜 그랬느냐? 내 글씨체로 말할 것 같으면,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왜 하필 1학년 2반 담임의 날려쓰던 글씨가 멋있어 보였던 걸까! 그 선생님의 글씨체를 쏙 빼닮은 덕에 나는 중학교를 졸업..

[보릿고개 프로젝트] 소학읽고 인싸되기 ⑴ 예禮, 처세술입니다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 [보릿고개 프로젝트]는 춘궁기를 겪는 청년들이 길위기금에서고료를 받고 연재하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다섯 명의 청년들이 매주 돌아가며 세 달 동안 저마다의 주제로 세 개씩의 글을 연재합니다. 글은 매주 화요일에 업로드됩니다! 고은의 보릿고개 프로젝트, 소학읽고 인싸되기 예禮, 처세술입니다 2013년 3월 29일 금요일, 아직 쌀쌀하지만 햇살은 좋음 갈까 말까 고민 했던 동기 엠티에 다녀왔다.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선발대로 출발했을 때까지는 들떠있는 분위기에 적응한 것 같았지만, 동기들이 한 데 모이고 나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과장된 몸짓으로 분주하고 정신없는 대화를 하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 언제, 어떻게 끼어들어야 하는 걸까? 멀리서 눈이 마주친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와는 ..

[보릿고개 프로젝트] 원효로 대수선 작업 일지 ① 리좀Rhizome, 백지의 환상을 깨고 지도를 그리는

* 보릿고개 프로젝트는 춘궁기를 겪는 청년들이 고료를 받고 연재하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다섯 명의 청년들이 매주 돌아가며 세 달 동안 저마다의 주제로 세 개씩의 글을 연재합니다. 글은 매주 화요일에 업로드됩니다! 지원의 보릿고개 프로젝트: 원효로 대수선 작업 일지 ①앎과 삶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우리 공부의 연장에서, 작업의 현장(원효로)과 공부의 현장(들뢰즈)을 연결해 세 편의 글을 씁니다. 리좀Rhizome, 백지의 환상을 깨고 지도를 그리는 “어디로 가는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어디를 향해 가려 하는가?이런 물음은 정말 쓸데없는 물음이다.백지 상태(tabula rasa)를 상정하는 것, 0에서 출발하거나 다시 시작하는 것,시작이나 기초를 찾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여행 또는 운동에 대한 거짓 개..

[보릿고개 프로젝트] 1968년, 어떤 그리고 모든 혁명의 질문 <1> “자유인”

Writings/차명식의 [두 전쟁] 길드다(多)

* 보릿고개 프로젝트는 춘궁기를 겪는 청년들이 고료를 받고 연재하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다섯 명의 청년들이 매주 돌아가며 세 달 동안 저마다의 주제로 세 개씩의 글을 연재합니다. 글은 매주 화요일에 업로드됩니다! 명식의 보릿고개 프로젝트 : 1968년, 어떤 그리고 모든 혁명의 질문 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이것은 역사의 변곡점마다 반드시 던져지는 질문이다. 미지의 한걸음을 앞두고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인 사람들에 의해. 자신이 지금 하려는 일이 무의미하지 않음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미 몇 번의 ‘실패’를 지켜봐온 사람들에 의해.그는 곧 다시 새로운 질문들을 낳는다. 만약 가능하다면, 세계는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무엇이 필요한가? 세계를 바꾸려는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책 읽습니다 ⑮] 1980년, 광주의 기억 - 한강, 『소년이 온다』

Writings/차명식의 <책 읽습니다> 길드다(多)

글 : 차명식 (길드;다) 1. 돌이켜보면 그 때 나는 녀석들에게 무언가 대단한 걸 기대한 건 아니었다. 단지 한 사람의 시선에서 역사의 기억을 바라보고 그에 이입할 수 있기를 바랐다. 지금 우리와 우리를 지나쳐가는 하루하루 역시도 그와 다르지 않음을 알아주길 바랐다. 나아가 자신의 질문으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아직 그러지 못하더라도 큰 상관은 없다 생각했다. 내 바람과 기대는 딱 그 정도였던 것이다. 녀석들과 『쥐』를 읽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소년이 온다』를 읽기로 결정했을 때에도.하지만 녀석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텍스트와 자신을 연결시켰고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앞서 읽은 책들을 통해 인지했을지도 모를 자기 삶의 문제들을 타인의 ..

[책 읽습니다 ⑭] 1940년, 폴란드 남쪽의 기억 - 아트 슈피겔만, 『쥐』

Writings/차명식의 <책 읽습니다> 길드다(多)

글 : 차명식 (길드;다) 1.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되었고 수업도 그 해의 마지막 시즌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세상.봄에는 ‘학교’였다. 여름에는 ‘집’이었다. 가을에는 ‘마을’을 하고, 겨울에는 ‘세상’. 처음부터 그렇게 네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해의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 익숙한 관계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깨어있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했기에 집보다도 학교를 먼저 놓았다. 익숙하다 여길 테지만 실은 턱없이 낯설 ‘집’이 두 번째였다. 늘 거닐면서도 지각 밖에 있을 ‘마을’은 그 다음이었다. ‘세상’은 마지막이었다.앞의 주제들을 다룰 때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시즌을 시작할 때에도 나는 어떤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아..

[책 읽습니다 ⑬] 그러므로 사람들은 다시 마을을 말한다(2) - 장성익,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

Writings/차명식의 <책 읽습니다> 길드다(多)

글 : 차명식 (길드;다) 1. 그날따라 아침부터 부산했다. 무심코 평소 시간대로 오는 아이들이 없도록 전화도 해야 했고, 미리 언질을 한 마을 장터 운영진과도 재차 연락해 일정을 확인해야 했다. 안에서 수업하는 것에 비해 여러모로 손에 많이 가는 야외수업이었지만 그래도 마을과 같은 테마에 있어서는 한 번 직접 체험해 보는 게 열 번 글로 읽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다행히 다들 제시간에 도착했고 날씨도 맑았다. 우리는 예정대로 시간에 맞춰 마을 장터가 열리는 마을 하천가로 출발했다. 야외수업이라고는 해도 막상 시작하고 나면 딱히 내가 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마을장터를 둘러보게 한 다음에는 마을 공동체에서 주관하는 마을투어 프로그램에 참가시키는 게 전부였다. 나는 현장..

<다른 20대의 탄생 16회> 지원 - 펜타토닉 스케일을 넘어!

글 : 김지원 (길드; 다) Smells like teen spirit 십대 시절을 떠올리면 나는 학교에 대한 기억보다는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몰려다니던 것이 주로 생각난다. 그런 기억들은 교실 안의 기억들보다 역동적이다. 밤에 엄마 몰래 집을 나가 친구들과 술 마시고, 건물 지하에 락카 스프레이로 아무 의미 없는 낙서를 하고, 다른 학교 아이들과 쌈질하고, 한 평 남짓 좁은 연습실에 대여섯 명이 모여 Nirvana의 곡을 몇 번이고 합주하고, 마음에 드는 여자 친구와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노력하던 기억들. 그야말로 smells like teen spirit이었다.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 같다. 지루한 수업, 똑같은 일상, 내가 학생이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주어진 일들로부터 말이다. 난 똑똑했다. 공부를..

<다른 20대의 탄생 15회> 고은 - “왜 그렇게 오래된 책을 읽어?”

글 : 김고은 (길드;다) 길드다 멤버들은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유투브 미니강의를 진행했다. 유튜브 미니강좌는 각각의 주제를 가진 네 사람이 15분씩, 총 3달에 걸쳐 강의하고 강의 영상을 유투브에 올리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우리 또래의 문제를 옛 할아버지들에게 물어본다는 컨셉의 를 준비했다. 강의를 하기 위한 강의안을 쓰고, 현장강의 리허설을 하고, 강의를 한 뒤에는 편집정보를 넘기고, 영상을 편집해주는 친구가 편집해주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우리의 예상보다 품이 훨씬 많이 들어갔다. 멤버들 모두가 다른 일들과 함께 준비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부족했고, 특히 나 같은 경우는 고전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삶의 양식으로써의 철학 내 첫 강의의 제목은 였다. 나는..

[책 읽습니다 ⑫] 그러므로 사람들은 다시 마을을 말한다 - 장성익,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

Writings/차명식의 <책 읽습니다> 길드다(多)

글 : 차명식 (청년길드) 1. 도시가 탄생한 뒤 그리 오래지 않아 사람들은 도시의 침묵을 알아차렸다. 도시에서의 삶은 이전보다 외롭고, 각박하고, 파편적이다. 한동안 그것들은 그저 견뎌내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곧 그러한 침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들은 도시에서의 새로운 삶의 형식을 발명하고자 했다. 그들은 그 형식의 이름을 다시 ‘마을’이라 했다. 언제부터인가 도시 곳곳에서 말해지는 ‘마을’의 이름은 도시 한 가운데서 전통적인 지역 공동체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의미한다. ‘슈퍼 아저씨’, ‘옆집 아줌마’, ‘아래층 할머니’ 등 한동안 익숙함의 루트에서 빗겨난 채 낯설음의 영역에 방치되어 있던 관계들을, 과거 시골 마을들이 그러했듯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다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