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자율카페는 처음이지? : 파지사유 커피머신 사용후기
파지사유는 자율카페입니다. 자율카페는 커피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나 주문을 받는 사람이나 알바생이 없습니다. 스스로 음료를 만들고 돈을 넣고 다 마신 후에는 컵을 씻고 갑니다. 파지사유에 커피를 마시러 오는 새로운 손님은 하루에 한두 명입니다. 왤까요? 예쁜 정원도 있는데...
제가 문탁(에 자주 나오는) 사람의 얼굴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손님은 보디랭귀지로 알 수 있습니다. '여기는 카페가 맞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소리도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옵니다.
새로운 손님이 파지사유에 오면 음료 만드는 것을 도와 드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부터 음료 만드는 방법을 모릅니다. 에이드만 먹어서 커피 기계는 낯설고 핫초코의 존재조차 잊었으며 냉장고에 든 병들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손님들이 왔을 때 제가 멈칫하고 있으면 파지사유에 있던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주러옵니다. 커피머신 옆에 음료 만드는 법이 적힌 ‘자율카페 레시피’가 걸려있는데 혼자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한번 어떤 손님을 혼자 만들게 내버려 둔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뭐가 어디 있는지 몰라 찾다가 잘못된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거나 같은 품목을 여러 개 개봉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음료 만들기에 도전한 손님이 있었는데 한참을 안내서를 처다보고 두리번 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도 똑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율카페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를 만들면 어떨까 했습니다.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저도 음료를 만드는 법도 익히고요.
먼저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한 번도 만들어 본적이 없는 ‘카푸치노’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저는 ‘자율카페 레시피’를 보고 그대로 만들었습니다. 헛갈리는 부분은 커피가 나오는 구멍 밑에 어떤 컵을 놓아야 하는가 였습니다. 바로 컵을 두면 되나? 아니면 스텐 컵을? 뜨거운 우유가 나올 때 일어나는 연기는 언제쯤 안 무서워질까요. ㅎㅎ 저도 뭔가 잘못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맘을 졸이는데 처음 만들어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할까요.
순서를 잘 따라하며 한잔을 만들고 보니 머신 위에 ‘카푸치노’라는 검은 버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건 뭐지? 컵을 밑에 두고 눌러보았습니다. 이 버튼은 누르면 우유와 커피까지 한번에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중에 우유와 커피를 합치는 것과 한번에 만드는, 두 방법의 차이점은 비주얼입니다. 하지만 후자가 더 쉬운데 왜 손님들이 보는 ‘자율카페 안내서’에선 따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 줄까요?
카푸치노 한잔은 옆에 있던 점심을 많이 먹어 배부른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배운 것: 우유 통에 호스가 우유에 담겨있지 않으면 뜨거운 우유가 나오는 곳에서 조금 튈 수 있습니다.
- 저는 step by step으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음료를 만드는 순서를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커피, 담금차, 허브티, 핫초코 등 파지사유의 모든 메뉴를 알려주는 ‘자율카페 레시피’가 있는데 필요가 있을까요? 수아의 말에 의하면 잘 읽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 그래서 다음 든 생각은 냉장고가 많은 파지사유의 음료 재료들은 어디에 있는가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체적인 공간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얼음은 여기, 얼음집게는 여기, 담금차는 여기...
- 파지사유에서 가장 비싼 물건인 커피머신도 처음 써보는 사람이 두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게 이 버튼은 무슨 버튼인지, 이 구멍에서는 무엇이 나오는지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새로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큐레이터 회의에 건의해 보아야겠습니다.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노력이 드는 일이겠네요.
초보자를 위한 음료제작 가이드를 만들었다고 해도 처음 온 사람은 자율카페가 낯설 테니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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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파지사유에서 열린 행사: 친구들의 출판 기념회 (9/15 sat)
아는 사람이 책을 내다니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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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하면 책상을 옮기는 데요, 혹시 모를까봐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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