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게으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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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희's first 일러스트 북




나는 게으르다. 아니 사실 나는 안 게을러. 세상이 너무 빠르고 내가 정상일 뿐이야.

보통 기상시간이 1시에서 2시라는 사실을 밝힐 때마다 주변에선 탄식이 터져 나온다.

와 부럽다.. 라든가

너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라든가

내가 너보다 하루를 7시간 먼저 시작한다. 라든가

나는 이런 반응에 대해 한 번도 내가 잘못되었다던가, 남들은 다 저렇게 사는데 나만 이상하다고 불안해 해본 적이 없다.

나는 게으르지 않기 때문이다.

:)

일단 나는 남들보다 훨씬 늦게 잔다.

새벽 2-3시에 자면 일찍 자는 것이고 늦게 잘 때는 5-6시에 잔다. 수면시간을 따지면 남들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그러면 그때 동안 무얼 하느냐?

여러 가지를 한다.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한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놀거나(술을 마시거나 피시방을 간다.), 작업을 한다.

작업이라고 하믄.. 새로운 비트를 찾아다니고, 비트를 만들고, 가사를 쓴다. 새벽이어서 녹음은 하지 못한다.

이런 나를 보고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도 좀 사람같이 좀 살아라. 삶에 긴장감이 하나도 없잖니?”

억울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것일 수도 있는데.

생각해보니 긴장감이 없는 것은 맞다. 나를 강제하는 것이 한 개도 없으니 지구력 없이 늘어지는 경향은 확실히 있다.

문제는 강제하는 게 있을 때도 그랬다는 거지. 안 그랬음 학교 잘 다녔겠지.

 

나는 현재 세미나 두 개를 하고 앨범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매일매일 책을 읽고 작업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힘든 일이다. 매일매일 노는 거면 모를까. 하루 작업을 했으면 그날엔 책을 안 본다. 하루 책을 열심히 읽었으면 그날 작업은 없다.

어 잠만 그러면 내가 알바를 하기 싫어하는 것도 다 내가 게으른 탓인 거 아니야? 내가 열심히 할 생각이 있으면 알바도 하고 작업도 하면서 음악으로 돈 버는 단계까지 가겠지. 음악도 열심히 못하고 책도 열심히 못 읽고 알바도 안 할거면 그냥 게으른 놈일 뿐이잖아.

 

그럼 나는 왜 이리 게을러졌는가. 이에 대해 엄마는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넌 나랑 똑 닮았잖니. 감각이 뛰어나서 뭘 하든 금방 감을 잡아. 그러다 보면 자만해지고 게을러지는 거지. 더 노력할 생각이 잘 안 드는 거야.”

엄마와 내가 똑 닮았다는 건 인정. 무서울 정도 닮아있다. 내가 감각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근데 어릴 적부터 할 줄 아는 것은 많은데 남들보다 월등히 잘하는 한 가지가 없는 게 고민이었던 것을 보면 맞는 말 같기도...

 

아부지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현아, 게임하듯이 공부를 해봐. 수학공식이 게임에 나오는 요소라고 생각하는 거지! 뭔가 더 호기심 생기고 그러지 않니?”

놀라워하는 반응을 기대하셨을 텐데, 나는 전혀 공감을 못했다. 게임은 게임이고, 노는 건 노는 거고, 공부는 공부지. 어떻게 게임하듯이 공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성적은 가면 갈수록 떨어졌고 게임실력은 늘어갔다.

 

지금의 나는 랩 실력이, 비트 메이킹 실력이, 공부하는 실력(?)이 늘었는가?

졸리다. 잠이나 잘까.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8. 9. 19.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