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페미니즘] 강좌 <N개의 성을 향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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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8

-시즌2/페미니즘/다섯번째시간 후기

-작성자 : 최현민









지난 길 위 민주주의 시즌에도 강의가 한 번 있었죠.

그 날 수업을 빠진 제게는 이번 강의가 길 위 인문학에서 처음으로 듣는 강의였습니다.

강의를 듣기 전에 저는 강의에서 명쾌한 해답을 얻기를 기대해요.

그런데 이번 강의는 오히려 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복잡한 생각과 정리되지 않은 의문들로 머리가 뒤죽박죽합니다.



문탁샘이 많은 얘기를 해주셨어요.

페미니즘의 개념부터 페미니즘의 계보, 다양한 성 정체성, 그리고 페미니즘의 숙명까지.

 그 중에서 강의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질문하고 생각하게 되는 건 두 가지였습니다.



성정체성은 다양합니다. ‘성별’이라는 한 축을 기준으로 갈라져서 두 영역만 있는 줄 알았던 성 정체성은,

축을 세 개로 나누니 많고 복잡해졌습니다.

Sex, Gender, Sexuality라는 세 경계선으로 나뉘어지는 성 정체성의 갈래를 보고 저는 의문이 들었어요.

“성이 단순히 두 개가 아니라 저리 다양하다면 애초에 그것들을 분류하는 경계선이 없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성적호감을 이성에게 혹은 동성에게 느낍니다.

성적 이끌림을 이분법적인 성별에 근거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이성 혹은 동성이라는 개념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성에게도 동성에게도 성적 매력을 느낀다면, 성적 지향에서 성별은 애초에 의미가 없는 건 아닐까요.

성별과 관계없이, 상대방의 성적 성향에 관계없이 성적으로 이끌리는 게 아닐까요.

꼭 특정 성별에 성적 호감을 느낀다는 생각은,

이분법적인 성의 사고방식을 익숙하게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성적 호감이 성별과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니, 성적 지향(sexuality)를 두 영역으로 분리하는 그 축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느껴집니다.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을 각 대치점에 세웁니다. 서로 갈등하는 존재로 규정합니다.

이분법적인 성별 분리방식.

페미니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전략이기도 하면서, 페미니즘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고 문탁샘은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분법적 분리방식을 해제하지 않고서도 페미니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구분을 해제하기 전에 저는 필요한 게 있다고 느낍니다.

이 생각은 급진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남성들의 리그에 끼지 않아. 너희들이 치켜 세우는 남성성은 후졌어”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사고방식을 문탁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방식의 생각은 그동안 억눌려왔던 여성성의 지위를 신장시키는 것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문제가 생깁니다. 남성성의 가치를 무시하는 새로운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분리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대신 각 성격을 가치판단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성성은 긍정적으로, 여성성은 부정적으로 혹은 남성성은 열등한 것으로, 여성성은 존귀한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느낍니다. 분리는 있지만 차별은 없어야 합니다.

남성성에 속한다고 하는 권위주의적 성향, 과격한 태도 등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남성성에 속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각 성향들이 현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이여서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여성성에 속한 특정 성질도 바람직하지 않게 비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성성이 비천하다는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여성성과 남성성을 가치판단의 잣대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외에도 질문을 던지게 되고 같이 얘기를 나누고 싶은 내용이 있었어요.

강의 전에는 고민하지 않았던 점들도 생각하게 됐고요.

 정신없이 생각하다 돌이켜보니, 앞으로 저희가 고민하면 좋을 큰 방향을 문탁샘이 짚어주셨다는 게 느껴졌어요.

내일 하게 될 세미나가 기대됩니다. 나누고 싶은 얘기가 많네요.


 


후기가 늦었습니다. 몇 번을 쓰고 지우고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죄송합니다...ㅠ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8. 3. 5. 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