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페미니즘]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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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8
-시즌2/페미니즘/영화 <안토나아스 라인> 감상평














강수아


   페미니즘적 영화라 해서 무거운 내용인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위트넘치는 영화였다. 안토니아가 딸 다니엘을 낳고 다니엘은 딸 테레스를 낳고 테레스는 딸 새리를 낳으면서 대가족이 만들어진다. 그 외에도 남들에게 차별받거나 무시당하는 사람들이 안토니아의 집을 안식처로 삼으면서 차별없고 사랑스런 공동체가 형성된다. 사람들이 안토니아의 집에 모여서 음식을 먹거나 일을 하는 장면이 나올때면 영화를 보고있는 나도 그곳에 있는것처럼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마을 사람들이 사고로 죽어나간다. 한 명은 아이를 낳다가, 한 명은 트렉터 사고로, 한 명은 자살로.. 안토니아는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눈을 감고 영화는 끝난다.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 있었던 장면을 고른다면 미친 마돈나가 보름달이 떠오를 때 마다

   달을 보며 늑대처럼 울부짖던 장면을 고를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미친 마돈나라서 그랬나?


 


 

김해은


   내 기본적인 생각들이 많이 후드려 맞은 만큼 의문도 많이 든 영화였다. 다니엘이 애를 갖고 싶다고 말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왜 애를 갖고 싶어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애’를 갖고 싶었고 ‘남자’는 싫었기 때문에 결국에 ‘남자’를 사귀지 않고 ‘애’를 가지는 다니엘을 보면서 신기하다고 느꼈다. 애를 키우는 것은 이성과 함께해야 하는 일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또 테레즈가 임신을 하고 출산을 고민하는 부분에서도 내가 ‘임신을 했으면 출산은 거의 당연한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김민영


   시간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영화인 듯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여성’에 대한 시각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자연스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도 따라왔던 것 같다. 삶을 살아나간다는 것, 죽는다는 것, 시간이 흐른다는 것. 떠올리면 망막하고 몽롱해지는 것들이다.


   영화 속에서의 여성들은, 그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갔다. (영화 안의 서술자 자체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안토니아와 그녀의 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으며, 당연하게도, 남성과 다를 것 없이 그녀 자신들만의 삶을 살았다. 특히 안토니아와 그녀의 딸 다니엘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늘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누군가가 필요해서 혹은 필요로 해서 요구하는 일─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엄마가 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할 때, 그것들─섹스, 연애, 결혼, 육아, 공부(직업) 등─을 해나갔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을 감기 전에 안토니아의 표정이 계속 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온화하고 따듯하지만 덤덤하고 강한 그 눈동자가 아직도 강렬하다. 


   페미니즘은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완전 정신 나간 이데올로기’일 수 있지만, 이 영화 속에서 수많은 인격모독과 폭행 그리고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하는 여성들처럼, 누군가에겐 ‘살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도 그렇다. 나는 물론 고작 열여덟밖에 먹진 않았지만, 이 열여덟이라는 내 인생에 두 번은 없을, 이 소중한 시간동안 나는 혐오 받고, 무시당해왔다. 나, 그리고 우리는 이 살기위한 몸부림과 처량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보여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면 더욱 크게 발버둥 쳐야한다, 들리지 않는다면 더욱 크게 울부짖어야한다. 안토니아의 덤덤하고 강렬한 그 눈동자를 기억하면서, 우리는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한다.


 


 

김현민


   안토니아스 라인 보면서 눈물도 한방울 흘리고 훈훈하고 행복하게 봤어요. 영화를 보면서 '여성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남성이 필수조건이 아니다.' 라는 메세지가 저한테 잘 전달됐어요. 근데 고은언니가 영화후기에 이야기 해볼만한 논점이나 궁금한걸 적으면 좋을것 같다고 했는데, 영화가 나온 시대배경에 비해 충분히 훌륭한 영화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어떤 논점을 제시할지는 모르겠더라구요. 영화적인 내용 말고 페미니즘 적으로 어떤 논점을 이야기 할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다른분들 리뷰 찾아보다가 돼새김질 하는 리뷰 링크를 걸어요!


 






 

 








 김규태


    영화를 본 지금 당장 드는 생각은 “복잡하다”다. 일단 인물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잘 안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누가 누구인지 알아맞히기 힘들었다. 죽음과 약자, 종교 등에 대한 이야기에 몰입하느라 더욱 그랬다. 이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 해도 충분이 어지러운데.


   이 영화에 대해 깊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파온다. 농담이 아니라 지금 진짜로 속이 안 좋을 정도로 어지럽다. 크록핑거라는 인물이 특히 그랬다. 그는 염세주의를 뜻하는 인물로 "더 나아지는 건 없다. 달라지는 것만 있을 뿐..." 이라는 말과 테레사가 사라를 낳는 것을 반대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이 인물의 주장에 대해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반응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모르겠다. 계급제가 사라져서 세상이 나아졌다고 보기에는 이름만 사라진 계급제가 나타나게 되었고 먹을 것이 부족해서 고달픈 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아직 저소득층은 그렇지 않은 것 같고 무엇보다 먹을 것에 대한 고민이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연장되어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머리 아픈 이유는 이 영화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다가온 영화라고 하면 주토피아가 있다. 다수의 약자와 소수의 강자에 대한 문제제기는 많이 봐왔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수의 약자였던 강자와 소수의 강자였던 약자의 이야기는 처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토니아스 라인』 세상의 이야기는 당연한 세상의 이야기다.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 하지만 현실이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예전부터 온 내 생각이다.


 


 

김수현


 방금 파지사유에서 폰으로 다 봤어요. 시간순에 따라 담담한 흐름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네요. 치밀하고 복잡한 플롯 구성 없이도, 은유적인 장면들을 잔뜩 넣지 않고도 충분히 속 깊은 메시지를 품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 영화는 메시지를 '주장'하려 들지 않고 그저 보여줘요. 가감없이, 어떤 꾸밈도 없이. 그래서 더 가슴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아요. 러닝타임 내내 4대에 걸쳐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작은 모니터 너머로 바라봤어요. 여성 스스로가 삶의 중심이 되고, 편견이 전제되지 않은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들에겐 남편도 아들도 필요하지 않았어요. 그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역할을 굳이 고집하지 않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알려줘요. 자유롭게 사랑도 하고 출산도 하면서요. 마침 미래에 제가 살아갈 가족의 모습에 대해 많은 고민과 의문이 떠오르던 참이었는데 이 영화가 제게 어떤 예시를 보여준 것 같아요. 사실 안토니아의 공동체는 제가 원하는 방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굳이 정상(이라고 사회가 부르는)을 고집하지 않고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삶과 가족의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8. 3. 5.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