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투정아닌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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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이 책은 확실히 단어나 문장이 어렵지만, 얘기하고 있는 내용이 참 마음에 든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처럼 경제를 성장이라는 틀 안에서만 보고 찬반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요상한 점들을 집어서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상식이 현실과 동떨어진 거라고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빈곤과 발전, 여가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만났고, 내가 알게 된 것에 대한 생각과 조금의(?) 불만을 털어놓고 싶다.


  첫 번째는 빈곤에 대한 것이다. 책에서는 빈곤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나는 <‘근원적 독점에서 생기는 빈곤>을 처음 접했다. 이것은 20세기가 되면서 지금까지 존재했던 적이 없는 상품이 처음 등장하고, 그 상품이 있으면 좋은 것에서 없으면 곤란한 것으로 변해가며 그 제품을 살 수없는 자들을 가난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걸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스마트폰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유행하는 모든 상품들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유행한다거나 다른 사람이 다 가지고 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았던 물건을 사서 거기에 발이 묶여 버린다. 또 이제는 사회가 (정확히 는 물건을 팔아 그 자리를 독점하는 기업이) 그 물건이 있어야만 가능한 서비스나 혜택을 만들어서 그것이 없어도 가능했던 생활마저 불편한 것으로 만들어 버려 끊임없이 빈곤을 재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물건들을 가진 겉모습을 보며 풍요로움을 찾고, 과시하지만 모순적으로 마음은 병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대항발전에 대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발전이 아니라, 인간사회 속에서 경제라는 요소를 줄여가는과정을 말한다. 나는 이걸 일중독, 소비중독과 관련짓고 싶은데, 그 이유는 요즘 이 두 가지를 빼놓고 다른 행동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들자면,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요새 애들은 제대로 놀지를 못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또래는 소비하는 놀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친구들끼리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라도 노래방을 간다거나, 놀러 가는 곳도 놀이동산, 시내구경, 맛집으로 한정되어있다. 우리는 방 안에 모여서 논다고 해도 pc나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며 논다. 같이 운동하며 뛰어노는 놀이를 했던 기억은 까마득한 것이다. 어른들도 다를 건 없는 것 같다. 일에 치여 살거나 소비에 중독되어 살거나. 새삼 우리가 경제인간이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다. 아까 대항발전은 이러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인문학이 아니더라도 공통의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무리가 필요할 것 같다. 또 몸을 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정부의 제도에서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

 

  세 번째는 여가와 노예의 관계이다. 잘 노는 것은 참 중요하다. 그 이유는 내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어른들은 회사를 자유롭게 그만둘 수 없고,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벌써 (별 의미도 없는) 교과서 예습과 복습에 시달리며 밤 11시를 넘어 잠이 든다. (시골에 사는 내 동생마저도!)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 사회에 여가와 자유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가가 없는 사람을 노예라고 정의한 것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예로 살고 있다는 게 아닌가? 인간이 행복할 권리가 있다면서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 이 사회가 참 밉다.


  누구나 나처럼 자본주의의 빈곤과 발전, 여가에 대한 불만은 가져봤음 직하다고 확신한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생각을 했어도 주변에서는 학교공부를 안 하려는 투정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았던 것 같다. 또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비현실적인 것을 꿈꾼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투정들은 행복을 찾으려는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내가 이것을 실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이유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이번 인문학 수업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내년엔 문탁 사람들과 지내봤으면 하는 마음이고, 인문학에서 깨달은 걸 통해 자본주의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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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8. 3. 11.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