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민주주의] 영화 <배틀 인 시애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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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9

-시즌1/민주주의/여섯번째시간 후기

-작성자 : 김수현








   안녕하세요, 무려 일주일만에! 겨우겨우 후기를 올리게 된 김수현입니다.


   일주일동안 후기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어요. 죄송합니다 ㅠㅁ ㅠ 




   저번주에 우리는 영화 <배틀 인 시애틀> 을 감상한 후 서로 의견을 나눴습니다.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실제로 있었던 WTO 반대 시위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세계화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라는 빛 좋은 명분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사실상 거대 자본과 기업들의 배를 불릴 뿐 그러한 권력의 가치에 반하는 것들은 철저히 무시되기 때문입니다. 값싼 가격으로 들어오는 수입품들은 상대적으로 힘 없는 사람들이 설 자리를 위협합니다. 따라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들은 WTO 유치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변화라고 판단하고, 시위대를 결성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처음 그들의 의도는 아무도 다치지 않는 비폭력시위였을 것입니다. 한데 모인 사람들은 개성적인 분장을 하거나 피켓을 들고, 노래와 구호를 외치며 평화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표현합니다. 하지만 일부 아나키스트 집단이 기물파손을 시작하며 분위기는 점점 처음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규모가 최루탄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자 경찰은 폭력 진압을 시도합니다. 헬멧의 막을 경계로 바깥과의 시선을 차단한 채 경봉을 휘두르며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하고, 시위를 이어나가려는 사람들을 보이는 대로 구속합니다. 방송되는 뉴스에는 공권력의 일방적인 폭력은 가려지고 시위대 일부의 폭력적인 면모만 부각되어 나타납니다. 이런 상황을 알리려는 언론인의 행동조차 가로막힙니다. 이 또한 일종의 구조적 폭력입니다. 급기야 시위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경찰관의 아내가 복부를 강타당해서 유산하기도 합니다. 아마 러닝타임 중 가장 충격적이었을 이 장면은 대립하지 않는 이들조차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영화의 막바지에서는 억울하게 구속되었던 사람들이 모두 풀려나고, WTO도 취소되며 나름의 해피엔딩을 맞습니다. 비록 그 과정은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거대 자본의 폭력을 막아낸 셈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비폭력시위와 폭력시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999년에 시애틀에서 있었던 이 시위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폭력적이었다면, 시위대는 과연 마지막까지 싸워나가며 WTO 취소라는 목적을 이룰 수 있었을까? 만약 그러지 못하더라도 비폭력이라는 가치를 끝까지 수호하는 것이 더 옳았을까? 라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 물음을 던지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2008년 7월, 촛불시위가 점점 폭력적으로 전개되며 열기가 뜨거워지던 때에 사제단의 주최로 시국 미사가 열린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제단은 국민의 승리를 선언했고, (사실 일종의 정신승리) 이들의 등장을 분기점으로 촛불은 다시 비폭력적인 방향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시위대의 열기도 순식간에 약해져서 그 이후로 더 이상의 대규모 동원은 없었고, 시민들의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습니다. 폭력과 분노라는 강한 감정에는 분명 어떠한 결집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껏 막연하기만 했던 비폭력, 폭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시위대는 당장의 행동을 통해 1999년의 WTO를 막아낼 수 있었지만, 몇 년이 흐르고 나서는 결국 체결되었습니다. 그들의 노력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것이 바뀌기 마련이고 미래에 무엇이 바뀌게 될 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어릴 때는 시위할 때마다 차벽을 치고 통행을 막고 방패 같은 것을 들고 서 있는 경찰아저씨들이 원망스럽기만 했지만, 이 영화를 보고 모두가 각자만의 사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입장이 모두에게 언제나 무조건 옳을 수는 없습니다. 명식쌤은 그럼에도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생각해보고, '시위를 왜 하는가' 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답이 이번 시간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각자 생각해보도록 하죠.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밀양 탐사 사전준비를 어떻게 할지 의견을 나눴습니다. 우선 제 경우 다음 시간에는 '사상으로서의 3.11' 이라는 책의 일부분을 읽고, 모두 각자 자신이 읽은 부분에 대해 10분가량의 강의를 준비해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이번에도 양평도서관에는 책이 없네요ㅠㅠ.. 양평도서관 왜 이렇게 구릴까요. 벌써 열두시인데 얼른 가서 조금이라도 읽어야겠습니다. 모두 3시간 후에 만나요! 흑흑








댓글


김해은 / 2017.04.29 15:02:28

아 안올리려고 하다가 진짜 양심찔려서....  며칠전에 읽은 기억에 의존해 쓴 것이라 내용도 너무 짧고 제대로 썼는지도 모르겠ㅇ니요.... 제 양심의 양만큼 쓴 것 같네요 호..ㅎ호..

차와 도로가 생겨서 발생하는 공해 등의 사회적 비용을 차의 소비자도 아니고 생산자도 아닌 사람이 떠안게 된다. 이 값만큼 내부비용에서 외부비용이 되니 차값이 원래보다 싸지는 것이다. 전기도 마찬가지로 원전이나 송전탑 주변의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 사회적 비용을 떠안게 된다. 밀양도 도시사람들에게 전기를 보내기 위해 피해를 본다. 이런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연이 입은 피해는 어떻게 할까. 애초에 이런 일들이 보상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일들일까.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8. 3. 5. 1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