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민주주의] 밀양을 다녀오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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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5

-시즌1/민주주의/밀양에 다녀오다(2)

-작성자 : 김고은









4. 5월 20일 오전, 평밭마을과의 만남




   ▷ 평밭마을 큰 도로 바로 앞에 세워진 송전탑에 대해 어진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감사하게도 평밭마을 어르신들께서 많이 와주셨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아침부터 또 어진이 출동했습니다. (정말 고마운 어진!) 저희를 평밭마을로 싣고가기 위해서입니다.

가는 차 안에서 모두 딥슬립을 하고 도착한 평밭마을. 큰 도로 바로 옆에 떡하니 세워진 송전탑!

평밭마을은 합의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절반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합의비용도 무려 900만원!

동화전은 200만원대였는데... 차이가 엄청납니다..





   ▷ 폭풍 눈물





어르신들이 어떤 고초를 겪으셨는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상깊었던 건, 계속해서 어르신들이 훗날을 걱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밀양을 지켰다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내일죽어도 이상하지가 않다는 할머니 할아버님들은, 이런 일을 겪어보니 이 세상에 너희가 설 곳이 없겠더라 싶으셨다고 합니다.

저는 가족 중에서도 가까운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어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습니다.

저에겐 밀양이 제가 처음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인듯 합니다. 아 할머니,할아버지의 마음은 이런거구나싶어 너무 놀랐습니다.

인생을 살 만큼 사시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이토록 험한 싸움에 가담한다는 건 어떤마음일까..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나봅니다. 저는 옆에서 친구들이 훌쩍거리길래 밤 사이에 추워서 감기가 걸렸나 했더니..

그게 아니라 폭풍 눈물을 흘리는 중이었습니다. 민영이, 해은이, 김현민이는 휴지까지 뜯으며 울었습니다.

어르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은 질문이 있냐는 말에 아무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들은 돌아오는 차에서도 딥슬립하기 전까지 눈물을 훔쳤습니다.

저와 명식 뺴곤 눈물을 훔치자, 어진이 저와 명식은 마음이 차갑냐고 놀릴정도로 분위기가 숙연했습니다.





   ▷ 어진이 찍어준 단체사진. 동화전만 가지 말고 평밭마을에도 오라는 어르신들은 전언이 있었습니다.




몇몇의 친구들은 밀양에 계속 와야할 것 같다고,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 했습니다.

그 기점이 세 군데 있었는데요. 영화 <밀양 아리랑>을 보고 난 후, 귀영쌤 만나고 난 후, 평밭마을 어르신 만나고 난 후였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서, 앞으로 계속 밀양에 와야할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가서 기쁩니다.







5. 귀영쌤의 황송한 대접과 정신없을 뻔했던 도착




   ▷ 귀영쌤이 차려주신 엄청엄청엄청 진짜진짜진짜 맛있었던 국수!!





귀영쌤이 전날 저녁에, "점심 나가서 사먹지 말고 들어오라 해줄테니" 하셨습니다.

가는 곳이 먼 평밭마을인줄 모르고, 가까운 위양마을인줄 알고 하셨던 이야기였습니다.

먼 평밭마을에 가게되어 이치우 어르신 분신장소에 가보지 못하였지만, 대신 귀영쌤의 국수를 얻어먹었습니다.

와 진짜진짜 맛있었습니다. 안먹어본 사람들 약오를 정도로 진짜 맛있었어요!

귀영쌤과 어진의 황송한 대접에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미션을 하나 얻어왔어요.

6.11 행정대집행의 날을 되새기는 날에 와서 아이스크림을 쏴라!



귀영쌤네 댁에서 출발할 때만해도 늦을줄을 몰랐으나... 

어떤 분의 차 때문에 빨리 빠져나가지 못하고 (심지어 마음이 급한 어진이 서두르다가 차 문 긁었습니다..ㅜㅜ)

또 하필 저희 갔을 때가 밀양아리랑 축제하는 때라서 시내에 차가 무지 많아서 또 놓치는 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어진이 인터넷예매했냐고, 취소할 수 있냐고 할 정도로요 (ㅜㅠ)

그러나 다행이 어진이 무지 밟아서 딱 맞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수원에서 출발할 때도 뛰고 밀양에서 출발할 때도 뛰나 했는데 말입니다..ㅋㅋ 







길 위의 민주주의 팀은 이제 마무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아직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계속 맞지를 않아서 모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주를 더 미룰지 함께 얘기나누는 중입니다. 

모두 함께 이번 밀양의 기억을 잘 남길 수 있도록 해봅시다!








댓글


최현민 / 2017.05.25 12:34:39

밀양에 가기전부터 저도 사회문제에 나름 관심이 많았어요. 세월호 사건이 있었을 땐, 매번 신문을 들춰 관련기사를 찾아보고, 시위현장에 나가서 사람들과 같이 분노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밀양에 다녀오고나서 느꼈습니다. 사회문제에, 국가의 불의에 분노할 때도, 그 마음이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나온게 아니었단 걸요. 작년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간담회를 진행하며 유가족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을 때도, 그분들의 슬픔과 분노를 같이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밀양탐방에서는 사건 이전에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정리하면서 밀양할머니들은 사건 피해자 이전에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사람으로 만났을 때, 그분들의 말씀은 훨씬 크게 마음을 울렸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그분들의 감정에 다가갔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사람을 먼저 만나니 '밀양 송전탑'이라는 사건도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밀양을 대하는 감정이 좀 더 생생한 것 같습니다.

고작 이틀이었지만 저에게는 많은 게 새로웠고, 충격이었어요. 앞으로 밀양에서도, 그리고 다른 문제에서도, 사건보다 사람을 먼저 만나고 싶고, 또 그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김해은 / 2017.05.25 21:04:58

저는 이번에 하나의 사건으로만 보던 밀양에 사람이 살고있었다는 걸 눈으로 보았지만 그 분들의 인간적인 부분을 아주 많이는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송전탑과 관련된 얘기를 주로 나누다보니 그외의 것들을 체감할 시간이 적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제가 그냥 무딘 인간일수도.. 얘기를 들을때보다 안아주실때 더 눈물이 난 것도 사람인게 딱 딱 느껴져서 그런거겠져. 그래도 처음으로 사건을 사람으로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여러가지 많았던 것 같은데 그냥 모르겠다는 말로 넘어가도록 하죠.


시현 / 2017.05.26 16:45:24

밀양 기사를 읽고, 책도 읽었고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똑같은 이야기도 어르신들한테서 직접 들었을 때와 글로 읽었을 때 와닿는 크기가 달랐고, 영화나 책에 표현된건 수위조절을 한 정말 약한 부분이라는 걸 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요. 평밭마을에 어르신들이 우리는 곧 죽으니까 상관 없지만 너희한테 좋은 땅을 물려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가장 힘이세다고 스스로 말하신 할머니가 혼자서 일곱명을 상대한 얘기를 하시고 안아주신 다음에 단체 사진을 찍으려고 앉으시는데 다리가 정말 불편해 보이시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물론 더 심했고요... 저 분들이 싸우실 때 나는 뭘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에 수현이 언니가 한 질문은 저도 정말 오래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제 와서 이틀만 갔다온게 부끄럽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확실해지네요.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8. 3. 5. 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