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겨울 다섯 번째 시간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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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년 1월 6일

작성자: 이동은






  오늘은 소설이 원직인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노인>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원기는 소설도 보고와서 더 재밌게 봤을 것 같아요. 주인공 알랭은 100살이 되도록 치매도 없고 거동도 멀쩡한 노인입니다. 알랭은 무슨 변덕이 생긴 건지 100일날 생일날 요양원의 창문을 넘어 도망칩니다. 요양원의 생활이 불만스러웠던 건지 터미널로 가서 정확한 행선지도 없이 무작정 가지고 있던 돈을 털어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곳으로 떠납니다. 


  할아버지의 젊었을 적 인생사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영화는 할아버지의 젊었을 적 이야기와 창문밖을 나선 이후의 이야기로 나뉘어서 진행됩니다. 알랭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알았습니다. 그건 바로 "터뜨리는 것!" 쾅쾅 터지는 것을 좋아하던 알랭은 전쟁이 있던 시기와 잘 맞물려 다이너마이트 제조 공장에 취직하게 됩니다. 거기서 친구 '프랑코'를 만나게 되는데 이름답게 혁명과 계몽을 외치고 다니는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를 따라 스페인내전에 관여하게 되는데, 알랭은 그저 마음껏 다리를 폭파할 수 있어서 따라간 것 뿐이었어요!


  그렇게 세상을 떠돌아 다니다가 미국에서 맨하탄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듣고 웨이터로 취직해 핵폭탄 제조에 결정적인 관여를 하게 됩니다. 결정적인 관여라고 해봤자 과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던 걸 알랭이 가지고 있던 경험들로 명쾌하게 풀어냈다고 한게 더 가까울 겁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알랭은 미국 정부에게 러브콜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러시아 과학자의 꼬드김에 넘어가 스탈린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노동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아인슈타인의 동생을 만나 미국으로 돌아온 후 CSI와 러시아를 돌아다니는 이중첩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100년 세계사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할아버지인 거죠. 


  하지만 알랭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화를 내거나 당황하지 않습니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떠나기 전 폭주족에게 돈이 잔뜩 든 트렁크를 받습니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돼요. 집 한체만 덩그러니 있는 곳의 노인과 함께 도망치고 그러다 안배운 것이 없는 청년과 만나고, 코끼리를 가지고 있는 여자와 만나고... 인물들은 또 기묘하게 모두 엮여있어 나중에는 발리(!)에서 만나게 됩니다. 발리에 간 이유는 알랭이 수영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알랭은 즐겁기만 합니다.


  알랭의 엄마는 죽을 때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라는 말을 남기고 죽습니다. 알랭이 어떤 상황을 겪게 되든 엄마의 유언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은 100세가 다 된 노인이 요양원을 탈출한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닥쳐온 모든 일을 지나온 할아버지가 가만히 요양원에 앉아있을 수 없지 않았을까요? 즐겁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나쁘게만 바라볼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하는 것마다 다 잘 되서 부러웠다는 친구


  할아버지가 되게 막 행복해보여서 좋았다는 친구..


  할아버지가 사는 게 좋아보이긴 하는데 너무 막사는 것 같아서 위험할 것 같다는 친구...


  다음 시간에는 <가난뱅이의 역습>을 읽고 만납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김정석

2016.01.11 
20:11:46
(*.238.200.91)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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