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겨울 세 번째 시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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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년 12월 23일

작성자: 차명식






 

  안녕하세요, 명식입니다.


  중등인문학교 겨울시즌, 이번 주에는 수업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열두 명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정석, 정현, 가현, 소윤, 혜윤, 윤재, 동희, 시은, 연희, 윤수, 원기, 채진. 이렇게 열 두 사람이 모이고 나니 세미나실도 갑자기 꽉 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다음 주에는 다시 몇몇 친구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나오지 못하지만, 가급적이면 많은 시간들을 이렇게 다 함께 모여서 수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주에 읽은 책은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잃고 체로키 족 인디언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작은 나무’의 이야기지요.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하는 인디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많은 것이 다르고도 특이했고, 그 때문인지 각자가 인상깊게 읽은 부분들도 열 두 사람이 다 달랐습니다. 마음 같아선 저번처럼 열두 사람의 이야기 각각에 대해 다 다뤄보고 싶지만, 너무 후기가 길다는 지적이 들어온 관계로^^;; 좀 줄여보자면…….

 

  우선은 인디언들과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서는 작은 나무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산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옵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 그 곳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묘사도 많구요. 장엄한 자연을 맞닥뜨릴 때마다 작은 나무가 느꼈을 감동과, 또 개들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을 나누어주는 것이 개들에게 행복할 것이라며 마치 친구, 형제처럼 개들을 대하는 할아버지의 태도 등등. 분명 오늘날 우리가 자연을 대할 때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었지요.

 

   인디언들의 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보았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용하는 단어 kin을 통해 ‘오직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또한 사랑할 수 있다’는 말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어보았습니다. 꼭 이해할 수 있을 때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랑함으로써 이해하고 싶어지는 일도 있지 않을까? 다양한 종류의 ‘사랑’ 중 어떤 사랑이 이해와 함께 가는 것일까? 등등. 인디언들의 말에는 말 하나 당 하나의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함의가 그 안에 담겨있습니다. 그것을 되씹으며 느껴지는 다양한 맛을 음미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디언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말해보았습니다. ‘너구리 잭’과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 백인들의 침략에 맞서 싸웠던 인디언들의 수난사와, 강제로 땅을 빼앗기고 이주 당할 때에도 끝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고 가족들의 시체를 안고서 걸었던 체로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왜 그들은 그렇게 싸웠을까. 왜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저항했을까. 그들은 무엇을 지키고 싶었던 것일까. 그들의 지난 역사가 그들의 삶과 행동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이것과 관련하여 ‘기독교인과의 거래’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고, ‘눈물의 길’을 생각하며 울컥 치밀어오르는 마음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려고도 했습니다. 책을 보다 여러 방향에서 읽을 수 있었지요.


  인디언들이 ‘영혼’에 대해 갖는 생각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우리의 삶을 꾸려가는 마음, 즉 몸을 편하게 하려는 마음과, 또 우리의 영혼을 꾸려가는 마음, 즉 영혼을 편하게 하려는 마음. 얼핏 보기에는 잘 와닿지 않는 것이지만, 사실 우리도 삶 속에서 몸이 편한 방법과 양심의 가책이 되지 않는 방법 사이에서 방황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그 가르침은 매우 가까이에 있는 것이었지요.


  그는 시애틀 대추장의 글을 읽으면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땅과 모든 자연은 우리의 형제 자매인데, 그것을 어떻게 사고 팔 수가 있는가?’ 지금 우리는 당연히 땅을 가질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애틀 대추장에겐 아니었지요. 지금 우리는 당연히 물을 사고 팔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봉이 김선달에게는 아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곧 공기를 사고 파는 시대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시애틀 대추장은 그렇게 되리라 경고했고, 그 때 우리가 고통을 겪게 되리라 경고했습니다.


  인디언들의 가르침은 얼핏 감성적이고 동화같이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혼의 마음’과, ‘시애틀 대추장의 글’을 통해 우리는 그것이 의외로 우리에게 아주 가까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작은 나무가 학교에 가는 대신 인디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라며 배운 것은 그러한 것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 세상. 그 세상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


   다음 주에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나머지 부분을 읽으며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늘 하던대로, 각자가 인상깊게 읽은 부분을 적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저번 시간에 깜빡 잊고 간식 당번을 정하지 않았는데 ^^;; 아직 하지 않은 친구들 중 저랑 동은쌤이 임의로 정해서 메시지를 보낼게요. 아, 그리고 이번 주에 감기 걸린 친구들이 있었지요. 다들 몸조심해서 다음 주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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