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겨울 첫번째 시간 <잘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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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년 12월 7일

작성자: 차명식







  안녕하세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 그리고 동은쌤과 함께 중등인문학교 겨울 시즌 첫 시간을 함께한 명식입니다. 이번 주제와도 딱 들어맞는 책, 〈잘 산다는 것〉으로 첫 스타트를 끊었는데요. 원기, 시은, 연희가 사정으로 오지 못한 대신 나머지 아홉 사람, 채진, 혜윤, 가현, 동희, 정석, 정현, 소윤, 윤수, 윤재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열두 명 모두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름도 어서 다들 외워야 하니까요^^;;


  각자의 소개를 마친 다음, 처음으로 가진 순서는 〈잘 산다는 것〉을 읽으면서 각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나누는 시간이었지요. 아홉 사람 모두가 각기 다른 부분을 짚어주었고, 모두 인상 깊었던 이유도 그를 통해 느낀 점도 달랐습니다.


  채진이는 농부 파홈의 이야기를 골랐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땅을 가지려 욕심을 부리다 죽어 묻힐 땅 두 평 남짓만을 갖게 된 농부 파홈의 이야기. 간단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파홈이 어리석게 욕심을 부리다 나쁜 꼴을 당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또한, 우리 역시도 자신도 모르게 파홈과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지요. 정말로 우리에게 딱 필요한 만큼만으로 만족한다는 것, 그건 얼마나 힘든 일일까요.


  혜윤이와 동희는 각각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율에 대한 이야기와 박정희 시대 개발발전으로 인한 환경오염 이야기를 골랐습니다. 두 이야기는 ‘경제 성장’, 보다 많은 돈만을 생각해서 농사와 자연을 돌아보지 않을 때 우리에게 어떤 위험이 닥쳐올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동희가 박정희 정권의 업적이라 생각했던 ‘개발’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해서 감탄스러웠고, 혜윤이가 식량 무기화에 대한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내는 모습도 멋졌습니다.


   정석이와 윤수! 정석이는 똥거름이 자연으로 돌아가 땅을 풍요롭게 하는 시골의 삶에 대해 말했고, 윤수는 경제란 본디 살림살이를 다스리는 경세제민에서 왔다는 구절을 골랐지요. 둘 다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결국 우리는 밥이 없으면, 그리고 그 밥을 만들어내는 농사와, 농사를 함께 할 자연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오늘날 흔히 우리가 경제를 이야기 할 때 떠올리는 숫자들, 주식시장, 돈뭉치들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들이에요.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정현이와 가현이는 ‘가상의 돈’으로 돈 장사를 하는 은행과 ‘욕구는 무한한데 자원은 제한적이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대한 구절을 골랐습니다. 정석이와 윤수가 골랐던 게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야기라면, 정현이와 가현이가 고른 구절은 우리가 오늘날 틀림없이 옳다고 확신하고 있던 이야기입니다. 돈을 맡기면 이자를 붙여주는 은행도 마냥 좋은 곳만은 아닙니다. 제한적인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의 이면에도 다른 속셈이 숨어있지요. 한 가지 사실에도 항상 수많은 면면이 뒤따릅니다. 우리는 그 다양한 면면을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윤재는 신발 공장 이야기를 골랐습니다. 본디 그런 게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 때에는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문득 생기고 나니 이제 그것 없이는 못 살겠는 것. 각자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었지요. 개인 방, 자전거, 스마트폰, 게임 등등. (물론 그런 게 없다고 말한 자유로운 친구들도 있었지만^^) 윤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게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윤이가 꼽은 이야기. 사람과 사람이 서로 돕고 사는 것이야말로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혜라는 이야기는 어쩌면 오늘 가장 중요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릅니다. 파홈처럼 끝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너희에겐 이게 필요하다’는 남의 말을 듣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도 우리에게 모자란 부분, 힘겨운 부분은 서로 서로 도움을 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요.


  수업의 뒷부분에서는 책과 관련하여 좀 더 우리에게 직접 와 닿는 물음들을 던지고 대답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돈을 얼마나 벌고 싶으세요? 또 그 돈을 어떻게 벌 건가요? 그리고 그 돈을 어디에 쓸 건가요? 한 달에 50억씩 벌어서 축구팀을 사겠노라한 통 큰 정석이도 있었고, 공무원을 해서 420만원씩 벌겠노라 꼼꼼한 계획을 세워둔 채진이도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기획자라는 확실한 꿈을 가진 소윤이도 있었고, 매달 버는 돈을 빼서 기부를 하고 싶다고 한 윤수와, 사고 싶은 것들도 사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려야 한다고 한 혜윤이도 있었구요. 그렇지만 다들 차하고 집은 꼭꼭 갖고 싶어 한다는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었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또한 파홈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면서, 신발 공장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면서, 우리가 사고 싶은 걸 마음대로 다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시간을 공부와 일에 쏟아야 한다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하기 위하여 거꾸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돈을 많이 버는 일이 좋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을까. 어디까지 돈을 벌고, 언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게 좋을까. 그 사이의 균형을 잡는 방법이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장님이라면, 그래서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한 줌의 직원들을 해고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하는 질문도 던져보았습니다. 우리가 사장님일 때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조금의 직원들을 잘라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반대로, 사장님이 우리에게 와서 ‘나머지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자네가 나가줘야겠네’라고 말했을 때는 마음이 내키지 않게 된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또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서, 만일 몇 사람의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해버릴 것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직원들을 결국 잘라버릴 수밖에 없을까?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정석이는 힘겨운 상황에 처한 다른 회사와 힘을 합쳐서 길을 찾아보자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네, 답은 서로 돕는 거였지요. 다른 어려운 회사와 힘을 합치든, 아니면 회사 사람들 모두가 마음을 합쳐 조금씩 자기가 받는 월급을 줄이든, 함께 힘을 합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처음 소윤이가 읽었던 그 구절처럼 말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 무엇보다 도움이 되는 존재가 바로 우리 곁에 있어요. 바로 사람이죠. ‘나’ 옆에는 항상 ‘너’가 있고, 그래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죠. 사람을 돈으로 사서 일을 시키기 이전에, 사람들은 돈과 상관없이 서로 돕고 살았어요. 서로 돕는 것이 생존의 가장 중요한 지혜라는 걸 터득했기 때문이지요.」 (75p)


   물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으려면 서로 친해야 할 거에요. 친하다는 건 그만큼 서로를 믿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즉, ‘잘 산다는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기,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힘을 합쳐 함께 헤쳐 나갈 사람들을 만나기. 잘 살기 위한 힘은 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힘’에서 나온다는 것이죠.


   정석이네 아파트 이야기가 다시 떠오릅니다. 서로를 알고 함께 모여 즐겁게 놀 수 있는 이웃의 이야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런 이웃들, 친구들입니다. 이번 겨울 시즌 또한 여러분에게 있어 그러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다음 시간에 읽을 책은 청년사의 「아홉살 인생」입니다.  모두 일요일에 만나요!

 







김채진

책의 내용과 미래 수입(혹은 생활)과 연결시켜서 수업하니 확실히 와 닿았습니다.
저번 시즌과는 다른 진행이였지만 저는 굉장히 좋았어요. 인생에서 욕심을 얼마나, 어디에, 어떻게 부려야지 잘 살 수 있을까요?

김가현

저번주에 재밌었어요~ ㅎㅎ

오늘 못 갈 것 같아요 ㅠㅠ 죄송합니다 ㅜㅠ


이동희

동희예요.. 지난 일요일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결석했어요..이번주부터는  꼭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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