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여행] 매니저, 쫓겨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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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7
-시즌3/길/네번째시간 후기
-작성자 : 김화영








   오늘은 파지사유에 행사가 있어 문탁 2층에 모였다. 낯선 공간에 대해 어색함을 많이 느끼는데 문탁은 오히려 너무나 익숙했다. 


   이번 시간에는 <고미숙의 로드클래식>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저번에 시간에 마무리 짓지 못한 소모도, 청산도 일정에 대해 2차 브리핑을 하기로 했었다... 했었다?


 


   오늘까지 네 번의 오프닝 중 오늘이 가장 유쾌한 오프닝이었다. 초희언니가 파지사유로 들어가는 것 같다는 고은언니의 말에 명식오빠가 창문을 열어 초희언니를 불렀다. 그리고 초희언니를 부르자 마자 초희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상황은 웃음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현민오빠 웃음소리는 풍선 열개를 한 꺼번에 터트린 것 같다. 


   수현이가 들어올 때에도 명식오빠의 말에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수현이의 새로 바뀐 머리를 보자마자 던진 첫 마디는 "머리 왜그래?" 큭 솔직한 감상을 말했을 뿐이라는 무미건조한 명식오빠의 뒷말과 표정에 더 오래 웃었다. 




   <고미숙의 로드클래식>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기 전 현민오빠가 이야기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하여 명식오빠와 고은언니가 우리끼리 잠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주었다. 현민오빠는 우리가 왜 이 여행을 가는지, 청산도를 가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끼리 합의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가 왜 청산도를 가고 싶어하는지, 여행을 통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그리고 이에 이어 구체적인 여행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주어졌던 잠시는 2시간 30분이 되었다.


   청산도와 소모도를 가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 원기는 신선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본 섬은 강화도 같은 곳이 전부인데 비교적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라는게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또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고, 바쁜, 빠른 삶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 보고 싶다고 했다.여행 갖다오고 나서 원기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여행에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단어는 영상이었다. 영상이 사진보다 더 생동감이 있다며 영상을 찍어 보고 싶다고 했다.  영상은 그 영상을 찍은 사람에 대해 추측해 볼 수 있는 자료로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완성된 영상(혹은 완성이 되지 않더라도)을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모도의 사진을 보고 있던 수현이는 외롭고 고립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소모도가 마음에 든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소모도라는 이름에 풍겨져 나오는 고립감과 외로움이 마음에 들었다. 이 곳에서 맘껏 지루함, 여유로움, 느긋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는 내가 여행에서 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사이에 했던 말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수현이는 사람들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에서 오히려 외로움이 들지 않는단다. 나도. 또 여행을 갖다 온 후 남길 결과물이 궁금하다고 했다. 각자가 느꼈던 것들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 스크랩 북을 만들고 싶었던 것도 그런 이유고. 


   해은이에게 있어서 중요한건 여유로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었다. 여유로운 공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청산도나 소모도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꼭 청산도나 소모도가 아니여도 된다. 실은 많은 섬들 중 청산도와 소모도를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지도를 펼쳤을 때 가장 잘 보인 섬이었기 때문이었다.  해은이 말을 듣고, 여행은 마음먹기 나름인거지, 장소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말을 하니 현민오빠에게 장소가 어떤지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한 것 같다고 반박당했다. 자신이 있는 장소에서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면 자신도 따라서 바삐 움직여야 할 것 같고, 여유로운 곳에서 자신도 여유로워질 수 있고. 그래서 여행을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맞아. 어떤 곳에서든 스스로가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면 된다고 확신있게 말했지만, 사실 가장 자신이 없다. 


   초희언니는 도시나 문명에서 떨어질 수 있는 게 좋다고 했다. 정말로. 위에서 보면 고층건물들이 레고처럼 세워져 있고, 차 시동켜는 소리와 경적소리에 조용할 날이 없고, 밤이 되어도 전광판때문에 눈이 부시고, 하루 종일 노트북을 뚱땅거리면서 전자파를 쐬고. 언니가 생각하는 도시나 문명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벗어나고 싶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현민오빠가 관광지화 되지 않은 곳에 가고 싶은 이유를 물었다. 관광지화가 되어있는 곳에서는 마음대로, 자유롭게 다닐 수 없다는 얘기도 있었고, 관광지화라는 건 상품화가 되었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그 지역의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얘기도 있었다. 현민오빠 생각은 조금 달랐다. 관광지화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며,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흐음...또 설득당했다. 이건 관광지화에 대해선 조금 더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결과, 우리의 여행 주제는 느리게 걷기! 걷는다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걷는 행위와 여유, 사색 뭐 이런 것들. 그래서 소모도가는 건 포기하고 청산도에서 이틀 밤을 지내기로 했다. 오늘 드디어 전체적인 일정이 나왔다. 이제 숙소, 기차, 버스, 배 예매도 해야 하고 세부 프로그램들도 짜야 한다. 여행을 가기 전까지 우리가 공식적으로 만나는 건 딱 하루 남았다. 시간이 부족한건지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다만 나의 여행 리스트에 별표가 붙은 여행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각자 예매하기로 한 것이랑 세부 프로그램 짜오기로 한 거 꼭!꼭! 해오기. 책 읽고 감상문 올리기는 것도.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8. 3. 5.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