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칼럼 2부 - 쇼미더머니에 목숨걸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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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힙합의 시작은 90년대 가요였다. 힙합의 장르적 특성을 가져와 가요에 버무리면서 당시에는 굉장히 큰 센세이션을 가져왔다.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지누션, 김진표 등이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멜로디가 없는 랩이라는 형식과 화려한 댄스들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대중들이 힙합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본토의 힙합음악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한국 최초의 힙합클럽을 만들게 된다. 마스터플랜이라고 불리던 이 클럽은 97년도에 만들어졌으며 여러 랩퍼들이 탄생, 활동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힙합은 가요로 데뷔했기 때문에 대중음악으로서 성공을 노리는 기획이 많았는데 에픽하이, 드렁큰 타이거, 다이나믹 듀오, 배치기 등이 그 예시이다. 이들은 보다 대중들에게 듣기 좋은 형식의 음악을 만들며 대중음악과 힙합을 동시에 발전시켜 나갔다. 반면 언더그라운드는 가리온, 주석 등을 필두로 보다 본토음악에 가까운 형식과 공연문화를 만들면서 가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왔다.(확실히 당시나 쇼미더머니가 크게 흥행했을 시점이나 대중들에게 가장 큰 매력중 하나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가사를 직접 쓴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버벌진트의 앨범 이후 라임에 대한 개념과 한국어라는 언어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수준 높은 랩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한국에서 랩은 가요계와 언더그라운드로 나뉘어 발전해갔다. 둘의 관계는 인디음악과 대중음악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슈퍼스타K로 인해 많은 인디 뮤지션이 떠올랐듯이 쇼미더머니를 통해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이제 결론을 지어볼 수 있겠다. 쇼미더머니는 한국힙합이 맞고, 쇼미더머니가 망치고 있던 것은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이라고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둘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대중들의 입맛에도 맞는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은 큰돈을 벌게 되었고,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은 대중들의 입맛에만 맞추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쇼미더머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게 가장 중요해진 것일까? 쇼미에 참가한 랩퍼와 프로듀서들을 보면서 이야기 해보자.


 쇼미더머니를 매년 열심히 출연하는 랩퍼들의 모습과 태도는 방송에서 모두 드러나 있다. 돈을 실제로 많이 벌고 있으며 그만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정말 쇼미더머니 시즌에만 얼굴을 비추는 사람도 있다. 쇼미에 참가한 프로듀서들을 한번 보자. 시즌2에는 참가자로, 현재는 프로듀서로 볼 수 있는 스윙스는 젊고 재능 있는 랩퍼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회사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저스트뮤직이라는 회사와 그 산하 레이블인 인디고뮤직, 최근에는 위더플러그레코즈 설립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투자와 활동력을 보여준다. 박재범을 필두로 있는 AOMG와 산하레이블 하이어뮤직은 (이번 시즌에선 비트메이커 코드쿤스트가 프로듀서로 출연했다.) 세계를 무대로, 가장 넓은 활동력을 보여준다. 도끼와 더콰이엇의 회사인 일리네어와 엠비션뮤직도 마찬가지이다. 딥플로우가 수장으로 있는 VMC 라는 회사와 팔로알토가 이끄는 하이라이트레코즈는 쇼미더머니와 타협하지 않고 언더그라운드를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지만 시즌4 즈음부터는 자본 앞에 무릎 꿇고 꾸준히 메인스트림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쇼미에 굴복하지 않는 이미지로 팬층을 쌓아갔던 하이라이트와 VMC이기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팬들도 많았다. 그러나 각 회사의 대표들은 자본의 도움을 받아 퀄리티를 높일 뿐이지 스타일과 음악은 그대로 일 것임을 약속했고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의 분노도 차츰 사그라졌다. 이 외에도 jjk와 올티가 속해 있는 adv라는 크루는 큰 돈을 벌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자본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길거리 프리스타일 랩씬을 유지중이다. 재밌는 건 앞서 나열한 사람들 중 쇼미더머니의 우승자가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쇼미성적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쇼미에서 보여준 큰 임팩트와 그 이후의 지속적인 활동, 높은 음악의 퀄리티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예시로 이번시즌엔 마미손 이라는 정체불명의 핑크복면을 뒤집어 쓴 랩퍼가 참가했는데, 그의 정체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랩퍼 매드클라운 이었다. 그는 스윙스와 더불어 쇼미더머니2의 최대 수혜자 이며 쇼미에선 날카로운 목소리와 랩, 쇼미 이후엔 발라드 곡에 강렬한 랩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큰 성공으로 인해, 하고 싶은 음악의 제약을 많이 받았고 그 답답함을 자신의 다른 자아(캐릭터)로 표현하면서 풀고 있다. 그가 쇼미에서 보여준 음악은 전과는 완전히 다른 잔인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가 가사실수를 하면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자아내며 이렇게 해프닝을 끝이 나는 줄 알았지만 이후 마미손은 ‘소년점프’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큰 사랑을 받게 되었다. 소년점프는 자신을 탈락시킨 프로듀서들을 악당취급하면서 소년만화의 주인공인 자신은 절대 죽지 않고 난관을 헤쳐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다. 대중들은 이 곡을 통해 모든 것이 마미손의 계획이었다는 인상을 받으면서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렇듯 쇼미의 성적보다는 이후의 행보가 훨씬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랩을 잘하는 것과 랩퍼로써의 성공은 별개라는 것이다. 쇼미더머니는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다른 어떤 요소보다 랩 퍼포먼스가 중요시 여겨지는 현장이다. 아무리 인정받은 랩퍼라고 해도 가사를 실수하면 언제든지 떨어지는 곳이고, 무명이어도 랩만 잘한다면 올라갈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우승만 한다면 억대의 상금과 자동차를 받을 수 있다. 올라가면 갈수록 낼 수 있는 음원 수도 많아진다. 그러나 쇼미 우승자와 최대 수혜자 중 고르라고 하면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대부분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후자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랩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꾸준히 활동하는 능력이 커야 한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랩을 잘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실제로 언더그라운드뿐만 아니라 그냥 일반인들 중에서도 랩을 잘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랩퍼가 랩을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랩에만 목숨을 거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마미손이 쇼미에서 가사실수를 하고 떨어진 게 정말 계획된 것일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실수 없이 하고 싶던 음악을 보여주었어도 예전과 달라진 모습에 사람들은 좋은 반응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떨어지더라도 떨어졌다는 소재를 가지고 재밌는 곡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센스와 긍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계속 변화해가면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던 게 아닐까?

 당신의 꿈이 랩퍼라면, 아니 랩퍼 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예술관련 진로를 가지고 있다면 단순히 한 가지를 잘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당신의 삶이 정말 계획대로 되고 있기를 바란다.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8. 10. 22. 2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