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뜨개질을 하며
파지사유에 털실과 대바늘, 코바늘이 담긴 바구니가 생겼다. 머내마을 축제에서 나무에게 털실옷을 입히는 행사가 있는데 문탁에게도 나무의 옷을 떠달라고 했다.
둥글레쌤이 뜨개질 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안뜨기 겉뜨기를 한 번씩 반복하는 고무뜨기인데 내가 자꾸 실수해서 러프한 촉감이 되었다. 밝은 털실이 코가 잘 보여 초보자에게 좋다기에 둥글레쌤것과 바꾸었다. 초보자용 털실로 찬찬히 뜨다보니 예쁘게 떠지기시작했다.
뜨개질은 대충 손을 움직이면 되는 것인줄 알았는데 정성이 필요한 일이 였다. 너무 죄거나 느슨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 일정한 힘으로 떠야 했다. 안뜨기와 겉뜨기 순서를 잘 맞추고.
그날 둥글레쌤과 같이 앉아 한참 뜨개질을 했다. 딱 한 시간만 하려던 둥글레쌤이 뜨개질의 마수에서 벋어나기 전까지...
근데 뜨개질의 결과물이 참으로 천천히 늘어나더라. 성취감도 천천히. 한참 걸려 만든 것을 나무에게 준다니 조금 아깝다. 내가 가지고 싶다.
이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뜨개질을 할까? 많은 사람들이 열중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아직 잘은 모르겠다. 아주 오랜시간이 걸려 결과물을 얻는 것은 비효율적인것 같고 뜨개질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별로 없는 것 같다다. 중독일까? 삼십분만 하려다 한시간 삼십분을 하게되는 원인은 뭘까?
하여 뜨개질을 하게 되었다. 뜨개질하던 사람들은 떠나고 나와 담쟁이쌤만 남았다.
“파지사유에 음악 틀까?” 파지사유에 공부 중인 사람이 없으니까 괜찮다기에 무시무시하게 큰 기계에 서랍에서 찾은 CD를 넣고 재생시켰다. 거대한 스피커는 확실히 작은 것보다 더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었다. 파지사유가 원래 카페라는 것을 잊고는 한다.
나는 요것만 하고 할일 해야지 한 것과 달리 담쟁이쌤은 이 순간을 행복하게 즐기고 계셨다. 음악을 들으며 붕어빵을 먹으며 뜨개질 하는 것. 생각만 해도 좋은 조합? 게다가 담쟁이쌤 세미나가 끝난 날이었다고 한다.
요즘 어째서인지 사람들의 얼굴이 그리고 싶다.뜨개질을 하는 사람들은 초상화를 연습하는데 좋은 대상이다. 가만히 한자리에 앉아 있고 내가 뭔가를 방해하지 않는 것 같다. (공부하고있는 사람들은 방해가 될 것 같다.)
띠우쌤은 나처럼 초보인가 보다. (평소보다 억울해 보이는 얼굴ㅋㅋ)
미화시키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려 했는데... 어렵다.
뜨개질하며 강의를 듣는 여인들.
다들 뜨개질하며 하는 말이 “아~ 책읽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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