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칼럼 1부] - 쇼미더머니는 힙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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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미더머니(이하 쇼미)가 벌써 일곱 번째 시리즈로 찾아왔다. 쇼미가 해를 거듭할수록 힙합은 한국의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써 자리매김하는 게 보이고, 한국힙합씬의 파이를 키웠다는 의견에 반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쇼미더머니 = 힙합 이라는 공식이 성립할까? 그렇다면 힙합은 무엇일까? 힙합의 사전적 의미와 시초를 보면서 이야기해보자.

 

힙합은 하나의 거리문화로써, 라이프 스타일이다. 힙합은 미국 브롱스에 흑인들이 벌이던 파티 속에서 생겨났다. , 펑크 등 여러 가지 장르에 맞춰 춤을 추고 놀았는데 음악을 트는 DJ,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댄서들, 중간중간 호응을 유도하며 각종 미사여구를 뱉는 MC들이 있었다. 처음부터 분화되었던 것은 아니고 날이 갈수록 각자의 역할이 더 명확해지면서 서로 발전해나갔다. 브레이크 댄스를 전문적으로 추는 B-boyB-girl이 생겨났고, DJ들은 샘플링 기법을 사용해 여러 음악을 재구성하였다. 그리고 MC들은 미사여구를 발전시켜 우리에게 익숙한 랩으로 만들었다.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특이하다. 큰 통의 바지를 내려 입고, 건들건들 하게 걸으면서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을 건들이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유행했던 펑크문화와도 유사한 일종의 저항정신으로 볼 수 있다. 힙합에선 제일 유명한 문구인 ‘I don’t give a fuck’(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x도 신경 안써로 보는 게 편할 것 이다.) 에서도 저항의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힙합이 90년대에 굉장히 부흥하게 되는데 그 중심엔 게토가 있었다. 게토라는 것은 소수민족, 인종 등이 거주하는 지역을 지칭하는 말로, 여기선 흑인들이 사는 빈민가라는 뜻으로 쓰인다.(역사적으로 쓰일 땐 나치가 세운 유태인 강제거주지역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 시기 게토의 아이들이 큰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은 단 세 가지뿐이었다. 농구를 하거나, 랩을 하거나, 마약을 팔거나. 이들은 가난한 집구석을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고, 그렇지 못하면 마약에 의존하여 삶을 연명하거나 갱스터가 되었다. 그러던 와중 게토 모든 아이들의 영웅이 등장한다.

영웅의 이름은 투팍’.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당시 반다나를 유행시키고 여러 명곡들을 쏟아낸 배우이자 래퍼이다. 그는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나 연기자를 꿈꾸다가 생활고에 시달려 미국 동부로 거주를 옮긴 뒤 갱스터와 래퍼로 활동한다. 내는 앨범들이 빌보드 상위권까지 오르면서 래퍼로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의 모토는 ‘Thug life’이며 동명의 앨범도 있다. 직역하면 양아치의 삶이 되는데 힙합의 정신인 ‘I don’t give a fuck’과 비슷한 뜻으로 해석 된다. 그의 음악에서는 자신이 게토에서 왔고 이만큼 힘들게 살았으며 이렇게 성공했다는 자랑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이런 내용의 랩은 전에도 많았지만 투팍만큼 성공한 사람은 없었고 90년대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는 ‘All eyez on me’를 통해 너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되었다.

그럼 이제 쇼미더머니를 보자. 쇼미더머니는 2012년에 시작한 힙합 경쟁 프로그램이다.

슈퍼스타k의 큰 성공으로 다양한 장르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던 엠넷의 차기작이었다. 첫 시즌에는 신인 발굴 프로젝트의 느낌이 강했다. 당시에는 신인이었던 로꼬와 테이크원, 진돗개 등이 발굴되었고 현재 힙합씬에서 한몫을 하고 있다. 2때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랐다. 현역 래퍼들도 대거 참가하면서 신인발굴의 이미지 보다는 래퍼들의 서바이벌 느낌이 강해졌다. 딱히 참가제한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엠넷의 입장에선 더 큰 이슈화, 경연 퀄리티 상승, 더 자극적인 장면 연출 등이 가능했기에 좋은 현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 시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만한 스윙스, 매드 클라운 등이 떠올랐고, 전작보다 더 크게 이슈화 되면서 힙합이라는 장르가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나도 이 시즌을 보고 랩을 시작했다.) 3때는 본격적인 라인업을 미리 구축해놓고 참가자들 중 일부를 더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아이돌 래퍼 vs 현역 래퍼라는 구도를 중심으로 방송을 꾸며 나갔고 방송 외적으로도 쇼미 나간 래퍼와 안 나간 래퍼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후 시즌을 거듭할수록 쇼미를 나가지 않은 현역래퍼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쇼미더머니는 더 이상 힙합씬에서 돈을 벌기위해서는 불가피한 수단처럼 되었다. 물론 그 덕에 여러 래퍼가 더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었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의 시스템처럼 굳어버렸다는 것이다. 한 때 슈프림팀으로 활동했던 래퍼 이센스의 말을 빌리자면 수능처럼 되어버렸다.







 언더그라운드는 쇼미더머니를 나가기 전에 밟는 발판이 되었고 나가서 언더그라운드 이미지를 형성한 뒤 대박을 노리는 형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두더라도 방송빨로 연명할 수 있는 기간은 기껏해야 1-2년이다. 그렇기 때문에 래퍼들은 방송 나가서 1년동안 돈 벌어놓고 싱글 한두장 내면서 놀다가 다시 쇼미더머니 새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다. 힙합씬이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다양한 스타일의 래퍼들은 줄고 쇼미에 먹힐만한 스타일(주로 자극적이고 강한 랩)의 래퍼들만 양산되었다. 쇼미더머니가 곧 한국힙합씬 자체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우린 한국힙합을 망친 쇼미더머니를 욕해야 하는 것일까? 쇼미더머니는 한국힙합의 파이를 엄청난 규모로 끌어올렸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중화 되어서 래퍼들도 한국에서 큰돈을 벌어드릴 수 있게 되었다. 대중들과 힙합이 많이 가까워지면서 젊고 재능 있는 래퍼들도 많이 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하듯 쇼미더머니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도 매우 크다. 하지만 그로인해 썩어가는 부분도 너무 확실히 보인다. 방송에서도 보이듯이 ‘돈 벌면 그만 아니야?’ 라고 말하는 래퍼들이 많고 점점 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이쯤에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쇼미더머니는 힙합일까? 힙합의 탄생을 본다면 쇼미더머니는, 그전에 한국은 힙합이라는 문화와 거리가 멀다. 한국만큼 치안이 뛰어나고 마약을 보기 힘든 나라도 없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힙합이 유행하고 힙합쇼가 성행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웃긴 일이 아닌가? 한국은 힙합이라는 장르적 특성만 가져온 셈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형성된 ‘한국힙합’이라는 문화로 다시 해석해야 한다. 결국 쇼미더머니가 힙합인지 아닌지는 쇼미더머니 이전의 한국힙합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겠다. ... -2부에 이어서-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8. 10. 9.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