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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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지사유에는 작은 정원이 있다.

 넓지 않은 데크에 크고 네모난 화분을 가져다 놓고 여러 종류 꽃과 식물들을 심었다파지사유에 앉아있으면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햇볕을 쬐고 있는 식물들이 보인다식물들이 가까이 있어서 좋다해가 뜬 날도 비 오는 날도 예쁘다.

 

 정원이 처음 생겼을 때 모습이 기억난다모든 식물의 잎은 풍성했고 해빛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저런 꽃들과 보랏빛 수국들이 잔뜩 피어있었다식물의 이름을 아는 게 몇 개 없어서 마음속으로 이름을 지어주었다. 솜털 상추(?)를 심어보며 흙을 만져 보았는데 생각과 다르게 따뜻하고 부드러웠다따뜻한 트렁크에 있어서 그런가?

 

 올해의 무더운 여름에 정원의 식물들도 고생했다더운 날씨와 태양빛을 받아서 잎이 말라갔다이제 마른 잎을 잘라낸 정원은 봄보다 허전해졌다.

 

 며칠 전 정원에 갔더니 예전보다 몸집이 왜소해진 수국에 새로 꽃봉오리들이 생긴 것을 보았다봉오리들이 열린 것이 반가워 이걸 그려야지했다다음날 가니 꽃봉오리들이 좀 더 꽃이 되어있었다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모습에 그림을 그렸던 날에는 내가 그리려던 봉우리의 꽃이 대부분 피어있었다. 분명 심었을 때는 파랑색과 보라색이 섞인 색의 꽃이 피었는데 이번에 핀것은 분홍색 꽃이다. 같이 꽃을 보던 사람이 흙의 성분이 변하면 꽃잎의 색이 변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수국 옆의 은쑥은 잿빛 회색으로 변해 말라 죽은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조그마한 노랑 꽃봉오리들이 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파릇파릇할 적의 은쑥의 촉감은 부드러웠다지금도 그 촉감이 남아있다.




 

 정원은 이파리들이 많이 사라져 휑하며 어떤 식물은 너무 길게 자랐다미니 대나무(?)는 속은 비었으면서 신기하도록 길었고 갈대(?)는 천장에 닿았다요즘 정원이 좀 못생겨졌지...하며 그림을 그렸는데... 못생기게 그려지지 않는 것 같다.

 


 





+

 파지사유를 그리기 위해 파지사유에 앉아있었다 보통은 문탁에 오면 2층의 파지스쿨방에서 있는다파지사유를 돌아다니며 관찰하며 그림을 그렸다그림을 그리는 큐레이터 앞에 사람들이 앉았다가 가고 지나가다 한마디 말을 걸어주고 간식을 가져다줬다.


체력장에 끌려가는 사람








2층에 있으면 수아나 새은과 수다를 떨고 둘이 없을 때는 적막하다. 파지사유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여기 있다 보니까 이야기를 많이 해본 적이 없는 선생님들과도 말해봤다! 여기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 




- 끝 -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8. 10. 7.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