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겨울 여섯 번째 시간 <언제나 질문하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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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년 1월 28일

작성자: 차명식



 



 

   이번 겨울시즌의 마지막 책, <고전이 건네는 말 5 : 언제나 질문하는 사람이 되기를>이었습니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이야기했던 것이지만 고전이란 곧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가진 책을 의미합니다. 한 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도 그 시대를 넘어서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 고전을 결정하는 것은 책이 만들어진 연도도 작가의 유명세도 아닌 그 메시지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고전이 읽기 쉽고 직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고전은 때때로 난해하고도 딱딱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여러분의 나이 대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전을 만나고, 그 만남을 놓아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당장 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저 말 그대로 ‘읽기만’ 했을 뿐이더라도 그 만남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언젠가 다른 기회에 ‘아, 내가 이런 책을 읽었었지’ 하고 재차 만나는 때가 분명히 찾아옵니다. 그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지면 고전을 받아들이는 것은 한층 쉬워질뿐더러 이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그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다섯 권의 고전을 마주했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 스피노자의 <신학 정치론>,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 <고전이 건네는 말> 시리즈는 이러한 책들을 청소년들을 위해 쉬이 풀어낸 책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다섯 권의 고전과 만난다는 것은 조금 버거울 수도 있겠지요. 그런 까닭에, 오늘은 각자가 다섯 권의 고전 중에서 하나씩을 골라, 같은 고전을 고른 사람들끼리 모여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가면서 더 많은 자료들을 찾아본 팀도 있었고, 평소 낯을 가리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게 힘겨웠던 팀들도 있었지요. 그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 건 저의 실수입니다. 미안해요. 혹 다음에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된다면 가급적 서로 친한 사이들을 묶어내는 것까지 고려하도록 할게요. 




  아무튼, 여러분은 다섯 권 중 총 세 가지 - <학교 없는 사회>, <프랑켄슈타인>, <소크라테스의 변론>에 제각기 모였습니다. 나머지 <검은 피부 하얀 가면>과 <신학정치론>은 제가 대신 이야기를 했고요.




  우선, <학교 없는 사회>부터 볼까요. 실인이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정현이는 이 책을 소개한 허성학 씨의 일화에 공감이 가서, 동혁이는 ‘학교화’라는 단어 때문에 이 책을 골랐다고 했습니다. 그 말마따나 이 책의 핵심은 ‘학교화’라는 개념입니다. 

 

  학교는 자율적인 공부를 수업으로, 한 사람의 능력을 학력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일리치는 이런 현상을 두고 ‘학교화’되었다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그는 배운다는 것과 학교 수업을 듣는다는 것을 혼동하는 이런 일이 학교화된 사고방식을 만들어 낸다고 보았습니다. 수업과 자율적인 공부를 혼동하고 졸업장을 능력의 증거로 생각하게 되면, 학교만이 배움의 능력을 보장하는 유일한 제도라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죠. (p.27)

 

  학교들의 예산을 늘리면 교육이 더 잘 이루어지리라는 믿음, 졸업장이 학생들이 지닌 능력을 보장해준다는 믿음, 오직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만이 의미 있는 교육이고 그 외의 배움은 인정하지 않는 세태. 그 속에서 학생들도 자연스레 학교에서만 배움을 찾게 되고, 제도와 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서만 자신의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믿게 되어 스스로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능력은 약해집니다. 그것이 바로 학교화이며, 일리치는 그러한 학교가 아닌 전혀 다른 방식의 교육, 정말로 삶을 사는데 필요한 교육, 스스로 자기의 능력을 키워낼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프랑켄슈타인>은 어떨까요. 지원이가 놀라움을 표한 것처럼 ‘프랑켄슈타인’은 사실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만들어낸 박사의 이름입니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죠. 그리고 재언이, 윤수, 예림이가 지적했듯 창조자인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의 피조물을 철저하게 외면함으로써, 없는 것처럼 치부함으로써 진정한 괴물로 거듭나게 만듭니다. 창조주에게 외면당한 추악한 모습의 괴물은 다른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합니다. 모두가 그를 두려워하고, 증오하고, 달아나며, 편견을 갖습니다. 결국 고독해진 괴물은 정말로 괴물이 되어 사람들을 죽이고 함정에 빠뜨립니다.  


  작가인 메리 셸리는 이 괴물에 스스로를 이입합니다. 창조주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가식적인 태도는 그녀가 본 가식적인 낭만주의 지식인들 - 사랑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면서 그녀를 꼬드겼지만 결국 바람을 피운 그녀의 남편, 자식이라는 피조물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기대하는 일부 가부장적 부모들 등 ? 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셸리는, 이 시대의 여성은 그런 지식인들의 틈바구니에서 고독한 ‘괴물’의 처지에 있었습니다. 만일 괴물이, 박사가, 조금만 더 서로를 알려고 했다면. 혹은 타인들을 알려고 했다면, 그것이 가능했다면 이 이야기의 결말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채진이와 서진이가 다룬 이 플라톤의 저작은, ‘앎과 배움’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소크라테스가 스스로를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여긴 이유 ?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것이라는 태도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모르는 것이었음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더 현명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 착각함으로써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과연 맞는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를 캐묻지 않았습니다. (155p)   


  소크라테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하여 질문을 거듭합니다. 그러자 그의 질문을 맞닥뜨린 사람들, 자기가 모든 걸 잘 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점차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거듭되는 질문의 연쇄가 바로 ‘파르헤지아(솔직하게 말하기)’입니다. 비록 이 파르헤지아가 사람들의 수치심을, 분노를 일으켰고 결국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배움의 태도는 분명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다른 사람에게 배움을 갈구하는 자인 동시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무지를 깨닫게 하고, 또 그들에게도 배움을 갈구하게 만드는 아주 특별한 스승입니다. 그리하여 플라톤을 비롯한 그의 제자들은 그의 길을 따라 배움을 추구하고, 이성을 통해 진리에 ? 이데아의 세계에 이르는 길을 추구하게 된 것입니다.

 



  이 외에도 ‘사람들은 왜 자신들의 예속을 바라고, 자신과는 관계없는 한 사람(왕)의 허영을 위해 싸우면서 그를 명예라 여기는가’를 물었던 스피노자가 있지요. 스피노자는 그것이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타자, 특히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설령 신을 섬길 때에도 자기 자신의 이성과 자기 자신의 생각, 자기 자신의 말을 가지고 임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런 스피노자의 태도는 오늘날 민주주의 태동과도 닿아있고요.


  또 파농은 흑인들이 백인들과 스스로를 동일시하여, 백인들을 선망하면서 그들의 질서를 자신 안에 내면화하는 현실을 읽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피부색이 언급될 수밖에 없는 흑인의 현실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기도 했지요. 그의 이러한 연구들은 오늘날 식민주의와 인종차별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다섯 명의 거장들과 그들이 펴낸 다섯 권의 고전들을 만나보았습니다. 다들 이번 수업 방식이 힘겨웠는지 마지막으로 갈수록 힘이 빠졌습니다만^^;; 그래도 시작할 때 말한 것처럼 이 만남을 머릿속 한구석에 잘 놓아둘 수 있다면 좋겠네요. 다들 수고했습니다! 






백지원

2018.01.30 
18:32:58
(*.130.92.221)

엇 제가 1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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