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봄 첫 번째 시간 <십시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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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년 3월 28일

작성자: 차명식




 




  여러 사정으로 후기가 늦어진 데에 사과드리며, 중등인문학교 2017 시즌 첫 번째 시간 후기입니다. 

 

  이번 봄 시즌 세미나의 이름은 <먼저, 차이와 마주서기>이고 그 시작을 끊는 첫 번째 책은 <십시일반>이었습니다. <십시일반>은 차이에 대하여 다루는 책입니다. 신체적 장애가 만드는 차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 피부색이 만드는 차이, 집안의 돈이 만드는 차이, 성적 취향의 차이 등등 우리 가운데 존재하는 수많은 차이들에 대하여 말해주는 책이지요. 그리고 그 차이들이 만들어내는 차별에 대해서도요.


  차이와 차별에 대하여 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 모두가 차별이 좋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장애, 성별, 인종, 재산 등 어떠한 잣대로도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서로 같은 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말은 간단하고도 명쾌하지만, 그것을 우리의 실제 삶 속에서 실천에 옮기는 것은 어렵습니다. 


  저는 오늘 연희가 골라왔던 부분을 기억합니다. 다리에 장애를 가진 한 소녀와, 그녀의 주변사람들, 끊임없이 어긋나던 마음들을 기억합니다.


  그녀를 어떻게든 체육 수업에 참가시키려 했던 체육선생님은 그녀에게 ‘장애를 극복하는 성취감’을 가르쳐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의지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그런 교훈을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좋은 마음은 일방적으로 강요된 것이었고, 결국 그녀의 다리를 더욱 망가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녀 한 사람만을 위해 학교에 장애인 시설을 만들 수 없다고 손을 내젓던 선생님은, 이른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려면 돈과 높은 사람들의 의지와 기타 여러 가지 것들을 충족시켜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겠지요. 그러나 그녀는 그 선생님의 안경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저 안경이 없었다면 선생님도 나만큼이나 힘들었을 텐데. 그랬다면 그렇게 쉽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 마디로 끝내지는 못했을 텐데.


  그녀에게 계속해서 화장실에 데려가줄까 물었던 친구들은, 친구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운 마음에서 우러난 배려를 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배려는 계속해서 수치스러웠던 그 날의 기억을 그녀에게 되새기게 했고, 자신이 무력하여 친구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죄책감을 그녀에게 심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친구들의 좋은 뜻에서 나온 것임을 알기에 쉽게 거절할 수도 없었지요.


  그리고 우리는 깨닫습니다. 소녀의 곁에는 소녀를 미워하거나, 소녀의 장애를 혐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각자의 믿음과, 선의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생각하여 소녀에게 다가갔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런데도 그 모든 것을 결국 소녀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을. 


  이처럼, 차별을 말로 반대하는 것은 쉬워도 그것은 현실 속에서 실천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차이가 만들어내는 고통은 오직 악한 마음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좋은 뜻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우리 앞에 놓인 길은 점점 더 험하고 어렵게만 보입니다. 당연히 이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우리는 우리와 차이를 가진 사람들(타자他者)과 어떻게 만나라는 건가요? 우리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나요? 그들은 우리를 이해할 수 없나요?”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다고 말합니다. 흑인이 백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백인은 흑인이 될 수 없고, 남자와 여자도 마찬가지로,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의 믿음은,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같은 눈높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아주 오랜 시간과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가능하며, 그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소녀의 이야기는 결국, 소녀의 반 친구들이 소녀를 위한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어달라 힘을 모아 시위하는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그것을 보며 소녀는 그저 빙그레 미소를 짓습니다. 무엇이 그 미소를 만들었을지, 그 시위 뒤에는 어떤 일이 이어졌을지, 우리라면 거기서 어떻게 했을 것인지, 우리는 앞으로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여러 책들과 영화들을 볼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그를 통해 여러분이 각자의 수많은 답들과 믿음들을 찾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을 서로 나누어, 여러분의 세계를 보다 넓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금씩, 천천히,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가보도록 합시다. 






도연희

2017.04.01 
17:50:40
(*.221.190.174)

십시일반 책은 다양한 유형의 차별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장애에 대한 차별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라일라 작가님의 [나는 귀머거리다]라는 웹툰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웹툰은 청각장애인인 작가님이 자신이 겪었던 차별, 어려움 그리고 청각장애에 대한 느낌을 소재로 그린 만화입니다. 그 만화를 보며 '이런 것도 차별로 느껴질 수 있겠구나. 내가 생각한 배려가 그 분께는 배려가 아닐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크게 느꼈습니다. 또한 장애에 대한 편견의 무서움도 느꼈습니다. 이번 시즌을 통해서 차별과 편견을 버리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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