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겨울 네 번째 시간 <소년이 온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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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년 1월 13일

작성자: 이동은







  안녕하세요. 동은입니다. 네번째 시간에는 저번 시간에 읽었던 <소년이 온다>를 마무리했습니다. 저번 시간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학생시민군에게 가해진 고문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김진수에 대한 이야기와 20년이 지난 임선주의 이야기, 그리고 동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형, 영혼이라는 건 아무것도 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는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걸 증명한거야.



  김진수는 우리의 영혼이 유리와 같다고, 자신들은 그 유리가 깨져버린, 아무것도 아닌 영혼을 가진 것과 같다고 느낍니다. 사람으로써 당연하다고 생각되면서도 가장 무서운 양심은 자신들에게 총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질지도 모른다고, 자신이 고귀한 어떤 존재라도 된 것 같다고 느꼈던 것도 잠시, 사람들은 고문과 폭력에 인간의 잔인함과 자신의 동물같은 밑바닥을 겪게 됩니다. 배고픔은 죽음을 함께 다짐한 사람들조차 그저 동물로 만들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사람의 영혼은 정말 유리와 같은 걸까요? 그러나, 그 유리가 깨지는 사람과 그 유리를 깨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 가장 문제일 것입니다. 사람의 본성은 무엇인 걸까요. 끔직한 고문을 겪어낸 사람이 묻는 이 질문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잔인함과, 자신이 맞선 양심이 모두 인간이라면, 지금의 결과,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까요.

 

  여기서 우리가 했던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은 안다. 그해 봄과 같은 순간이 다시 닥쳐온다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 피구 시합에서, 날쌔게 피하기만 하다 결국 혼자 남으면 맞서서 공을 받아안아야 하는 순간이 왔던 것처럼. 버스에서 터져나오는 여자애들의 쨍쨍한 노래에 이끌려 광장으로, 총을 든 군대가 지키는 광장으로 걸었던 것처럼. 끝까지 남겠다고 가만히 손을 들었던 마지막 밥처럼.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돼,라고 성희언니는 말했다. 우리들을 희생자라고 부르도록 놔둬선 안돼.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선주는 원래 서울에서 일하던 여공이었습니다. 그 공장에서 자신이 잘 따르던 김성희를 따라 야학에서 한자를 배우고 노동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민주노조집회에서 크게 다쳐 광주로 내려오게 됩니다. 광주에서 있던 일을 심리해부 해보려는 윤이 나타나고 10년만에 선주는 성희를 떠올리게 됩니다. 민주노조집회에서 성희는 "우리들을 희생자라고 부르도록 놔둬선 안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희생자를 말할때 보통 '무고한 희생자'를 떠올리게 됩니다.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우리는 희생자라고 쉽게 부르지요. 그렇지만 그들이 스스로를 희생자가 아니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희는 습관처럼 사람은 고귀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사람이 고귀한 이유는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군들이 총을 들게 했던 그 양심이 바로 사람이 고귀한 이유라는 것이죠. 그들이 스스로 희생자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그 자리에 남아있던 것이 누군가의 강압이 아닌 자신의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고귀한 이유, 그리고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사람. 광주를 비롯한 세계에는 이 두가지 면모의 대립을 볼 수 있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대립이 바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영역에 있어, 친구들 또한 각자의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될 것입니다. 마치 피구시합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을 때, 공을 피할수만 없게되는 것 처럼요.


  다음시간에는 <거꾸로 생각해 봐! 세상이 달라보일 걸?>을 읽고 만납니다. 다음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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