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겨울 세 번째 시간 <소년이 온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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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년 1월 3일

작성자: 차명식



 




  이번주 중등인문 수업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해보았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여러 화자들, 특히 어린 화자들의 입을 빌려 묘사한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바로 그러한 시점에서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했습니다.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 이전에, 저는 여러분에게 광주 5.18에 대해 알고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여러분 대부분이 알고 있다고, 혹은 들어본 적은 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것은 때로 교과서를 비롯한 책을 통해, 그것은 때로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통해, 또 그것은 때로 부모님께 전해들은 말들을 통해 여러분과 닿았을 것입니다.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대통령이 민주주의 사회를 열망한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한 사건, 그리하여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우리는 그것을 다만 그렇게 말할수도 있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5.18'에 대하여 '알고있다'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은, 그러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원기가 골랐던 2장을, <검은 숨>을 기억하나요? 2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들의 몸은 열십자로 포개져 있었어." (46p)



  예. 2장은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지난번 읽었던 '쥐'를, 아우슈츠의 이야기를 기억하나요? 벌거벗겨져, 산더미 같이 쌓여 썩어가는 시체들을, 그 장면을. 


  우리네 일상에서는, 단 한 구의 시체만 나오더라도 사건이 됩니다. 모두가 호들갑을 떨면서, 소리를 지르면서, 그 시체가 누구의 시체이고 어떤 사유로 만들어진 시체인가를 찾기 위하여 경찰들이 뛰어다니겠지요. 하지만 아우슈비츠에서는, 광주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산더미 같이 쌓인 시체는 단지 시체일 뿐입니다. 그것은 마치 물건처럼, 발에 채일 뿐인 물체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쌓인 시체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잔인하다', '참혹하다'는 감정을 느낄지언정 그 시체 하나하나를 각각의 것으로 보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물론, 그 시체들은, 시체가 되기 불과 몇 분,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모두 살아있는 사람들이었고 제각기의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날 아침만 해도 가족들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사람들이고, 어제의 기억과 내일의 계획을 가지고 있을 사람들이었지요. 그렇게 각자의 수많은 이야기와 미래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순간에 있었습니다. 작가가 구태여 시신의 입을 빌려 이야기들을 적어나간 것은 그 사실을 밝히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또 준영이가 골랐던 3장은 어떻던가요.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당신을 보았던 내 눈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내 귀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숨을 들이마신 허파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봄에 피는 꽃들, 버드나무들, 빗방울과 눈송이들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찾아오는 아침,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100-101p)



  이 장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죄책감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의 눈과 목소리가, 허파가 추모의 공간인 사원이 되었다는 것은 ‘당신’에 대한 나의 기억이 나의 몸에 새겨졌음을, 그리하여 평생토록 기억될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의 시간에 비하면 광주에서 일어난 일들도 그리 긴 시간 동안 일어났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살아남은 사람들 안에 오래도록 남습니다. 때때로 그 기억과 순간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남은 삶을 일평생 사로잡아, 그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버리기도 합니다. 세월호 아이들의 부모님들에게 있어 세월호 사건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사건을 기억을 만들고, 그것은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란, 이러한 것들입니다. 지극히 축약되고 단편적으로 정리된 교과서 속의 몇 줄이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이 역사입니다. 그 현장의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하나의 인간으로 만나는 것, 그 현장에 있었을 이들 모두가 각자의 삶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 그 현장의 존재했던 수많은 감정과, 냄새와, 기억과, 피부로 느끼고 눈에 보이는 것들과 만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것이 죽어있는 과거의 사건이 아닌 그 순간 살아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현재이고 장차 오늘에 이어지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역사를 ‘감각으로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역사를 감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역사가 과거에 이미 끝난 사건, 나와는 완전히 상관없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마찬가지로 삶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알고, 그렇게 나 역시 역사와 떨어진 존재가 아님을 이해할 수 있기에 중요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결국 그를 통해 ‘개인의 이야기’에서 ‘커다란 이야기’로 이어가는 끈을 찾을 수 있음에 중요합니다.


  우리가 이번에 그로써 시도했던 ‘커다란 이야기는’, 과연 그럼 ‘나라란 무엇인가’에 이르는 질문이었습니다. 1장에서 읽었던 내용. 왜, 대통령의 명령과 국군에 의해 죽은 사람들을 태극기와 애국가로 염하여 보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시간까지 차차 찾아보도록 합시다.


  이번 주 일요일에는 <소년이 온다>를 끝까지 읽어오면 됩니다. 모두 인상 깊었던 내용을 골라오는 것 잊지 말고, 다들 주말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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