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힙합> 자기 목소리가 담겨있지 않은 것을 자신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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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자기가 노래를 불러야 자신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프로듀서 앨범'이라는 게 있습니다. 보통 프로듀서는 '기획자'를 뜻합니다. 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총괄하는 사람을 말하지요. 대표적인 대중음악 프로듀서로는 기획 3사의 박진영, 양현석, 이수만을 꼽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힙합 쪽에선 종종 프로듀서라는 말을 '비트메이커'와 같은 말로 사용합니다. 이 곡 자체를 기획했다, 뭐 그런 의미겠지요.

 오늘 소개해드릴 앨범은 아티스트를 기획하는 의미의 프로듀서가 아닌, 비트메이커에 가까운 의미의 프로듀서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프로듀서 앨범의 특징으로는 앨범의 서사가 가사적으로 드러난다기 보다는, 음악 그 자체로서 느껴진다는 점이지요. 오히려 트랙마다 다른 래퍼들이 작업을 하면 가사가 따로 노는 듯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트에서부터 그 프로듀서의 색깔이 잘 느껴집니다. 가사도 가사지만, 프로듀서들이 표현한 소리를 하나의 언어로서 받아들이면서 들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1. 밀릭(Millic) - VIDA (2017)

밀릭은 트렌디함의 끝을 달리는 프로듀서입니다. 딘, 펀치넬로, 콜드 등의 세련된 음악을 선보이는 크루 '클럽 에스키모'에 소속되어있고, 지코, 페노메코, 크러쉬 등 94년생 동갑내기들의 크루인 '팬시 차일드'에도 소속되어 있죠. 이 크루들의 색깔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트렌디하고, 세련되고, 깔-끔한 음악스타일을 보여줍니다.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 약간의 신비주의와 힙한 느낌으로 화제가 되었었는데, 쇼미더머니 8에 프로듀서로 출연하고 귀여운 모습까지 보여주었죠. 17년에 공개한 이 앨범 이후로 이렇다할 개인 작업물을 보여주진 않고 있지만, 지금 들어도 세련되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앨범입니다. 밀릭의 촉촉하고 매끄러운 음색을 즐겨보세요.

 

*추천 트랙 : 'PARADISE'

 

 

2. 칠리(Chilly) - SITCOM (2020)

어린만큼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프로듀서도 있지만, 어림에도 옛날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올해 이름을 알린 칠리라는 프로듀서가 그런 케이스인데요, 정확한 나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확실히 트렌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그의 데뷔는 자신의 삶을 묵직하게 잘 담아내는 뱃사공의 앨범 [기린] (2020)을 통해 이루어졌는데요, 이 앨범의 거의 모든 트랙을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색깔을 드러냈습니다. 뱃사공과도 매우 잘어울리는, 이름처럼 칠(chill)한, 듣기 편하고 따뜻한 음색의 색깔이었습니다. 일렉기타를 기반으로 옛날 펑크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잔잔한 락 느낌도 나고, 컨트리 느낌도 살짝나는, 그런 음악이었죠. 그런 칠리가 자신의 첫 정규를 들고 왔습니다. 이 역시, 따뜻한 색이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보컬까지 아주 잘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칠리, 들어보시죵

 

*추천트랙 : Dice (Feat. BLNK)

 

 

3. 코드 쿤스트(Code kunst) - Crumple

왔습니다, 왔어요. 제 최애 앨범 중 하나입니다. 저번에 비오는 날 어울리는 앨범을 소개할때도 소개했던 코드쿤스트의 앨범인데요, 그때 소개해드린 3집 [Muggle's mansion]은 좀 더 팝의 느낌이 섞여있다면, 이 앨범은 완전 힙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피쳐링 아티스트들이 랩을 다 너무 잘해요... 엄청납니다. 거기에 코드 쿤스트의 화려하지 않은 색이 은은하게 아주 잘 드러나고 있지요. 지금은 굉장한 성공을 거둔 씨잼, 넉살, 카더가든 등의 살짝은 풋풋한 모습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추천 트랙 : 에디슨(Feat. 넉살), Dig! (Feat. 자메즈), 주소(Feat. 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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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0. 9. 3. 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