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 강학원 시즌1, 미디어와 신체’ 에세이 및 공산품 발표회: 세션2 리뷰

 

 

안녕하세요, 길드다 강학원 시즌 1: 미디어와 신체 세미나에 참여한 조영입니다. 세미나의 결과물이었던 글쓰기와 발표의 여운(과 고됨…)이 가시기 전에 모니터 앞에 다시 앉았습니다. 후기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구요.

   계절이 한두 번 바뀌는동안 반장을 맡았던 지원과 그의 에세이 팀원이었던 예원, 초빈, 동은과 공산품의 원기(Kiribbu)님의 글과 음악에 대해 짧게나마 이야기해볼게요.

 

 

 

 

 

 

   지원은 글쓰기 주제를 정하는 즈음부터 글감에 대해 고민을 했었지요. 세미나 당시에도 꼭 지원 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n번방’과 ‘인스타그램 스토리' 플랫폼에 관한 여러 단상을 이야기했었구요. 특히 키틀러를 읽으며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원은 키틀러가 마치 백색 소음의 발견으로부터 정신분석학적 무의식이 대두되었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 주변의 미디어가 신체를 구성하는 현상을 이 시대의 네트워크와 n번방에 관련지어 풀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한번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려운 개념이지만, 그럼에도 지원의 글은 굉장히 구조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그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n번방과 가해자들을 마냥 끔찍한 악마로 묘사하거나 처벌 그 자체로서 ‘해결'이 아니란 주장을 이끌면서, 매체가 관심attention과 형식을 구성한다고 했지요. 현대적 공론장은 어떤 (폭력적인) 동일성을 재생산하므로 성찰적으로 정치화해야한다고 글을 맺으며 지원은 이런 단일하지 않고 들쭉날쭉한 여러 얼굴들을 서로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가시화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기와 주변 친구들이 계속해서 말하던 고민지점을 그동안은 쉽게 말해지던 구도가 아닌 방법을 택해 말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내면적으로도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을텐데 지원다운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어서 나온 질문들도 지원을 참 잘 알고 묻는 말들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면 지원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느냔 질문에 문탁샘이 이 글 자체가 일종의 ‘준비'과정이라고 대신(?) 대답해주셨던 것이 그랬지요.

 

   예원의 글 또한 예원답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는 친구에게 말하듯 글을 쓴 예원은 자신이 죽 지내온 궤적을 돌아보며 예원이 생각하는 태도로서의 몽타주-이미지에 관해 말했습니다. 예원이 살면서 선택했던 여러 선택들을 반추하며 그간 바라보고 또 갈망했던 예원의 목표나 확신을 고백했지요. 그리고 예원이 이제는 그 끈을 조금은 느슨하게 쥐어도 된단 걸 세미나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보았다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또 ‘진짜였던 가짜였던' 그것들이 지금의 예원을 ‘여기’로 데려왔음에 감사하다는 예원의 표현이 유쾌하기까지 들려 발표중에 배시시 웃었습니다.
   저는 예원의 글에서 ‘온전히'라는 말이 여러번 등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노파심이지만 그 단어가 또 다른 전체의 상을 만들어내진 않기를 바라봅니다. 예원이 말했듯, 일상을 계속 사는 매 순간이 어떤 종착점은 아니니까요. 몇 달 동안 솔직한 예원의 표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초빈이야말로 숨기지 않은 자신의 솔직한 고민을 풀어놓았습니다. 조언하는 일에 관해 줄곧 조심스러운 태도의 고민을 하던 초빈은 그것을 엄마와의 일화와 엮어 소개했지요. 글쓰기라는 작업 자체에 관해서도 고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저도 개인적으로 이번에 비슷한 지점에서 골머리를 앓았기에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어요.
   어떤 분은 초빈이 더 글쓰기를 밀고 나갈 수도 있었을거라 격려해주었습니다. 그치만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그러나 후회 없다”고 말하는 초빈에게서 오히려 이번 발표가 초빈을 둘러싼 관계에 있어 그 성장의 시작점이라 그럴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동은은 짧지 않은 분량으로 말하기의 두려움을 사물의 언어와 관련지어 글을 썼습니다. 어떤 것을 인간의 말로 할 때 언제나 생각보다 잘 전달되지 않을까, 오독될까 하는 겁에 대해 고백했어요. 뱉어진 말들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과연 더 잘 전달할까 하는 동은의 고민을 들으며 오히려 다른 시즌에서 읽었던 존 버거가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기 전에 그것이 이미 보여진다는 그의 말처럼 뱉는 순간 타인의 방식대로 해석되는 발화가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동은은 매개자를 요하지 않는 사물의 언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설명했지요.
   이름붙이는 일을 꺼려하며 행동만으로, 존재 자체로 마음이 전해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는 동은의 글을 들으며 저는 그렇지만 이름 붙이는-낙인 찍거나 라벨링하는-일은 쉽게 드러나지 않던 것들을 조심스레 호명하는 일과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동은이 그렇게 쓴 말이 맞다면), 사물의 언어를 번역하는 일이겠지요. 아무튼 동은이 말하기의 두려움에 갇히지 않으려 글쓰기와 발표라는 자리를 통해 솔직하게 ‘말하기’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키리뿌 그러니까 원기님의 앨범에 관해 말할 차례입니다. 저는 비주얼로 작업을 돕기도 했으므로 작업 과정과 고민 지점에 관해 미리 들을 수 있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기의 음악은 들을수록 매력적이다…!라는 사실입니다. 듣매…
   앨범의 제목인 “Documentary!!”가 참 잘 요약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를 만나고, 유튜브를 감상하고, 일기를 쓰는 일상을 지내며 들었던 ‘자아'에 관한 여러 생각들을 하나하나 트랙으로 잘 풀어냈지요. 작곡자 본인은 작업 도중에는 트랙들이 들쭉날쭉하지 않냐고 묻기도 했지만 저는 굉장히 통일감있는 화법으로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다양한 가사들을 만들어낸 것이 신기했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언제나 신기해요…)
   아티스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앨범의 히트곡은 단연 마지막 트랙인 ‘임을 위한 댄스곡'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듯 합니다. 오히려 발표 전 공산품 피드백 시간에는 그 원곡의 신성함(?)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원기는 끝까지 자기의 곤조를 지켰고 발표 후 좋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곡 자체로도 그렇지만 마지막 트랙이라는 결말로써의 구성에 있어서도 원기답고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웃으며 먼저 말을 잘 걸어주는 원기의 성격이 드러나는 앨범이었지만 동시에 얼핏 단념적이거나 심오한 고민도 함께 잘 담아낸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뭐라고 한 분 한 분 불러가며 코멘트를 다는지 아리송하지만 굳이 말을 풀자면 그렇다는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길드다에서 진행한 몇 번의 세미나 중에 가장 어렵고 고된 읽기와 쓰기였지만 그만큼 남는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문탁샘의 표현을 빌어, 공적이지도 그렇다고 사적이지도 않은 공론장을 얼핏 그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고생했어요. 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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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0. 6. 2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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