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페미니즘 연구자들의 GSRC 오픈세미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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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고은

업로드 날짜 : 2020/09/04

 

서른 분 가까이 참석한<GSRC 오픈세미나 99퍼센트 청년 페미니즘 연구자를 만나다>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하였던 페미니즘 연구자 세 분께서 먼저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후에 길완님께서도 보내주시면 댓글로 붙여넣도록 하겠습니다.

(글의 볼드 처리는 모두 제가 임의로 한 것입니다.)

 

 

 

 

 

 

청년 페미니즘 연구자들의

GSRC 오픈세미나 후기

 

 

 

 

 

 

 

 

 

 

김석영

 

 

   안녕하세요.

   오늘 GSRC 99%의 페미니즘에 참여한, 감이당&남산 강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석영입니다. 방금 전 2시간 30분에 걸친 GSRC 99%의 페미니즘 온라인 세미나가 끝났습니다. 두 시간 반 동안 온라인 세미나로만 만나 뵀던 분들께 다시 인사를 드리며 짧은 세미나 후기를 남깁니다.

 

 

   우선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까~’ 설레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세미나를 하게 되어 아쉬웠습니다. 발제자 4명은 굉장히! 다른 이야기들을 했지만, 온라인 세미나의 특성상 서로 개입하기가 어려웠다고 느껴집니다. 또 작은 이야기들이 활발히 되지 않은 것도 온라인 세미나의 한계이겠죠. (저는 이제까지 GSRC세미나를 해왔던 분들의 글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제게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건 저의 미흡했던 발제였습니다.(^^;;허허) 핑계를 대자면 저는 몇 년 전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다가, 이제는 나의 공부 방향이 페미니즘과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세미나에 초대를 받아서 처음에도, 준비과정에도 우물쭈물했답니다. 그런데 오늘 세미나에서 ‘정체성’, ‘자기규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는 나를 뭐라고 규정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세미나에서 ‘나를 하나의 말로 규정지을 수 없다’라는 것은 전제처럼 깔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깊게 들어가면 모두가 하는 이야기들이 각각 다르고, 그 다름들이 각자의 공부의 아주 중요한 방향지시등이 되겠지만요.) 요즘 저는 ‘매 순간 나에 대한 규정은 바뀔 수 있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세미나를 준비했던 기간, 또 세미나를 하는 2시간동안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규정하고, 더 적극적으로 공부를/참여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맘이 끝나고서야 들었습니다. 그럼 보다 능동적이 되고=‘짝짓기’도 더 잘 됐을 텐데요.ㅎㅎ 이제껏 규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해왔지만 ‘나를 어떻게 규정할까’는 많이 고민하지 못한 것 같은데 자신을 활동가로, 페미니스트로 정의하고 능동적으로 활동을 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어서 신선했습니다. 이 느낌을 재료삼아 앞으로는 ‘어떻게 매 순간 나를 다르게 규정해나갈까?, 그게 어떤 걸까?’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미나때 이야기가 나왔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과도 함께 가지 않을까 싶네요.

 

 

   함께 세미나를 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여러 가지로 남는 아쉬움은 앞으로 오는 것들을 다르게 맞는 힘으로 가져가며..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이정모경

 

 

   지난해(2019년)가 끝나갈 무렵, 그 때만 해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같은 공간 안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비학술적 학술제>를 진행했다. 스스로를 연구활동가라고 정체화시킨 건 아마 그때 무렵이었을 테다. 학술제가 끝나고 같이 학술제를 진행한 분들과 새벽 늦게까지 뒷풀이를 했다. 진행자였던 고은 님이 2020년 여름에 재미있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세미나를 기획하려 한다며, 나를 강의자(?)로 초대하셨다. 그 때만 해도 나는 학위만 땄지 활동 한 번 해보지 않은 초짜 중에 초짜, 사회초년생이었다. 그럼에도 초대해주신 고은 님께 감사드린다.

 

   그러고 올해 2월부터 지구라는 행성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삶의 패턴을 바꿔버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오픈세미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은 님이 간간히 보내주신 메일에서는 길드다와 GSRC 친구분들은 꾸준히 만나고 있고,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있다고 하셨다. 올해 들어 수입이 있는 일 말고도 여러 활동들을 하며 깨달은, 내가 몸담고 있는 민들레가 항상 하는 이야기인 ‘소통’이라는 원제가 문득, 떠올랐다.

 

   세미나 발제문은 “페미니즘이 청년 연구자로서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주제로 써야 했다. 나의 페미니즘은 끊임없이 변화해왔고,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한 사람에게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설명할 때 많은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이 영화 <아가씨>의 대사를 차용한다. 페미니즘은 “내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라며. 이보다 더 적확하게 모경의 페미니즘을 설명할 길이 있을까?

 

   “내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인 페미니즘은 나로 하여금 색안경을 끼게 하고, 스크린 너머로만 사람을 바라보게 했다. 한국의 트위터 해시태그 운동이 그 당시 가장 역동적인 페미니즘 물결이었기 때문에, 단면적인 스크린으로만 사람을 인식했다. 그러다 보니 미러링을 포함한 혐오 발언도 서슴치 않고 내뱉기 시작했고, 칼 같이 벼려져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다.

 

   세미나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발제문에도 나와 있지만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너른 마음으로 모두를 이해하자는 게 아닌, ‘나와 다르지만 같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힘을 기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이라, 나와 다른 인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을 부대끼고 연대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평생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알아가려는 자세’'이다.

 

   ‘어려움’이란 무엇인가? 모두가 각기 다른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어려움이란, 지금 제도 안에서 그 제도의 수혜를 덜 받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어려움이다.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난 사람도 있고, 학습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인 우리는 ‘약자' (이 단어가 변질된 것 같긴 하지만)를 더 살피고 주목해야 한다.

 

   오픈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참가자 분들이 돌아가며 소감을 말했다. 모두 감사하게도 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며,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좋은 말씀들을 해 주셨다. 그 와중에 아쉬웠던 점을 말씀해주신 분도 계셨다.

 

   “관계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아직 공부하고 있고, 활동가의 영역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다. 관계와 소통, 차이와 연대라는 거대한 개념이 저에게는 구체적이지 않았고 연구자 분들이 그걸 어떻게 실천하는지 알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사실 나도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다.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막상 말을 시작하니 버벅대고 머릿속이 번잡해져 나름 짜 놓았던 스토리텔링을 하지 못하고 두서없이 정리되지 않은 내 머릿속의 개념을 뱉어냈다. 그리고, 아직 나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 개념들을 실천하고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직 저 피드백의 정답이나 해결방안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서로 만나며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흐릿한 개념들을 언어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화원

 

 

   제 노래와 노래를 둘러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시간 내어 노래 들어주시고 또 함께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코로나19로 공연이 쉽지 않아져 시무룩하곤 했는데 어제 공연 덕분에 건강한 에너지 받을 수 있었어요. 큰 응원이 됐답니다.

 

   익숙치 않은 이들 속에서 페미니즘은 대부분 불편하거나 어색하거나 피하고 싶은 대화 주제가 되곤 하는데, 어제의 자리가 그 두려움을 각자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굴 만나든 언젠나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페미니즘이 좀더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미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랍니다. 만나고 부딪히면서 얻는 용기와 위로가 또 있으니까요. 저도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행동하고 있겠습니다.

 

   모두 건강 잘 살피며 지내시고, 어디에선가 또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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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0. 9. 11.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