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RC] 제목 따라 진짜 길 잃어버린 <길 잃기 안내서>

*본 글은 2020-2-25에 작성된 글로, 코로나 사태 이전에 다녀온 여행과 세미나 후기입니다.

글쓴이 : 김고은

 

1. 생소한 시도, <길드다소셜리딩클럽>

 

 

   <길 잃기 안내서>에서는 여행을 주제로 3주동안 2권을 책을 읽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중심이 된 책은 레베카 솔닛의 <길 잃기 안내서>였습니다. 여럿의 추천을 받기도 했을 뿐 아니라, 또 이미 잘 알고 있는 저자의 책이기도 해서 첫 프로그램의 책으로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경험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 우리가 철학적 발견에서 가장 중요하게 예측해야 할 요소는 미처 예견할 수 없는 요소다.” 포가 어떤 사실이나 측정을 냉철하게 헤아린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단어인 “예측하다(calculate)”와 결코 측정되거나 헤아려질 수 없으며 오직 기대할 수만 있는 “예견할 수 없는 요소(the unforseen)”라는 표현을 나란히 쓴 것은 의도적인 일이었다. (『길 잃기 안내서』 中)

 

   이 책에서 레베카 솔닛은 ‘길 잃기’가 무엇인지 자신이 쓰는 글을 통해 아주 잘 내보이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곧 올라올 저의 <보릿고개프로젝트>에서 확인하세요!) 레베카 솔닛은 책에서 스스로 길을 잃고 “테라 인코그니타”, 즉 미지의 땅을 탐사하듯 문장을 써내려갔습니다. 속된말로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길 잃기 안내서> 세미나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러모로 저에게나 길드다에게나 실험적인 형식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프로그램 형식이 달라졌기 때문인지 모인 멤버들도 이전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길드다에서 찾기 어려웠던 대학생들이 꽤 있었고, 오히려 탈학교 청소년이나 대안학교 출신 청년이 드물었습니다. 세미나 시간은 여느 프로그램보다 더 활기찼습니다. 마치 대학교 동아리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를테면 <길 위의 인문학>에서 여행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멤버들은 ‘혼자 시간 갖기’라던가 ‘밤에 별 보기’와 같이 비교적 덜 사교적인 활동을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길 잃기 안내서>에서는 ‘액티비티 활동하기’라던가 ‘서로 이야기 많이하기’와 같이 매우 액티비티한 활동을 선호했습니다.

 

   발제도 긴 메모도 없이 그냥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이 프로그램은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책, 많지도 적지도 않은 멤버들이 함께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새로운 형식 아래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말 그대로 4주간 길을 잃어가며 서로를 탐색하고 세미나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무엇보다 길을 잃게 만들었던 것은 『길 잃기 안내서』였습니다. 책이 너무 정신산만해서 다들 어려워했거든요.)

 

 

 

 

 

 

2. 좋았어, 다 계획대로 되고 있어

 

 

마지막 4번째 시간에 저희는 인천 대부도에 다녀왔습니다. 아쉽게도 갑작스러운 스케줄 변동으로 참석하지 못한 성현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함께 다녀왔습니다. 저와 형섭이 차를 끌고 점심으로 칼국수와 해물파전을 먹었습니다. 총무는 인겸님이 맡아주셨는데요, 해물파전이 비싸 긴장하셨습니다. 여러분 인겸님이 누군지 아시나요? 어린이낭송서당을 3학년때부터 다녔던 6학년 김동겸군의 형이랍니다! 나이 터울이 큰 두 형제를 모두 만나보다니, 이런 영광이 또 없습니다ㅠㅜ

 

 

 

점심식사를 한 뒤에는 근처에 있는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이번 겨울이 참 포근했는데, 유독 저희가 여행갔던 날만 엄청 추웠습니다. 바람이 아주 매섭게 불고, 심지어는 바다가 얼었습니다. 저는 겨울바다를 무척 보고 싶어했습니다만, 귀가 곧 떨어질 것 같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다급하게 바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우리 건강하신 인겸님과 소희님 그리고 뒤이어 제윤이까지 맨발로 바다에 들어갔습니다. 이 패기! 젊은 날의 패기! (물론 저는 20대 초반에도 겨울바다에 발을 담근적적은 없었습니다.ㅎ)

 

 

 

원래는 책에서 읽은 것처럼 바다에 가서 뭐라도 해보자, 예측불가능성의 힘을 체험해보자, 무작정 가서 길을 잃어보자는 것이 저희의 컨셉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저희의 컨셉에 맞게(??)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겨울 날씨가 뒤쫓아오는 바람에,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카페로 피신하였습니다.

그리곤 무려 거진 4시간 동안 게임을 했습니다. 빙고를 할 때 형섭이는 연예인들 이름을 다 못 채워넣어서 애를 먹었구 (물론 저도.,..ㅎ), 소윤님은 누구보다 빨리 이름을 채워넣고는 고전을 면치 못해 웃음을 안겨주었습니다. 카드  게임을 할 땐 의외로 지원님이 거짓말을 너무 못해서 '진실의 눈'이라고 놀림받았던 반면, 초빈이는 포커페이스를 너무 잘 유지해서 다들 깜짝놀랐죠. 그러나저 살면서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게임은 처음해봤습니다. 빙고부터 도둑잡기, 원카드까지 아주 바쁜 시간을 보냈죠. 휴~

 

 

 

해가 어둑어둑 질 때 즈음 자리를 이동해 근처 수산시장으로 향했습니다. 형섭은 횟감의 가격을 얼추 알고 있었고, 딜하는 방법도 엄청 잘 알고 있었습니다. 형섭 덕분에 싸게 싱싱한 회를 잔뜩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식탁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음식은 회나 스키다시가 아닌 '떡'이었답니다.

소윤님은 인겸님이 말할 때마다 웃음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아무리봐도 20대의 말투가 아닌 것 같다고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입시가 끝나고 술의 맛을 깨달은 소희님과 문탁에서도 술꾼으로(??) 정평이 나있는 제윤, 그리고 술이 들어갈수록 구수한 말투를 구사하는 인겸님은 시원하게 술 한 잔 걸쳤습니다. 그러나 술을 먹지 않고도 할말은 다 하는 초빈이와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지원, 소윤 그리고 운전해야하서 술을 못 마시는 저와 형섭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답니다. 

 

 

 

 

 

 

 

 

3. 알고보니... 길드다소셜리딩클럽

 

   마지막 시간에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시간은 마지막으로 함께 모여 회를 먹으며 나눴던 이야기였습니다. 문탁이나 길드다에서는 절대로 서로에게 물어보지 않는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서로 어떤 느낌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인상들은 꽤나 다양했지만 대개 뉘앙스는 비슷했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이어서 나누었던 이번 세미나에 대한 피드백에서도 저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크게는 두 가지 층위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는 형식에 관련된 것이었어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세미나나 여행이 짧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반면 이렇게 잠깐 만나고도 여행을 갈 수 있는 게 신기했다고 말한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발제가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세미나라 좋았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각을 세운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정과 세미나 분위기에 대해서 양쪽의 의견이 모두 다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이 세미나가 얼마나 어중간한 세미나의 역할을 잘 수행해냈는지 보여주는 피드백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두 번째 피드백의 층위는 ‘소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좋았다"는 말이 정말 많았어요. 그 이유로는 “생각에 깊이가 있는 사람들이여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다른 이들을 보고 알 수 있어서”를 꼽았습니다. 또 초빈이나 제윤이같이 문탁에 오래 왔던 친구들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혹시 눈치채셨나요? 제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내내 받았던 느낌, 마지막 피드백 자리에서 한 번 더 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 말입니다. 처음 시도한 형식의 이 세미나가 중간중간 길을 잃어가며 마지막에 도착한 지점은 길드다‘소셜’리딩클럽이었습니다. 즉 이 모임의 포인트는 길드다도, 리딩도, 클럽도 아니고 바로 ‘소셜’에 있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끊임없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점도 그러합니다만, 그보다 피드백할 때에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세미나의 내용은 ‘책’이 아니라 (책 내용에 대한 피드백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 형식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만남 그 자체였습니다.

 

   이번 시즌을 하면서 '소셜'이 잘 살 수 있는 방식으로 모임을 좀 더 보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간단하게라도 자신의 생각을 써올 수 있는 메모의 형식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글의 폼 양식을 사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소셜’리딩클럽의 특성을 좀 더 살리기 위해 중간에 서로 이야기를 좀 더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볼까 합니다. 4주간의 세미나이니, 2주차에 함께 저녁을 먹는다던가 술을 한 잔 한다던가 하는 시간을 말입니다. 사실 서울이나 다른 북클럽에서는 이미 시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길드다에서는 <길드다소셜리딩클럽>이 처음 시도하는 '소셜' 세미나였습니다. 앞으로 좀 더 하며 지켜봐야겠지만, 저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책을 통한 소셜모임이 우리 또래에게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올 한 해 동안 격월로 <길드다소셜리딩클럽>은 계속 될 예정입니다. → 다음시즌보러가기 /(>-<)/ (click)

 

마지막 시간에 나눴던 후기~

(지원) 오늘 신나게 놀고 맛있는 거 먹고 기분 좋은 하루 보냈어용 !! 모두 감사합니다 ~

(형섭) 짧다면 짧고 길게 본다면 긴 독서모임 1달간 재밌었습니다 보통 이런 모임에서 산뜻하게 고루고루 친해지기란 요원한 일일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번 모임에선 고루고루 알게 되어 뜻 깊고 좋은 시간 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9명의 사람들과 모여 너무 좋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 요즘 같은 각박한 시대에 얻은 값진 경험이었어요 !!٩(๑˃̵ᴗ˂̵)و

(초빈) 4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같이 해서 즐거웠어요! 성현씨가 여행을 같이 하지 못해 아쉽지만... 하루종일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아요. 다음번에 또 같이 세미나에서 만나면 좋겠어요~

 

TXTLAB/길드다 소셜리딩클럽(GSR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0. 7. 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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