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 김지원 , 이동은과 나는 학교 친구였고 , 동네 이웃이었고 , 또 때로는 함께 일하는 동료였다 . 길게는 15 년 , 짧게는 5 년을 그렇게 곁에서 함께 해왔다 . 우리는 그간 자주 만나 술을 마셨고 , 각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고 , 때로는 함께 공부하며 열을 내기도 했다 . 그렇지만 나는 가끔 나와 그들이 무언가 다르다고 느꼈다 .
나는 스무살이 되자마자 재수를 위해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 중 , 고등학교 친구였던 지원은 대학을 가지 않겠다며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 그렇게 기숙학원에서 1 년을 버틴 나는 대학에 갔다 . 아르바이트를 하며 1 년을 버틴 지원은 군대에 갔다 . 시간이 지나 나도 군대에 갔다 . 내가 전역을 할 때쯤 , 목수가 된 지원은 나에게 집을 구해 독립하자고 했다 . 나는 기대와 달랐던 대학을 그만두기로 대뜸 결정했지만 , 지원의 제안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 그리고 나는 새로운 학교에 들어갔다 . 지원은 독립해 새로운 집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
길드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학세미나
이후에도 나는 문탁네트워크에 자주 들락날락 거렸다 . 재미있어 보이는 세미나가 있으면 참여했고 , 문탁네트워크 아래에 있는 목공소에서 작업을 하기도 했다 . 내 기억에 고은과 동은은 언제나 그 곳에 있었다 . 동은은 어느 날에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 또 어느 날에는 커피를 팔고 있었다 . 고은은 자주 선생님들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 있었고 , 항상 어딘가로 사라지곤 했다 . 이 친구들은 어떻게 이 나이 많은 선생님들과 부대끼며 살고 있을까 ? 이 친구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늘 궁금했다 .
나는 그들과 달랐다 . 디자인을 전공한 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자연스럽게 회사에 들어갔다 .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에서는 주로 회사가 원하는 일을 하고 , 회사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한다 . 나는 가끔 회사에서 내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 자리에 앉아 멍하니 껍데기만 남아있는 나와 컴퓨터 속 내 작업을 본다 . 나는 그럴 때면 이 회사에서 내가 더 있는게 앞으로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했다 . 만약 이 회사를 나간다면 어디서 돈을 벌어야 할지 계산했다 .
어느 날 이 친구들은 < 길드다 > 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 인문학 공부를 하더니 그 공부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 내가 할 일이 없겠냐고 물었고 , 그들은 나에게 일을 줬다 . 이 친구들과 일하는 것은 회사에서의 그것과 달랐다 . 이 친구들은 사소한 결정에도 모두가 달려들어 의견을 냈다 . 나도 거기에 의견을 보태기도 하고 , 내가 원하는 방향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 우리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 그들은 일이 끝나고 나면 또 길고 치열한 회의 끝에 나에게 줄 돈을 책정했다 . 일을 다 하고 얼마 받을지를 알게 된다니 … 바깥의 논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을했다 . 아무튼 이 친구들과 일할 때면 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나는 어쩌면 안정적인 ( 그렇게 안정적이진 않다 ) 월급을 받으며 , 그들을 불안한 이십대라고 생각했다 .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런 이십대 말이다 . < 다른 이십대의 탄생 > 은 그런 그들의 기록이다 . 이 책을 읽고 나는 다시 생각한다 . 무엇이 우리를 ‘ 불안하다 ’ 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인지 , 무엇이 우리를 20 대라는 통념 안에 가두고 있었는지 말이다 . 그들은 가구를 만들고 , 그림을 그리고 , 서로 싸우면서도 계속 함께 공부했다 . 공부를 통해 그들은 불안한 미래 대신 현재를 산다 . 현재의 고민들은 공부로 텍스트 - 컨텐츠가 되어 돌아온다 . 그들은 서로 텍스트를 해석하고 해체하는 과정 속에 함께한다 .
나는 아마 당분간 회사를 그만두지는 못할 것 같다 . 하지만 나는 그들과 함께 공부하며 어떻게 함께 ‘ 살아있을 수 ’ 있을지 묻고 공부할 것이다 . 특별한 답은 없겠지만 , 이 다른 이십대들과 함께라면 답이 없는 과정도 텍스트 - 컨텐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