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세미나 <재현이란 무엇인가> 세미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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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는 <재현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못 오셔서 아쉬웠지만, 인원이 적어지니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인원이 많은 관계로 모두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세미나가 끝나기도 했으니ㅎㅎ..



특히 미술사에서 '재현'이라는 개념은 중요한 화두인 것 같습니다. 기존의 예술은 가시적인 어떤 대상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원본과 얼마나 닮게 재현해내느냐가 예술의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이럴 경우 예술품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예술품 '밖'의 무언가(원본)와의 일치를 통해 그 존재와 의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현은 원본과 모방물의 위계를 재생산하고, 불변하는 대상과 주체를 전제합니다. 책에서는 이런 '재현'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관념이 아니라 사건과 함께 작동하며, 우리의 사고 전반을 뿌리깊게 지배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현적 사유를 넘어 '비-재현'의 사유와 예술을 제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에서  '재현'이라는 개념에 대해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재현적 사유'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많은 영역들에서도 그렇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관계나 사랑에 대해 사유하는 방식이 '재현적'이지 않나, 하고 생각하면서 저의 경험에 대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삶과 시간이 재현될 수 있을까? 무언가를 재현하려는 예술은 어쩌면 허위가 아닐까?"(49-50p)

하지만 그 전부가 '재현적'이라고 해서 무의미하거나 허위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아요. 세미나 하면서도 이야기 나눴듯이 '재현'과 '비-재현'의 경계를 딱 자를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재현하고자 하는 예술은 의미가 없는 걸까?' 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재현'과 '비-재현'의 경계가 무엇이냐 하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분은 '재현'은 원본의 권위에 기대는 것이고, '비-재현'은 원본의 권위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다른 분은 그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결국 '재현'과 '비-재현'의 경계를 나누려고 하는 시도조차 '재현적'인 것 같다는 분도 있었구요.



여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예술'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예술하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본인이 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왜 그런지, 혹은 예술을 한다는 건 무엇인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궁금하다'는 질문을 마치고 잠시 정적이 흘렀어요...ㅋㅋㅋㅋ 선뜻 예술을 '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예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권위나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분은 타인이 생각하는 예술과 나의 예술이 많이 달랐을 때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조심스럽지만 '모순'을 만들려는 작업을 하고,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낯선 것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려고 하기 때문에 감히 예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제가 모두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옮겼는지 모르겠네요ㅎㅎ; 아무튼 처음에는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가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 느낌이라 힘들기도 했는데, 그런 분위기에 조금 적응되니까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다음 시간에도 이런 말을 하고있을진 모르겠지만,,ㅋㅋㅋ 다음세미나도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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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9. 4. 2. 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