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학교] 프로젝트 발표 후기

728x90

-20180331

-시즌4/학교/마지막시간 후기

-작성자: 명식


지난주 토요일, 3월 24일은 <길 위의 학교>, 이번 시즌의 마지막 시간 - 발표회였습니다.

 

  당일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겨 오지 못한 수현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친구들이 모두 각자의 프로젝트를 준비해서 참가했고, 더하여 그 외 친구들도 굉장히 많이 왔는데요. <길 위의 인문학> 이전 시즌을 함께했던 시현, 해은, 화영, 현희, (최)현민. <예술 프로젝트> 멤버들, <중등인문학교> 멤버들, 문탁 어른들 등 예상한 것의 몇 배는 되는 분들이 발표회를 보러 와주셨습니다. 모두들 감사드립니다.


  이날 수업은 이번 시즌 메인 텍스트였던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 내용 혹은 학교에 대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다양한 형식으로 정리하여 발표하는 발표회였습니다. 놀랍게도, 거의 한 사람도 겹치는 형식이 없이 모두가 서로 다른 형식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1.


   규태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규태는 자신의 에세이 <학교라는 길>을 통하여 학교 제도에서 벗어나는 일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일리치의 주장이 갖는 현실적 한계를 다루었습니다. 


   “…내가 대학에 가지 못한 채로 실패하거나 경쟁에서 패배했을 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제도와 학교가 인정하지 않은 곳에서는 ‘세이버 지점’을 주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문탁 네트워크에서 공부했다고 사회나 기업이 딱히 알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은 졸업장이라는, 사회가 인정한 세이브 지점을 준다…”


   저는 규태의 이 글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매우 의외였는데, 수아는 규태가 특히 마지막 수업 시간에서 계속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다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무튼 이 글에는 규태가 일리치를 이해하는데 느꼈던 어려움이 규태의 현실과 잘 엮여 나타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끝내 규태가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던 문탁 선생님의 질문, ‘교육 제도를 이수함으로써 얻는 안정감과 이득조차도 실은 완전한 허상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좀 더 규태 스스로 이야기를 정리해봐야겠지요.  




발표중인 규태



질의응답받는 규태



규태 발표를 감상중인 우현, 현민, 새은



2.

 

  다음은 수아가 <학교 없는 사회>의 각 파트들에서 영감을 얻은 자작시를 낭송했습니다. 마치 일인극처럼 무대(?)를 누비며 관객(?)들과 호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6장을 소재로 다룬 시가 매우 좋았습니다.


 “어디에도 통하지 않는 다리


  배를 타고 광활한 강을 건너던 중 이었다

  갑자기 노를 젓던 사람이

  강 한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가리킨 곳을 보니 어디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다리 하나가 우뚝 서있었다

  부서진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보려고 했지만 안개에 가려져

  사라지고 말았다


  어디에도 통하지 않는 다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바라보며

  이곳에 홀로 놓여있다“ 


 벌써 몇 번이나 <학교 없는 사회>로 에세이를 썼기에 나올 수 있었던 (내용 발전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이제 글쓰기가 지겨워져서 시를 썼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작품이었습니다. 질문을 더 많이 받고, 시마다 담고 있는 책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뜻밖에 질문은 별로 나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발표 자체는 아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시에 취한 수아



3. 


  “호기심 동하는 세미나를 신청할 수 있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으니 공부하기 싫으면 도망가도 된다. (시즌 끝나고) 어렵지만 재미있는 것을 배운다. 학교 없는 사회라는 책을 공부해서 학교만이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을 깨부숴주기까지 하니, 이곳이 학교라면 특별한 학교인 것 같다. 이런 학교는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어서 초희가 학교에 대한 자신의 짧은 글들을 모은 <학교에 대한 단상들>을 읽었습니다. 학교에 대한 초희의 기억들과 생각들, 또 문탁에 대한 초희의 생각들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어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글이었습니다. 괄호 안에 넣은 질문들도 매우 좋았습니다. (발표용으로 뽑으면서 지운 줄 알았는데 제가 놓친 거였네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자신의 경험과 책의 내용을 엮어내고, 질문으로 옮기는 것이 글을 쓰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짧게 짧게 글들을 써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매우 좋았습니다!




발표중인 초희



초희 발표를 듣고 계신 문탁 선생님들!



4. 

 

  다음은 공연 당일까지 타임 스케줄이 정말 아슬아슬했던 새은이와 현민이의 노래, <읽히지 않는 책> 이었습니다. 곽푸른하늘의 <읽히지 않는 책>을 두 사람이 개사하여 불렀는데요. 


 “자유롭다 말하면서도 사실 그렇지 않아

  감히 힘내란 말 난못해

  매일 호흡 과다여서

  날 아끼지도 못했지

  손에 잡을 수 없는 게 많아

  불안이 날 움직인거지“


  가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설명해주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노래에 대해서는 다들 호평이었습니다. 특히 문탁 어른들이 현민이가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꽤 놀라워하셨습니다. 최근까지도 실용음악을 해왔던 친구라고 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 하셨으니^^;; 물론 새은이도 그런 현민이에게 꿇리지(?) 않을 만큼 잘했습니다!




공연중인 새은과 현민



5. 


  이 다음이 대로의 희곡이었지요. 무려 발표 직전까지 리허설조차 거치지 않고 즉석 캐스팅으로 읽어나가는 사상 초유의 희곡 발표였습니다. 필요한 사람 수도 많아서 저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친구들, 고은샘까지 앞으로 나가 읽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뜻밖의 즉석 연기력이 빛났고, 특히 규태와 우현이는 거의 류승범의 양아치 연기 수준으로 생활 연기를 해 주었습니다. 이건 저만의 의견이 아니라 함께 발표를 지켜 본 문탁 어른들의 의견입니다. 이번 길 위 멤버들은 전부 다 예술적인 감각이 나름대로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고요.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불과 일주일 전 대로가 가져왔던 극본에서 천지개벽한 것을 보고 다들 놀랐습니다. 일주일 만에 이렇게 발전한 극본을, 그것도 일곱 페이지에서 여덟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써왔다는 데에서 다들 대로의 재능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문탁 예술프로젝트팀의 영화 감독(?) 재영이가 곧바로 대로에게 컨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죠? 아주 좋은 발표였습니다. 




희곡 낭송에 몰두하고 있는 멤버들



그들을 바라보는 김감독




6. 

 

  다음은 가현이가 학교생활을 일기로 써보았습니다. 일주일 전 검토 시간에 우리 모두를 웃겼던 바로 그 부분이었는데요. 내일 학교 안 가고 싶다, 안 가고 싶다, 안 가고 싶다……하고 포석을 깔다가 다음날 아주 담담하게 “응 그래서 안 감”으로 시작하는 그 날의 일기들을 가져왔습니다.


  그 때 길 위 멤버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던 것처럼 이번에 온 손님들도 모두 웃음을 참느라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래도 기껏 학교를 빠져놓고 인형뽑기 가게에 멀뚱멀뚱 앉아 있는 부분이나, 네 사람의 핸드폰이 연달아 울리는 부분이나, 주니어 네이버 옷갈아입히기 부분 같은 데서는 다들 참지 못하고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가현이의 학교생활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발도르프 학교만의 특징적인 시스템을 알 수 있었던 매우 좋은 글이었어요.


  덧붙여 문탁 어른들의 의견을 소개하자면, 그 학교 땡땡이야말로 진짜 인생에 도움이 되는 참된 수업이라고 말씀해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땡땡이를 치라는 말은 아닙니다. 가현이 스스로 정한 기준대로 6개월에 한 번 정도는....괜찮지 않을까요?




일기를 발표중인 가현



감상 중인 현의와 시현



초희 동생과 화영이도 감상중....




  마지막 순서를 우현이가 장식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한 주 전에 미리 접한 곡들이었지요. 하지만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녹음된 곡을 듣는 것과 라이브로 곡을 듣는 건 전혀 다른 느낌이었으니까요. 역시 랩은 라이브로 들어야 그 느낌이 훨씬 잘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우현이 스스로는 연습도 별로 못 했고 공연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참 대단한 공연이었다 싶습니다. 


  다만 우리는 한 번 가사를 다 읽어보았으니 가사를 직접 보지 않고서도 어느 정도 다 들렸는데, 처음 듣는 분들도 가사가 잘 들렸을까 하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지난주 뽑았던 가사들을 어느 정도 가져오긴 했는데 생각보다 오늘 손님들이 너무 많이 와서 역시 조금 모자랐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가사가 궁금해서라도 음원을 사는 분들이 더 늘지 않을까 하는....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공연중인 우현





  아무튼 우현이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길 위의 학교>도 성공리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뒤이어 길드; 다의 오프닝도 있었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돌아가기 전 머무르면서 식사와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문탁의 선생님들이 손수 준비해주신 간식들도 조금씩 맛볼 수 있었고요.


  에세이, 시, 희곡, 단상들, 노래, 일기, 랩까지. 7팀7색(사람 수로는 8인 8색)이 모두 빛난, 좋은 마무리였습니다. <학교 없는 사회>와 우리가 학교에 대하여 나눈 이야기들, 그 전부를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각자에게 하나씩은 생각할 거리가 남았으리라 믿으면서, 이번 시즌을 이렇게 마치려고 합니다. <길 위의 학교> 멤버들과, 마지막 시간 찾아와준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그 외에도 찾아와준 예슬 프로젝트팀, 중등인문학교 친구들, 현민최, 해은(너무 귀신 같이 숨어서 이 사진 밖에 못찾음)



다들 수고했습니다!



7.

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18. 4. 30. 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