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 강학원 <정동> 시즌 2 5회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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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명식

업로드 날짜 : 2021-12-15

 

  2021 길드다 강학원 <정동>, 텍스트 읽기로는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지난주에 이어 <감정노동>의 후반부(5~8장)를 읽었는데요. 역시 이야기해볼만한 부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 후반부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감정노동이 공적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즉 개인전용에서 상업용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변화에 관한 것입니다. 저자는 미국 유명 항공사들의 항공 승무원들을 사례로 들며 이 변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첫째, 감정노동은 이제 사적 행위가 아닌 공적 행위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이 된다. 감정노동을 지시하는 것은 당사자 개인이 아니라 돈을 받고 타인을 선발하고 훈련시키며 감독하는 무대의 관리자이다. 둘째, 감정법칙은 이제 어떤 사람과 사적으로 협상할만한 개인적 재량의 문제가 아니라 각종 지침과 연수 프로그램, 관리자들의 담론 속에서 공적으로 정해진다. 셋째, 사회적 교환은 좁은 통로를 통해서만 일어나도록 강요된다. 그 경계를 따라 숨을 곳이 있다고는 하나 개인적으로 감정을 채울 곳을 찾기 위한 공간은 훨씬 적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감정노동자들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맞닥뜨리게 하죠.

 

  “첫째, 어떻게 하면 내가 내 직업상의 배역과 회사에 흡수당하지 않으면서도 정말 잘 맞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둘째, 어떻게 하면 내가 행동의 동기가 되는 사람들과 분리된 상태에서 내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까. 셋째, 내가 나와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내면 행위를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냉소적이지 않으면서도 내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한 저자는 감정노동이 사회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중요하며, 그 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현상들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첫째, 다른 자원이 없는 여성들은 감정을 자원으로 삼아 남성들에게 선사하고 보다 많은 물질적 자원을 받는다. 때문에 감정을 관리하고 관계에 관련된 노동을 하는 능력은 여성에게 보다 중요한 자원이다.
  둘째, 감정노동은 남성과 여성에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중요성을 갖는다. 이는 남성과 여성이 다른 종류의 감정노동을 요구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 - 승무원, 남성 - 추심원) 또한 각각의 특성화된 성향은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감정적 과제를 부여한다. 여성에게는 친근함을 요구하고 분노와 공격성을 억누를 것을, 남성에게는 두려움과 연약함을 억누르고 공세를 펼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여성을 전반적으로 경시하는 문화는 타인의 감정에 맞서는 여성 개인의 지위적 보호막을 약하게 만들며 때문에 여성들은 더 기술적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처법을 갖추길 요구받는다.
  넷째, 남성과 여성은 관리된 감정 중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에 있어 차이를 보이게 된다. 여성들은 자신을 예속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성적인 아름다움이나 매력, 관계를 맺는 기술 등을 수세적으로 사용해 대응하는 경우가 많기에 상업적 착취에 이런 능력들이 가장 크게 노출된다. 남성은 분노를 행사하고 남을 위협하는 능력을 회사에 양도된다. 그리고 양쪽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우리는 이러한 저자의 분석들을 현대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가지고 많은 대화들을 나누었는데요. 고은은 비록 양상에 있어 바뀐 점들은 있으나 여전히 젠더적으로 차이를 갖는 감정노동의 경향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드라마에서 남성 간호사들이 갖는 역할이라던가, 때때로 진상손님들을 상대할 때 여성 직원들이 남성 직원들을 데려올 때 발생하는 효과 같은 것들 말이죠.

 

  또 한편으로 감정노동에 있어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차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요. 감정노동이란 개념이 본격적으로 부각되지 않았으며 그것이 소위 공적영역으로 넘어오기 이전의 산업구조를 살았던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다 감정노동의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특정한 행동양식을 갖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가령 카페에 가서 아르바이트생과 이야기할 때도 ‘저 사람은 내게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 - 일종의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 행동하기에 기성세대와 어떤 차이들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회사라는 집단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구성원이 아닌 감정노동자, 연기자로서 분리된 개인으로 스스로를 인식한다던가 하는 차이점들이요. 물론 직군에 따른 차이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편 감정노동자들의 가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내용도 있었는데요. 감정노동자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양육할 때에도 그들을 작은 감정노동자로 길러낸다는 내용이었어요. 거기서 우리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오은영, 강형욱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고, 가정 뿐 아니라 사실 공교육도 비슷한 양상을 띠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러한 상황들을 요약하면서 ‘가짜 자아’와 ‘진정한 자아’를 이야기하는데, 이에 대해 찬님은 그들 중 어느 하나를 택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찾는 것이 관건일 것 같으며, 우리에게는 그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다같이 깊이 생각해 볼 지점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감정노동>도 끝이 나고 저희는 2021 길드다 강학원 <정동>에 준비된 모든 텍스트들을 읽었습니다.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고, 마지막 에세이까지 잘 준비해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 주 에세이 초안 검토 때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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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1. 12. 30.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