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중등인문학교 S1 <마을이란 낯선 곳> 두 번째 시간 후기

  2020 중등인문학교 시즌1, <마을이란 낯선 곳>의 두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연경 연주 한영 가람 네 사람 모두 함께해주었는데요. 오늘 함께 읽은 이번 시즌의 첫 번째 책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습니다.

 

  책의 전체적인 느낌에 대하여 우울하고 안타까웠다는 감상과 함께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사실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는데, 그 때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했거든요. 표현이라던가, 문체라던가, 또 구성과 전개라던가, 아무튼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전까지 우리가 접해오던 책들과는 좀 이질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기에 대한 배경지식이 우리에게 부족한 탓도 있지요.

 

 

 

  책 서두의 ‘철거계고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 책은 1970년대 서울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조금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보지요. 며칠 전 6월 25일이었는데요. 1950년대, 바로 이 625 전쟁으로 인해 한국 땅 전체가 초토화됩니다. 서울도 많은 피해를 입었구요. 지방도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60년대에 접어들어, 서울에서는 박정희 정권 주도 하에 산업화와 도시 재건 작업이 이루어지고, 지방에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도시들로 이동하게 됩니다. 서울로도 많은 사람들이 왔죠. 하지만 이렇게 무일푼으로 올라온 사람들이 서울에서 일자리나 살 곳을 구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서울 일대에 무허가 건축물들을 짓고 일종의 빈민촌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들을 ‘도시빈민’이라고 부릅니다.

 

  공장을 돌리고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도시빈민들의 힘이 필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울을 재건하고 정비하는데 있어 이 도시빈민들의 무허가 건축물들은 그저 흉한 장애물일 뿐이었지요. 게다가 불법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정부와 기업들은 이 무허가 건축물들을 강제로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며 빌딩이며 새 건물들을 쌓아올립니다. 대신 도시빈민들에게는 다른 아파트에 ‘입주할 권리’가 주어졌는데, 그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죠. 결국 도시 빈민들은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에게 싼값에 그 권리들을 넘기고 맙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난장이네 가족은, 바로 그 도시빈민 중의 하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배경을 알고 나면 책 내용도 달리 보입니다. 가람이가 인상 깊은 부분으로 꼽았던 난장이 가족의 ‘노비 조상님들’에 대한 이야기, 이는 조상들부터 바뀌지 않은 어떤 굴레에 대한 이야기지요. 하루 먹고 하루 벌어 살며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삶. 조상들부터 그랬고 난장이 가족들도 그렇고 이제 자식들인 영호 형제, 영희도 그럴 것입니다. 또, 한영이와 다른 친구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으로 꼽았던 ‘달나라’ 이야기. 그건 이 바뀌지 않는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달나라행을 꿈꿀 수밖에 없는 난장이의 절망에 대한 이야기일 겁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의 말과 행동, 선택의 이유를 차례로 따져보았습니다.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허가 건물을 짓고 살아가야만 했던 난장이 가족, 도시를 정비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관료와 사업가들, 공동으로 파업을 꾀했다가 배신당한 주인공 형제, 그런 주인공 형제를 등져야만 했던 공장의 동료들, 투기꾼 남자에게 몰래 표찰을 훔친 영희, 또 철거를 강행하러 온 이들에게 주먹을 날렸다가 역으로 흠씬 두들겨 맞은 지섭.....왜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을까? 나는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참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가령 연주는 지섭의 행동을 무모하다고 말하면서도, 연주가 만일 지섭의 자리에 있었다면 자기도 주먹을 날렸을 거라고 했지요. 또 연경이는, 주인공 형제를 배신한 공장의 동료들을 미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한다고, 그래서 만약 자신이 배신당한 입장이고 나중에 그 배신한 동료들을 만나게 되어 그냥 아무 말 없이 무시하고 지나갈 것 같다고 했고요. 그런 말들을 나누며,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하며, 이것이 참 쉬이 말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걸 함께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수많은 희생과 다툼과 분란이 있은 끝에,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만들어졌다는 것도요.

 

  도시에서의 삶에는, 이와 같은 역사, 태생적인 이유에 비롯된 많은 분열, 그리고 또 연대가 공존합니다. ‘엘사’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우리는,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그 분열과 연대의 이야기들을, 그 안의 한 명 한 명의 삶의 이야기들을 살펴볼 겁니다. 다음 시간에 읽을 위기철의 『아홉 살 인생』으로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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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0. 6. 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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