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걸 헤이 유교걸 6회] 선생님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선생님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선생님과 잘 지내기는 어려워 내가 공부하는 인문학 공동체 문탁 네트워크에는 또래가 거의 없다. 처음에 나는 몇십 명의 선생님들의 공동체에 들어온 이방인, 그것도 낯선 젊은 이방인이었다. 문화의 차이, 어법의 차이, 공부의 차이가 두드러질 때마다 나는 선생님들에게 대항했다. 다수의 어른에게 아부를 떨거나 순응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들에게 마냥 반기를 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래가 없는 이곳에서 선생님들은 나의 친구였고, 나 역시 공동체에서 제 몫을 해야 하는 제자이자 후배, 동료였다. 언젠가부..

[걸 헤이 유교걸 5회] 연애의 딜레마에 빠지다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연애의 딜레마에 빠지다 연애의 딜레마 거의 6년 만에 솔로가 되었다. 간만에 솔로가 되니 ‘이제 연애 그만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전 애인과는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연애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한 명과의 관계에 몰두하는 일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연애할 때면 애인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에 휩싸이고, 연인관계가 다른 관계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생긴다. 다른 이와 깊은 관계를 맺을 시 그 상대가 나의 성적 지향성에 부합한다면 바람피우는 일이 된다. (나의 경우엔 내 애인의 성별에 크게 개의치..

[걸 헤이 유교걸 4회] 공자님은 자기계발이 좋다고 하셨어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공자님은 자기계발이 좋다고 하셨어 전공에 대한 거부감 2017년 겨울, 4명의 청년과 문탁 네트워크의 선생님들이 평창에 모였다. 인문학 공동체에서 오래 공부한 청년들이 가진 욕망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길드다가 탄생했으니, 길드다는 시작부터 많은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특출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내가 잘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과 함께 잘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길드다가 시작된 뒤로는 길드다 일에 허덕였다. 퀴어나 장애인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게 길드다의 멤버들은 그들만큼이나 ..

[걸 헤이 유교걸 3회] 자의식 부풀리지 않고 SNS 사용하기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자의식 부풀리지 않고 SNS 사용하기 십 년차 SNS 유저 처음에 SNS는 지인과 일상·관심사를 공유하는 장이었지만, 요즘엔 그보다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피드가 스타일리시해보이면 그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DM(Direct Massage)을 보낸다. 잘나가는 식당이나 카페에 가려면 SNS에서 영업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예술가의 컨텐츠와 SNS에서 보여지는 라이프 스타일이 잘 어우러지면 SNS는 소비자들의 자발적 클릭을 불러일으키는 홍보 매체가 된다. 우리 또래에게 SNS에서 나를 드러내는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조건이 됐다..

[걸 헤이 유교걸 2회] 말해지지 않은 것까지도 살펴보기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말해지지 않은 것까지도 살펴보기 말은 잘해도 못해도 문제 내 친구 중 나와 가장 이질적인 감각을 가진 이는 중학교 동창 A다. A를 만나면 중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다. 우리는 구겨진 병뚜껑을 가지고도 10분을 웃는다. 물론 웃음기 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나는 종종 A에게 벽을 느꼈다. 그는 내 친구 중에서 유일하게 공무원을 준비하고, 값이 나가는 작고 귀여운 가방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질척거리는 공동체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사회문제에 감정이입 할 때면 A는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한편으로 내 말이 A에게 전달되지 않는 건 ..

[걸 헤이 유교걸 1회] 미련하고 성실하게 질문하기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미련하고 성실하게 질문하기 불안정한 하루하루 새 향수를 샀다. 플라워 계열 중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기로 유명한 향수였다. 얼핏 이모 화장품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낯선 향이기만 하면 괜찮았다. 향수를 즐겨 뿌리고 다녔던 적이 없었기에 신경을 좀 썼다. 옷장을 열면 잘 보이는 곳에 향수를 뒀다. 작은 향수 공병을 사서 늘 가지고 다니는 파우치에 넣어두었다. 다음날 입을 옷을 생각해 두었을 땐 미리 옷에다 향수를 뿌려놓고 잠들기도 했다. 리프레쉬가 필요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몇 달째 기승을 부리면서 일에 차질이 생겼다. 기대했던 공부도, 오래 준비..

<당사자 되기>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 본 에세이는 길드다 강학원 S1 '미디어와 신체'의 김고은의 에세이입니다. 1. 나는 당사자가 아니다 대학생 때 성노동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조사만 해도 되는 과제였는데 굳이 일을 키웠다. 나는 섹슈얼리티 영역을 노동 영역이라고 선포하는 과격한 모습에 홀딱 반했다. 인터뷰가 끝나면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금세 그들과 같아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그럴싸한 과제물로 만드는 건 쉬웠지만,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건 어려웠다. 성폭행과 노동 사이에, 성산업화와 성해방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는 삶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인터뷰 직전에 했던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당사자가 아니면 나서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나는 당사자가 아니었다. A가 페미니즘을 불편하..

보릿고개 프로젝트] 김고은의 GSRC 프리뷰 -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보릿고개 프로젝트는 춘궁기를 겪는 청년들이 으로부터 고료를 받으며 글을 연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김고은의 GSRC 프리뷰'에서는 '길드다소셜리딩클럽'에서 함께 읽게 될 책을 세번에 걸쳐 책을 리뷰합니다. 1. 페미니즘은 일부의 문제일까?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던 20살 이후, 나는 페미니즘에 다양한 입장을 취해왔다. 처음 페미니즘을 배웠을 땐 큰 감명을 받아 삶에 적극적으로 가지고 오려고 했다. 몇 년 전 페미니즘이 또래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기 시작했을 때엔,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작동하는 사태를 보고는 크게 당황했다. 그 뒤로 나는 페미니즘과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페미니즘에 지지를 선언했든 외면하겠다고 다짐했든, 내 선택과는 별개로 페미니즘은 언제나 내게 닥친 현실..

[보릿고개 프로젝트] 김고은의 GSRC 프리뷰 - 개연성 없는 연애, 소설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보릿고개 프로젝트는 춘궁기를 겪는 청년들이 으로부터 고료를 받으며 글을 연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김고은의 GSRC 프리뷰'에서는 '길드다소셜리딩클럽'에서 함께 읽게 될 책을 세번에 걸쳐 책을 리뷰합니다. 개연성 없는 연애, 소설 어딜 가도 연애 얘기다. 기사에서는 연예인들의 연애담이, 노래에선 가수들이 겪은 연애의 기쁨과 슬픔이, 영화에는 누군가의 드라마틱한 연애 서사가 쏟아져나온다. 그래서 연애소설을 의 주제로 선택했을 때 책 선정에 난항을 겪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 근간 중 연애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목록 중에 두 사람의 연애가 중심소재인 소설이 손에 꼽았다. 대부분 ‘연애’소설이라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최은영의 단편 소설집『쇼코의 미소』..

[보릿고개 프로젝트] 김고은의 GSRC 프리뷰 - 중고장터에서 만난 그놈

Writings/김고은의 [걸 헤이 유교걸] 길드다(多)

*보릿고개 프로젝트는 춘궁기를 겪는 청년들이 으로부터 고료를 받으며 글을 연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김고은의 GSRC 프리뷰'에서는 '길드다소셜리딩클럽'에서 함께 읽게 될 책을 세번에 걸쳐 책을 리뷰합니다. 중고장터에서 만난 그놈 나처럼 정기적으로 옷장을 살피고 정리하는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정기적인 옷장 정리는 내가 특별히 깔끔하고 부지런하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옷을 너무 좋아하는 나 자신을 제재하기 위해 마련한 일일 뿐이다. 얼마 전에는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중고장터에 안 입는 옷들을 팔기 위해 ‘착용샷’을 찍었다. 나는 인터넷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천 쪼가리인 ‘옷’이 아니라 착용샷에 담긴 분위기를 산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사이즈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옷이나 디테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