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강학원> 2회차 - '진실의 색' 후기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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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원기

 

어려운 책이 끝났습니다! 소감을 짧게 적어보자면..이번 분량에서는 영상/작품을 인용한 설명들이 지난 주보다 훨씬 줄었습니다. 저자가 그동안 이리저리 전개했던 이야기들을 드디어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주려나보다!, 하고 열심히 밑줄을 그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제가 준비한 발제임에도 불구하고 질문들에 대답할 수 없어서 조금 슬펐습니다 ㅎㅎ.. 뭔가 책임지지 못한 기분. 대충하고 싶지 않았는데 잘 안되서 속상했답니다 ㅠ_ㅠ

 

그래서(?) 저는 책 내용 보다는 함께 나눈 이야기를 중심으로 후기를 써볼까 합니다.

 

진실의 색

 

히토 슈타이얼은 요즘의 공론장을 이렇게 진단합니다. '민족 국가는 공적인 이미지와 소리에 대한 독점권을 상실'하고, 독점적 권위를 누렸던 기존의 미디어가 민간 중심의 새로운 미디어-플랫폼과 경쟁하게되어 (...) '국민의 일정 부분은 정치적 대표성에서 제외' 된다, 그녀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공론장이 시장이 되버렸다고 표현합니다. 그 결과  '공공성 없는 공론장'은 세계를 서로 연결시키는 동시에 고립시킨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분은 국가가 보증하는 진실이 이미 여러번 파괴되었고 언제든지 거짓을 의도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면서도, 생활양식의 작은 차이에 따라 생존 가능성이 달라질 수도 있는 작금의 위태로운 상황에선 아이러니하게도 메이저 언론사를 신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분은 정치적 의제나 이슈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는 여전히 기성 미디어를 불신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게 언제나 의심스럽고 그들이 다루는 정보마저 뉴미디어에 비추어 볼 때 허접하게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무엇이 팩트/진실인지에 대해 정교하게 판단하기 보단 오히려 남이 작성한 칼럼에 눈이 가는 것 같습니다. 읽기 쉽기 때문입니다. '탈진실'의 시대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가려내는 작업은 너무 피곤한 일인데 반해, 칼럼은 글쓴이의 입장이 명백히 담겨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수용하기도 간편하고 비판하기도 용이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취향에 따라 정보를 취사하기 시작하면서 공론장 역시 '사적으로' 변화하는 중입니다.

 

이러한 '사적 공론장'은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을까요?...첫 번째 시간에 무엇이 정치적인 행동이며 유의미한 변화인지에 대해서 각자의 견해를 가지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스펙타클한 경험은 과연 정치적 실천으로 이어지는가', 개인이 어떤 행동(예컨대 후원이나 기부)을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정치행위인지는 더 고민해봐야 한다', 등 '정치화'에 대한 기준을 두고 열심히 토론했습니다.

 

저는 규혜님 발제를 듣고 '자기 성찰'이 어쩌면 정치화의 핵심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찰 없는 구호가 남발하는 사회. 성찰하지 않는 인간은 사물이 될 위험이 있고 그러므로 타인을 여전히 사물로 취급할 위험이 있습니다(저자가 말한 '사물-인간의언어'를 제대로 은유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만..).

'올바른' 변화의 담론이 거대해진들 자기 성찰이 비어있다면 부유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시적인 변화와 가시적인 성과도 중요합니다만 성찰한 개인은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아무도 몰래 눈물 흘리는 것에 불과할지라도, 기껏 댓글 몇 개 적어보고 해쉬태그 달아보는게 전부여서 지금 당장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개인의 역사 속에선 그 힘이 꽤 쎄게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찰한 개인'의 자기표현은 그 양상이 투박할 지라도 의미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내 주변의 작은 변화를 잘 관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작은 위로와 작은 응원을 잘 감지할 수 있다면 일상의 우울감을 왠지 잘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일단, 건강해야하니까요.

 

세계에 관하여 무엇이 진실인지 규명하기는 어려워도, 그 세계 속에 살고있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습니다. 권력을 끊임없이 감시하되 내 입장이 곧 진실이라고 단정해서도 안됩니다. 욕심은 위험합니다. 자신의 입장이 완벽하다 여기면 권력을 '역사의 도마위로~♪ ' 올려도 결국 '운동권에서 정권의 노른자위로~♪ '('버벌진트 - 1219 epiphany'♬ 中 )

 

노래 추천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세상이 천천히 바뀐다고 단정한 뒤 자족부터 하자는 건 오늘 하루가 간절한 사람들한테는 너무 절망적으로 들릴 테지요...

그래도 희망을 담아.

 

이상 다소 순진한 후기 였습니다. 아직 공부할게 몇 주 남아서 다행이에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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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드다(多)
작성일
2020. 4. 6. 11:20